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유족 첫 기자회견..."정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규명해야"(종합)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심경과 요구사항 등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참사 이후 유족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유족들은 "참사 이후엔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유족들 모임 구성,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도 없었다. 사고 발생 경과 내용과 수습 진행 상황, 피해자의 기본 권리 안내 등 기본적 조치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유족들이 자신들의 심경 및 정부의 안일한 대처에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희생자 이민아씨의 아버지 이종관씨는 "이 참사, 이 비극의 시작은 13만명이 모이는 인파 군중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법률적 인과관계를 떠나 집회 대처와 대통령실 경호경비에 우선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경찰에도 참사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으로 예상했음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한 행정안전부와 서울시청, 서울경찰청 등 관련 부서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희생자 이남훈씨의 어머니 A씨는 "이 순간, 이 자리, 이 시간에도 비참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아들의 사망진단서에는 사망일시 '추정', 이태원 거리 '미상'. 사인은 '미상'이라고 쓰였다. 이게 말이 되나. 우리 가족은 아들이 죽은 원인을 이제는 알아야겠다”며 흐느꼈다.
희생자 이상은씨의 아버지 B씨는 "오늘 여기서 딸에게 편지를 부친다"며 "이 세상에 네가 없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 사랑하는 우리딸을 먼저 보낸 미안함, 지키지 못한 미안함에 가슴 치며 통곡해본다"라고 통곡했다.
B씨는 "국가에 묻고 싶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국가가 어디 있었는지, 국가가 뭘 했는지, 이제 국가가 답을 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희생자 158명 가운데 34명의 유족이 민변과 뜻을 모아 이뤄졌다.
서채완 TF 공동간사 변호사는 "처음부터 기자회견 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희생자의 장례식이 다 치러진 현시점에서 모든 것이 다 마무리된 것처럼 이야기하는 상황에 대해 유족들이 너무나 분하고 원통해하기 때문에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고 기자회견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 진정한 사과 해야"
유족들은 정부의 진정한 사과가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유족들의 법률 대리인인 윤복남 민변 '10.29 참사'대응테스크포스(TF) 팀장 변호사는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게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유가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며 "헌법상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 대통령은 조속히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고 밝혔다.
이어 책임 규명과 관련해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태원 참사를 방지했어야 할 모든 책임자들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가장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나아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거짓 해명을 한 자들을 무관용으로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또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현재 이뤄지고 있는 진상 및 책임 규명의 경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진상 규명 과정에 유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및 책임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참사 당시뿐만 아니라 참사 이전 참사 이후까지 진상과 책임이 모두 규명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유족 및 피해자 간의 소통과 추모시설, 2차 가해 방지 등의 대책 마련도 촉구했다.
윤 변호사는 "정부는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각종 어려움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들은 명단 공개와 관련해서도 입장을 전했다.
윤 변호사는 "정부는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가 가능한 희생자의 이름을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며 "나아가 공허하고 혁신적인 애도가 아니라 참사의 재발방지와 사회적 추모를 위한 정부의 공적 조치가 필요하다. 유가족들과 함의해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기억과 추모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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