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 못지않은 재미, CGV 영화관 야구 관람기 [Editor's review]
‘57, 58, 59, 00!’ 지난주 일요일, 오후 다섯 시 정각이 되는 순간 서둘러 예매 창에 접속했다. 광주와 대구에서 펼쳐지는 한국시리즈 야구 티켓을 잡기 위해서다. ‘초침이 59초에서 00초로 넘어가는 찰나에 클릭해라’, ‘와이파이보다는 데이터가 빠르다’, ‘컴퓨터로 접속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등 SNS에서 떠도는 ‘티켓팅 꿀팁’을 총동원했지만 한국시리즈 직관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했다. 접속자 수 폭주로 예매 버튼이 활성화되지 않아 허둥대는 사이 대기 인원은 16만 명으로 불어났다. 사상 최초로 천만 관중을 돌파한 프로야구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에디터처럼 한국시리즈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CGV가 전국에 야구 경기를 중계하는 상영관을 마련했다. 사실 영화관에서 스포츠를 중계하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CGV는 2006년 독일 월드컵부터 2022년 카타르 월드컵까지 월드컵 경기를 5차례 생중계했고, 롯데시네마는 챔피언스리그 결승 경기와 NBA 플레이오프 생중계를 진행한 바 있다.
특히 CGV는 올해 KBO와 ‘2024 KBO 리그 CGV 극장 상영’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6월 30일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야구 경기를 생중계해 왔다. 지난 9월 23일에는 MBC 스포츠+과의 협업을 통해 최초로 영화관과 야구장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이원 생중계를 실시했는데, 티켓이 판매 개시 5분만에 전량 매진되기도 했다. 이번 한국시리즈 극장 중계 역시 큰 관심을 모았다. CGV 중 규모가 가장 큰 용산아이파크몰점과 접근성이 좋은 강남점은 티켓팅 시작과 동시에 일찌감치 매진 행렬을 이뤘다.
한국시리즈 1차전 경기 당일, CGV 왕십리점 티켓 판매 부스 앞은 야구 유니폼을 입은 방문객들로 넘쳤다. 중장년층보다는 10~20대 젊은 야구 팬들이 주를 이뤘다. 기아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는 물론 타 구단 유니폼과 직관 가방으로 단장한 이들도 많았다. 야구장처럼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해 한 손에는 응원 도구를, 한 손에는 닭강정이나 피자 등 먹거리를 든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정식 경기 시작 시간인 6시 30분에는 3분의 1 가량 채워졌던 객석이 약 1시간 만에 꽉 들어찼다. 홈 팀과 원정 팀 구역이 나뉘어진 야구장과는 달리 상영관은 구역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 원하는 자리를 예매해 앉는 분위기였다. 중간중간 빈 좌석에는 슬로건이나 유니폼을 걸어 놓은 이들도 많았다. 관람 방식은 일반 영화와 사뭇 달랐다. 관람 도중 휴대전화 사용이나 화장실 이용은 물론 상영관 맨 뒷줄에서 일어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 모두 가능했다. 좌석 간 거리가 넓고, 상영 시작 후에도 조명을 완전히 끄지 않아 이동 시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집 텔레비전이 아닌 영화관 스크린으로 야구를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캐스터 멘트와 생생한 현장음이 귓가를 울리고, 압도적인 크기의 화면에 가득 찬 야구장의 모습이 실제 경기장 한가운데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야구장에서 직관하는 듯한 현장감을 더한 건 관객들의 응원 소리였다. 그라운드에 덮여 있던 방수포가 치워지는 장면이 전파를 타자 함성이 터져 나왔고,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잡거나 타자가 출루하면 다 함께 박수를 쳤다. 기아 타이거즈 김도영, 삼성 라이온즈 구자욱 등 올 시즌 맹활약하는 선수들이 화면에 등장하면 너도나도 응원 배트를 두드렸다. 2회말 기아 타이거즈 김선빈이 좌측 펜스 상단을 맞추는 3루타를 때려냈을 때는 기아 타이거즈 팬들이, 6회초 삼성 라이온즈 선두타자 김헌곤이 홈런포를 쏘아 올렸을 때는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분위기가 무르익을수록 응원 열기도 더해졌다. 누군가가 선창하는 응원가를 따라 부르면서 모두가 한 마음으로 팀의 승리를 염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표 가격이 2만 4천 원으로 비교적 높게 책정됐고, 텔레비전 중계 화면을 그대로 늘려 놓은 듯 영상 화질도 다소 떨어졌다. 하지만 쾌적한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야구를 볼 수 있다는 즐거움이 모든 아쉬움을 상쇄했다. 상영관 근처에 있는 포토 부스에서 네 컷 사진을 찍거나 포토플레이 기능을 이용해 원하는 사진으로 포토 티켓을 인쇄하는 등 소소한 즐길거리도 많았다.
남은 한국시리즈 전 경기도 CGV에서 만나볼 수 있다. CGV는 야구 경기 생중계를 통해 영화관에서 즐기는 새로운 야구 응원 문화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방침이다. 한국시리즈 진출 팀의 연고지인 광주와 대구는 물론 서울, 경기, 대전, 부산, 제주 등 전국 상영관에서 중계 방송을 상영한다.
조금 더 색다른 경험을 원하는 야구 팬을 위해 전면은 물론 양쪽 벽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스크린X 기술도 중계에 접목했다. CGV 신촌, 영등포, 왕십리점에서 상영되는 한국시리즈 4차전 경기는 3면 스크린을 활용한 특별 상영으로 진행된다. 메인 스크린 이외의 화면으로 각 팀 응원석과 다양한 각도의 경기 장면, 선수 스탯을 실시간으로 제공해 몰입감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한국시리즈 직관 티켓을 놓쳤다면, 영화관에서 특별하게 야구의 열기를 만끽해 보는 건 어떨까.
ㅣ 덴 매거진 2024년 Online
에디터 김보미 (jany6993@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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