토종 삵 vs 외래종 뉴트리아 대결 최초 입수

이 사진을 보라.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뉴트리아의 최대 수혜자’라며 올라온 내용인데, 요약하면 생태계를 교란하는 뉴트리아를 국산 삵이 잡아먹고 있다는 소식이다.

과거 토종 왜가리나 백로, 수달 등이 무지막지한 몸집의 생태 교란종 황소개구리의 군기를 잡아놓은 것처럼 삵도 어느새 뉴트리아 담당 일진이 된 걸까. 유튜브 댓글로 ‘삵이 뉴트리아의 천적이 됐다던데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박희복 국립생태원 연구원]

삵이 침입 외래종인 뉴트리아를 성체를 사냥하는 과정이 찍혔고, 그 다음에 뉴트리아는 집단 방어를 하는 행동이 찍힌 거죠.

일단 한국에 서식 중인 삵이 뉴트리아를 사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립생태원 연구팀이 삵의 뉴트리아 사냥 장면을 포착했는데, 한국에서만 발견된 사례라고 한다. 이런 내용을 담은 논문이 최근 국제학술지에 실렸는데 왱이 국내 매체 중 처음으로 이 자료와 영상을 입수했다.

삵의 뉴트리아 사냥이 공식적으로 관찰된 건 세계 최초다. 애초에 동아시아 삵 자체가 러시아나 중국 동북부, 시베리아에 서식해 뉴트리아랑 사는 곳이 겹치지 않는다. 반면 한국 삵은 서식지도 고르고, 수영도 잘해서 습지에 사는 뉴트리아를 쫓아 사냥할 수 있다.

당초 뉴트리아는 1980년대 말 식용·모피용으로 국내에 들어왔다가 수요가 저조해 대부분 버려졌다. 쥐털이라는 이미지 때문이다. 이후 뉴트리아는 낙동강 하류인 경남 지역에서 시작해 제주도와 충청도까지 서식지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놀란 정부는 2009년 뉴트리아를 생태교란종으로 지정했다.

뉴트리아 개체 수가 폭증한 것은 뚜렷한 포식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삵이 뉴트리아의 포식자가 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해외에선 대머리독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가 뉴트리아의 포식자로 꼽히는데 국내에서 관찰된 사례는 아직 없다. 그렇다면 어른 멧돼지와 고라니도 잡는다는 한국 생태계 New 포식자 담비는 어떨까.

[박희복 국립생태원 연구원]

담비 같은 경우는 무리 사냥을 하기 때문에 뉴트리아를 잡을 수 있는데, 서식지가 겹치지가 않습니다.

어쨌든 삵이 뉴트리아의 포식자라는 게 밝혀졌지만, 삵이 뉴트리아의 개체 수를 줄일만한 천적으로 자리잡았다고 하긴 좀 부족하다. 우선 국립생태원이 포착한 이 영상을 다시 보자.

일단 화면 오른쪽에서 삵이 뉴트리아를 덮친다. 삵은 뉴트리아의 목을 물어 제압하지만 반전이 일어난다. 근처에 있던 다른 뉴트리아가 삵을 공격한 것이다. 당황한 삵은 제압했던 뉴트리아를 놓치고 도망간다. 이후 다시 삵이 나타나지만 아까 그 뉴트리아들이 다시 공격하자 또 도망간다.

이렇듯 삵의 뉴트리아 사냥 자체가 쉽지 않다. 뉴트리아의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뉴트리아 성체의 몸무게는 4~9㎏, 몸통 길이는 40~60㎝인데 반해 삵의 몸무게는 3~7㎏, 몸통 길이는 45~55㎝다. 포식자의 덩치가 오히려 작은 것이다.

게다가 삵은 ‘솔플(솔로 플레이)’를 추구한다. 천성이 고독한 사냥꾼이기에 영상처럼 뉴트리아가 떼로 반격하면 오히려 공격당할 수도 있다.

사실 호랑이나 재규어, 표범처럼 단독 사냥을 하는 삵의 친척들도 큰 동물을 사냥할 성공률은 매우 낮다고 한다.

[김철영 국립생태원 연구위원]

덩치가 크지가 않아서 일부 성체를 막 사냥하기에는 쉬울 것 같지는 않고 아마 보통 삵이 야생에서 이렇게 사냥하는 경우는 새끼들을 많이 사냥을 하거든요.

실제로 연구팀은 삵이 뉴트리아 새끼를 입에 문 사진을 찍는 데도 성공했는데, 그러니까 사냥을 하더라도 성체 사냥 성공 확률은 낮고 새끼를 사냥하는 게 많다는 것.

무엇보다 국내에 서식하는 삵의 개체 수 자체가 너무 적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삵은 멸종위기종이고, 그나마 살아있는 삵도 로드킬을 종종 당하고 있다.

[박희복 국립생태원 연구원]

뉴트리아가 사는 지역에 삵이 많이 있으면 당연히 많이 영향을 주겠죠. 그런데 뉴트리아가 사는 지역의 삵은 주변 지역의 도로라든지 로드킬이라든지 이런 식으로 또 이어져서 숫자가 높지 않거든요.

일부 커뮤니티에는 뉴트리아 덕분에 삵 개체 수가 늘었다는 풍문도 도는데, 이건 근거가 없는 얘기다.삵의 국내 개체 수는 현재 추정할 수 있는 근거나 연구 자체가 없다.

사실 뉴트리아 수는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많이 줄긴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삵이나 다른 천적보다는 가장 큰 천적, ‘인간’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철영 국립생태원 연구위원]

내부적으로는 사실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서 줄었다라고는 보여지는 거라 이게 야생에서 자연적으로 조절이 됐다 이렇게는 안 보고 있고요. 인간이 계속 10년 동안 많이 잡아냈기 때문에

숫자는 줄었지만 뉴트리아는 엄청난 먹성으로 하천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토종 수달을 쫓아내며, 강가에 길게 굴을 파는 습성 때문에 지반을 무너뜨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삵이 뉴트리아를 잡아먹긴 하지만 주요 천적 역할을 하기엔 부족하고, 아직은 인간이 계속 박멸을 해줘야 뉴트리아 숫자를 줄일 수 있겠다.물론 인간이 멸종위기인 삵을 잘 보호해서 생태계가 알아서 잘 돌아가도록 하는게 가장 좋은 결말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