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네 시부터 일어나 갈비찜을 만들었다. 시아버님 칠순이니 며느리 도리는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밤새 양념을 재우고 아침 일찍부터 불 앞을 지켰다. 손이 부르트도록 뒤적이며 간을 맞췄고 예쁘게 담아낼 그릇까지 미리 골라뒀다.

정성 들여 만든 갈비찜을 들고 연회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마음이 뿌듯했다. 시어머니가 좋아하시겠지, 다른 며느리들 앞에서 조금은 인정받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구석으로 밀려난 갈비찜
상 위에 올려놓기도 전에 시어머니가 손을 내저었다. 표정에는 반가움 대신 못마땅함이 먼저 떠올랐다.
"내가 거지야, 호텔에서 칠순상 받는 날에 그런 걸 먹게." 그 한마디에 정성껏 만든 음식은 곧바로 연회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새벽부터 흘린 시간이 순식간에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렸다.

오십 명 앞에서 들은 말
당황할 새도 없이 다음 말이 이어졌다. "너는 선물도 없니? 그럼 오늘 설거지나 해. 네가 제일 잘하는 일이잖아."
오십 명이 넘는 하객들이 지켜보는 자리였다. 몇몇은 눈을 피했고 몇몇은 애매한 표정으로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아무도 나서서 말리지 않았고 그 침묵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자리를 박차고 나갈 수도 없었다. 시아버님 칠순잔치를 망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발밑에 내려놓은 앞치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허리에 묶여 있던 앞치마끈을 천천히 풀었다.
풀어내는 손이 떨렸지만 표정만큼은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시어머니 발밑에 앞치마를 내려놓으며 한마디만 했다. "오늘부로 이 집안 허드렛일은 전부 반납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나서야 그동안 참아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명절마다 혼자 상을 차렸던 날들, 인사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순간 연회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방금까지 웃고 떠들던 소리가 뚝 끊기고 다들 시어머니와 나를 번갈아 쳐다봤다. 시어머니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는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몇몇 친척들은 슬쩍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그날 이후로 명절 준비는 온 가족이 나눠서 하게 되었고, 예전처럼 혼자 부엌을 지키는 일은 더 이상 없다. 시어머니와는 요즘도 가끔 마주치면 서로 말없이 눈인사만 하고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