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 대표를 둘러싼 위증의 그림자
지난 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아내 김혜경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김씨의 수행비서 배모씨, 현역 민주당 중진 국회의원 아내 A씨의 법정 증언과 배치되는 물증이 나왔다.
검찰은 김씨가 선거 운동 기간 노원구의 한 일식당에서 A씨에게 밥을 사면서 수행원 3명의 식사값을 포함해 총 5인분을 계산했다고 본다. 반면 배씨는 법정에서 “3인분은 수행원 밥값, 2인분은 내가 음식을 포장한 것”이라며 “김씨와 A씨는 현금으로 각자 결제한 걸로 안다”고 했다. A씨도 “내 밥값은 내가 현금으로 냈다”고 했다. 그런데 해당 일식집의 포스기 내역을 살펴보니 포장 기록도, 현금 결제 기록도 없었다고 한다. 만약 두 사람이 김씨를 위해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한 것이라면 위증 범죄에 해당한다.
앞서 이 대표 측근들의 재판에서도 위증 정황이 수차례 나왔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 재판에선 검찰이 ‘돈 받았다’고 지목한 시간에 “김씨가 나와 같이 있었다”고 가짜 알리바이를 댄 이모씨가 있었다. 검찰은 이 대표 대선 캠프 상황실장 출신 인사 2명이 김씨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이 과정에서 이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고 봤다. 검찰은 상황실장 출신 2명을 위증교사 혐의로, 이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 송금 재판에서도 위증 정황이 포착됐다.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2019년 1월 중국 심양에서 열린 북한 측 인사와의 협약식에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함께 참석해놓고도 “쌍방울 그룹과 함께 참석한 적 없다”고 했다. 이화영씨의 사적 수행비서 문모씨는 “쌍방울로부터 직접 급여와 법인카드를 받았지만 쌍방울을 위해 한 일은 없다”고 했다. 법원은 “객관적 증거에 비춰 신 국장과 문씨의 말을 믿기 어렵다”고 했다. 두 사람과 운전기사 진모씨는 위증 혐의로 기소돼 있다.
특정 인물 관련 재판에서 위증 정황이 계속 드러나는 것은 이례적이다. 20여 년간 검찰에 몸담은 전현직 고위 검사들도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 대표 본인도 위증교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18년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증인에게 직접 위증을 부탁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지난달 이 대표에게 대법원 양형 기준상 최고형인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달 25일 나온다.
검찰은 이 대표 재판에서 “위증 범죄는 그 자체로 실체적 진실 규명을 방해해 사법 질서를 교란하고 그 과정에서 사법 자원의 심각한 낭비를 초래한다. 국민 불신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이 대표 주변 인물의 법정 증언이 줄줄이 객관적 증거와 상충하는 상황을 이 대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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