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弗=1500원' 불안감 확산..李 "연준과 통화스와프 정보교환"

조지원 기자 2022. 9. 2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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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430원 넘어 13년 6개월래 최고]
조선사 선물환 매입 등에도
하루 환율 변동폭 20원 넘어
해외투자·에너지 소비 축소 등
달러 수요 줄일 대응책도 강조
한은 '5~6%대 고물가' 지속땐
내달 사실상 '빅스텝' 밟을 듯
[서울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에도 다른 주요국 통화들과 절하 폭이 비슷한 수준이라며 여유를 보였던 외환 당국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국민연금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에 이어 조선사 선물환 매입 등 외환 수급 대책을 총동원했지만 원·달러 환율이 결국 1430원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을 조금도 줄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환율 안정을 기대할 수 있는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요원하고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 결정은 2주 뒤에나 열린다. 거시 대책이 마땅치 않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무역수지 적자 폭을 축소하고 해외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를 국내로 다시 유입시키는 등 미시적 대책까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26일 원·달러 환율 흐름은 폭주 기관차처럼 위를 향해 내달렸다. 장중 한때 달러당 1435원을 돌파한 끝에 22원 오른 1431원 30전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2009년 3월 16일(1440원) 이후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하루 환율 변동 폭이 20원을 넘었는데 2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이다.

환율이 급등한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와 함께 주요국 통화가치가 일제히 떨어지면서 달러화 가치를 밀어 올렸기 때문이다. 파운드화(-3.6%), 유로화(-1.5%), 엔화(-0.6%) 등이 절하되자 이를 포함한 6개 통화로 구성된 미국 달러화지수(DXY)는 113선을 넘어 114선까지 진입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업황 악화로 더 심각해지고 있는 무역적자, 역외 투기 세력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국내 외환 수급 불균형 등이 얽혀 원화 가치는 더 빠르게 절하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킹달러 현상을 자극하는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국내 불안 심리가 확산해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압력이 높다”며 “정부의 환율 방어 정책도 큰 실효를 얻기 어렵다는 점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1450원 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환율 상승 속도라면 1500원까지 단숨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 추가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수입 업체를 비롯한 실수요 저가 매수로 이어지면서 역외 투기성 베팅도 한층 더 견고해질 가능성이 크다”며 “다음 저항선은 1500원뿐이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 추가 상승과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열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1430원마저 넘어선 상황이지만 정부는 여전히 원화 가치 하락세가 과도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원화의 7월 실질실효환율이 101.4(2010년=100)로 100보다 높아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국 간 물가 변동이나 교역 비중 등을 반영한 환율로 100을 기준으로 저평가 여부를 판단한다. 한은 역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강세에 주로 기인해 올해 중 절하 폭은 주요국 통화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식적 입장과 달리 정책 당국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각종 환율 안정 대책의 약발이 전혀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주체의 심리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환율 급등이 수입 물가를 자극해 10월 물가 정점 전망도 무색하다. 이 총재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연준의 최종 정책 금리 수준 전망이 상당 폭 높아지는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며 “5~6%대의 물가 오름세가 오래 지속된다면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말해 사실상 빅스텝(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시사했다.

수급과 관련한 대책을 언급한 대목에서도 통화 당국의 고충이 읽힌다. 그는 “해외 투자로 나간 자금을 국내로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에너지 가격이 높은 상태에서 수요를 어떻게 줄이느냐도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사실상 모든 경제주체가 환율 위기에 맞춰 대응할 것을 주문한 셈이다.

한미 통화 스와프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 연준과 정보를 교환하고는 있지만 이론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미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려면 달러 유동성 시장에서 이상 조짐이 발생해 연준의 전제 조건에 먼저 부합해야 한다”며 “전제 조건이 맞지 않는데 통화 스와프를 요구한다면 우리 경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j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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