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만들어 쭉 버는 디즈니처럼…ETF도 베팅하는 'IP 경제' [엔터코노미]

이해정 기자 2026. 4. 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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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한화자산운용

글로벌 콘텐츠 기업에 투자하는 ETF가 등장하면서 시장의 시선이 다시 한번 IP(지식재산권)로 향하고 있다. 한때 흥행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리던 콘텐츠 산업은 이제 '얼마나 오래 돈을 벌 수 있는가'라는 기준으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3월31일 글로벌 저작권 핵심기업에 투자하는 'PLUS 글로벌저작권핵심기업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를 신규 상장했다. 이 ETF는 ▲구독 플랫폼 ▲지적재산(IP) 원천 기업 ▲인공지능(AI) 데이터 라이선싱 등 세 가지 수익 엔진을 보유한 글로벌 저작권 핵심 기업 25종목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액티브 ETF다. 상장일 기준 주요 구성 종목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넷플릭스, 세계 최대 IP 기업 월트 디즈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 종합 엔터테인먼트 소니 그룹 등이다.

겉으로 보면 또 하나의 테마형 ETF처럼 보이지만, 이 상품이 겨냥하는 대상은 단순한 콘텐츠 기업이 아니라 IP를 보유하고 이를 반복적으로 수익화하는 기업들이다. 이는 시장이 콘텐츠가 아닌 IP에 베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콘텐츠 산업의 승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작품 수와 흥행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IP 보유량과 수익 지속성이 더 중요해졌다. 콘텐츠는 공개로 끝나지 않고 시리즈, 스핀오프, 게임, 굿즈로 확장되며 반복적인 수익을 만든다. 소비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IP로 전환되는 순간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굿즈(제공=뉴스1)
이 구조를 오래전부터 체화해 온 대표적인 기업은 월트 디즈니 컴퍼니다. 디즈니는 영화를 만드는 회사라기보다 IP를 끊임없이 재활용하고 확장하는 라이선싱 플랫폼에 가깝다. 미키마우스라는 캐릭터를 영화와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캐릭터 상품으로 확장하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익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 번 만든 캐릭터를 다양한 산업으로 반복 활용하며 지속적으로 돈을 벌어들이는 IP 자산으로 만든 것이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이 작품의 흥행 여부에서 IP의 경제적 수명으로 넘어갔다는 의미다.

IP의 경제적 가치는 구독 모델에서 두드러진다. OTT 플랫폼에서 콘텐츠는 여전히 비용이다. 드라마와 예능 한 편을 제작하거나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 규모의 제작비와 판권 비용이 선투자되지만, 개별 작품 하나만으로 그 비용을 직접 회수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대부분의 콘텐츠는 공개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시청이 감소하며 빠르게 소모된다.

반면 IP는 다르다. 동일한 콘텐츠라도 시리즈화되거나 부가 사업으로 확장될 경우 반복적인 시청과 소비를 유도하며 이용자를 플랫폼에 붙잡는 자산으로 기능한다. 인기 IP는 해지를 막고 체류 시간을 늘리며, 월 단위 구독료라는 안정적인 현금흐름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구독 플랫폼도 단순한 영상 서비스가 아니라 IP 기반 반복 수익 비즈니스에 가까워지고 있다.

라이선싱 구조에서는 이 특성이 더 극대화된다. 라이선싱이란 IP를 직접 활용해 상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운영하는 대신, 다른 기업에 사용 권리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나 로열티를 받는 방식이다. IP는 한 번 만들어지면 이를 기반으로 캐릭터 상품, 게임, 출판, 광고 등 다양한 산업에 적용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추가 제작비 없이도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같은 캐릭터와 스토리가 여러 산업에서 동시에 활용되며 복제 가능한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다양한 캐릭터 굿즈들(제공=뉴스1)

최근에는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IP의 역할이 한층 더 확장되고 있다. 콘텐츠는 더 이상 단순한 소비 대상이 아니라 학습 데이터로서의 가치를 갖기 시작했다. 이번 ETF 상품 종목에 포함된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은 이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업들과 라이선싱 계약을 체결했고,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뉴스코퍼레이션 역시 뉴스 콘텐츠를 AI 학습용으로 제공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어내고 있다. 콘텐츠가 '보는 것'에서 '학습 데이터'로서의 활용 가치가 커지면서 IP의 경제적 범위 역시 넓어지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시장의 투자 기준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많은 작품을 제작했는지가 중요했다면, 지금은 얼마나 강력한 IP를 확보하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스포티파이, 소니 그룹 같은 기업들이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 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IP를 축적하고, 이를 라이선싱하거나 데이터로 전환하며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어내는 IP 포트폴리오 기업에 가깝다.

콘텐츠 산업은 흥행의 게임에서 소유의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 콘텐츠는 소비되지만, IP는 축적된다. 그리고 그 축적된 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 결국 비싼 것은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 작품을 지속적으로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다.

이해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