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씻은 용기·물 먹은 박스 '너저분'…연휴 끝, 쓰레기와의 전쟁 시작[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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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게 무슨 냄새야."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테이프를 뜯지 않은 박스가 길거리 위생 및 미관을 망친 데 이어 쓰레기 재활용 효율까지 떨어뜨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과대포장은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원 낭비와 쓰레기 발생 등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며 "유통업체의 자발적인 포장재 사용 감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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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이게 무슨 냄새야."
추석 당일인 지난 17일 오전 9시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A씨는 길을 가다 황급히 코를 막았다. 전봇대 옆에는 페트병과 맥주캔, 소주병이 뒤엉켜 있었다. 물기를 머금은 택배 박스들이 각종 테이프, 비닐과 뒤엉켜 악취를 더했다.
분리수거는커녕 쓰레기 배출일도 지켜지지 않았다. 각 자치구가 추석 연휴에 쓰레기가 몰릴 것을 대비해 배출일을 정해 공지했을 뿐 관리하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없었다.
추석 연휴가 끝난 19일에는 서울시내 분리수거장들이 '명절 쓰레기 후유증'을 앓고 있다.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테이프를 뜯지 않은 박스가 길거리 위생 및 미관을 망친 데 이어 쓰레기 재활용 효율까지 떨어뜨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19일 서울 영등포구와 은평구 일대 분리수거장 5곳을 살펴보니 각종 쓰레기들이 쌓여있었다. 종이 더미 안에 쇼핑백 손잡이 등 각종 플라스틱들이 숨겨져 있었다. 음식 찌꺼기가 묻은 하얀색 플라스틱 통은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이 낙서를 하고 버린 스케치북은 스프링이 분리되지 않은 채 버려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상자류는 테이프와 철핀을 제거하고 접어서 배출해야 한다. 플라스틱 용기류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라벨을 제거한 뒤 최대한 압착해 뚜껑을 닫고 버려야 한다. 다른 유색 페트병과 섞이지 않게 구분해 배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물기를 짜고 일반 봉투가 아닌 음식물 쓰레기 전용 봉투에 버려야 한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명절 쓰레기는 재활용 효율을 크게 떨어뜨린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종이테이프에 붙은 테이프 접착제는 재활용 시 물에 녹지 않고 이물질로 남아 재활용을 방해한다.
오염된 폐플라스틱과 일반 봉투에 담긴 음식물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자원화된 사료나 퇴비에 미세 플라스틱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홍수열 자원순환 사회경제 연구소장은 "오염된 플라스틱은 세균을 증식시켜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선별하는 작업자의 건강 상태도 악화시킨다"며 "다른 깨끗한 재활용품까지 오염시켜서 전체적인 재활용률과 재생 원료 품질을 떨어뜨린다. 음식물 오염이 심하면 사실상 재활용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포장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명절 때 받은 박스 하나를 개봉하니 쇼핑백에 보자기, 큰 박스, 낱개 포장 박스 4개 등이 나왔다. 한우 명절 선물에선 부직포 가방과 스티로폼, 아이스팩이 나왔다. 과일 박스에는 그물 모양의 과일 개별 포장지, 노끈, 에어캡(뽁뽁이) 등이 있었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가족끼리 명절 선물을 하나씩 받아도 (포장이) 4개다. 쓰레기 처리하는 게 골칫거리"라며 "차라리 낱개로 비닐봉투에 한꺼번에 담아서 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제품의 포장 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가공식품 포장공간비율은 15% 이하, 포장횟수는 2차 이내여야 한다. 과대포장으로 적발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해당 내용은 지난 4월30일부터 시행되기로 했지만 환경부는 추가로 2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했다.
정미선 서울시 자원순환과장은 "과대포장은 불필요한 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 부담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자원 낭비와 쓰레기 발생 등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며 "유통업체의 자발적인 포장재 사용 감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running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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