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회사에서 인생 2막 연 씨름 선수, 씨름협회 후원 물꼬 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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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협회를 찾아갔을 때, 씨름 선수 출신 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고 들었어요."
2019년 이전까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이 돌연 스폰서 계약을 해지하자, 씨름협회는 위더스제약에 도움을 요청했다.
씨름협회 관계자는 "협회 한 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위더스제약에 의존한다. 씨름은 후원을 받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인데 타이틀 스폰서와 끈끈한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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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협회를 찾아갔을 때, 씨름 선수 출신 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사람은 제가 유일하다고 들었어요.”
오는 18일까지 이어지는 2024 추석장사씨름대회를 포함해 굵직한 씨름대회에 앞에는 모두 ‘위더스제약’이라는 상호가 붙는다. 기업이 더는 스포츠 후원을 자사 홍보 효과 수단으로 삼지 않는다.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면 덩달아 이미지에 타격을 받기에, 이제는 홍보보단 사회 공헌 활동의 성격이 더 짙어졌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문의약품만을 제조·유통하는 중견 제약회사가 씨름 한 종목만을 10년 넘게 후원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위더스제약이 씨름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시점은 씨름 선수 출신을 직원으로 채용하면서부터다. 11살 때부터 20년간 샅바만 잡던 정민호(49) 위더스제약 상무는 서른 네살 때 위더스제약에 신입 영업직으로 입사해 인생 2막을 열었다. 실업팀까지 몸담았던 그는 회사 대표가 씨름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선, 씨름 후원 방안을 경영진에 보고하고 설득했다. “씨름이 그래도 명절 나흘 동안 한국방송(KBS)에서 중계를 2시간 가까이하거든요. 1년에 최소 11번 이상은 지상파에 생중계를 탈 수 있기에 씨름이 후원 종목으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매해 후원사와 계약을 고민해야 했던 대한씨름협회에 제안서를 든 정 상무의 방문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다. 수많은 선수가 모래판을 드나들지만, “씨름의 발전에 조금이라고 역할을 하고 싶다”며 다시 협회를 찾은 이는 정 상무가 유일했다. 씨름협회 관계자는 “정 상무는 사원부터 시작해 상무까지 올라간 케이스인데, 영업 성과를 인정받아 회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협회를 방문했기에 지금까지 협회에 인연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씨름을 향한 위더스제약의 의리는 코로나19로 경기가 얼어붙었을 때 빛을 발했다. 2019년 이전까지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던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이 돌연 스폰서 계약을 해지하자, 씨름협회는 위더스제약에 도움을 요청했다. 당시 서브 스폰서였던 위더스제약은 연간 약 8000만원 정도를 후원했는데, 타이틀 스폰서를 맡게 되면서 현재는 연간 약 5억원의 후원금을 내고 있다.
2018년 씨름이 남북의 공동 유산으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는 과정에서 성대영 위더스제약 대표이사는 유네스코 등재추진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아 힘을 보태기도 했다. 씨름협회 관계자는 “협회 한 해 예산의 절반 정도를 위더스제약에 의존한다. 씨름은 후원을 받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종목인데 타이틀 스폰서와 끈끈한 인연이 있다”고 설명했다.
위더스제약에는 정 상무 외에도 씨름 선수 출신이 두 명이 더 있다. 한라장사 출신 남동우씨와 프로 선수 강동훈씨는 정 상무의 권유로 위더스제약에 입사한 뒤 개인 월 1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등 성과를 입증했다고 한다. 세 사람은 회사라는 또 다른 모래판에서 버티며 후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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