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예찬 “한동훈, 배은망덕 ‘살모사’ 정치…유승민보다 더한 ‘배신자’ 낙인찍힐 것”
“韓, ‘언론 플레이’ ‘계파 정치’ ‘특검 통과’ 지렛대로 용산 압박‧굴복시키려는 취지”
“자기 사리사욕과 인사권 욕심에 가짜뉴스 불 붙여…‘김건희 라인’도 韓측 음모론”
“‘김건희 특검법’ 통과되는 순간 韓이 이재명에 尹 내외 넘겨줬단 프레임 갇힐 것”
(시사저널=변문우‧이원석 기자)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면담은 결국 '빈손'으로 끝났다. 양측은 면담 과정에서의 각종 비화까지 언론 등을 통해 쏟아내면서 여권 내부의 갈등은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선 양측의 갈등이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의 '김무성 사태'나 최근의 '이준석 사태' 데자뷔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과거 '탄핵'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보수 지지층도 실망감을 느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연일 당정에 '낙제점'을 주고 있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을 친윤(親윤석열)계에선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또 이들은 한동훈 대표와 친한(親한동훈)계의 어떤 부분이 핵심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시사저널TV는 윤 대통령이 선택한 '1호 청년 참모'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을 만나 그와 친윤계 전반이 느끼는 여권의 위기 상황 진단에 대해 들어봤다. 장 전 최고위원은 인터뷰 내내 '한동훈식 정치'를 "배은망덕 살모사 정치"라고 작심 비판했다.
'당적' 문제를 비롯한 근황을 알려준다면.
"지난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나온 이후 아직까지는 복당을 신청하지 않았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4명의 당대표 후보들이 제 복당 문제를 거론했는데, 한 분(한동훈 대표)만 원칙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그분이 당대표로 계실 때 굳이 신청하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지 않다. 또 그분은 속이 좁은 분이라 제가 신청한다고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다. 지금은 정권교체에 기여한 것도 없는 '무임승차' 인사들이 당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결국 이 당을 여당으로 만든 사람들이 돌아가서 다음 대선까지 이기게 하는 것이 순리라 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10월21일 면담 결과에 대해 총평한다면.
"시작부터 끝까지 이상한 면담이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면담 전부터 선전 포고하듯이 영부인 문제와 같은 민감한 부분을 대통령에게 요구하겠다고 한 사례는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없었다. 또 면담 후에도 소위 험담들이 나왔다. '원탁 테이블 거부' 논란 등의 기싸움은 야당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는 영수회담에서도 잘 안 보였다. 옛날 한‧일 관계가 안 좋을 때 양국이 정상회담을 해도 이 정도로 신경전이 심하진 않았을 것 같다."
'원탁 테이블' 논쟁을 비롯한 '당대표 홀대' 논란은 어떻게 보는가.
"정말 유치한 '중2병'식 사고방식이라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의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날 때도 관저에서 사각형 책상에 생수 한 잔 놓고 소탈하게 대화했다. 그런데 한 대표는 왜 이렇게 의전과 대우에 집착하는 건가. 물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지금 갈등이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원탁 테이블 논란은 물론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이랑 통화하느라 당대표를 20분 기다리게 했다'는 얘기를 친한계가 라디오에 나와 떠드는 것이 국민들 입장에선 얼마나 부끄러운 싸움인가."
친한계 측에선 한 대표를 빼고 윤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해 성토도 나오는 분위기다.
"사실 추 원내대표가 중심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특히 이 면담 자체도 사실 추 원내대표가 대통령에게 '그래도 한 대표 면을 한번 세워주시라'고 부탁하면서 성사시켰다. 그런데 한 대표는 면담 성사의 주도권이 추 원내대표에게 있어서 불만이었는지, 작심했다는 듯 면담 성사 기사를 내고 오히려 야당보다 심하게 김건희 여사를 언급하며 대통령을 압박했다. 저는 오히려 정무적으로 한 대표가 먼저 면담을 깨고 싶어 하는구나 생각했다."
한 대표가 면담 이튿날 곧바로 친한계 인사 22명과 만찬 회동을 가진 부분은 어떻게 보는가.
"일종의 세(勢) 과시이자 특검 협박이다. 그런데 이전에도 친이(親이명박)계와 친박(親박근혜)계간 계파 갈등으로 보수정당이 15년 동안 고생했다. 그 여파로 두 전직 대통령이 다 구속됐었고 탄핵도 당했다. 그래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계파 갈등을 끌어올리는 것이 금기시돼있다. 그런데 이렇게 친한계라는 계파를 노골적으로 만들어서 세 과시하는 것은 전형적인 여의도 구태 정치다."
대통령실에선 어떤 판단으로 면담에 임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실 참모진 사이에서는 그래도 한 대표가 대통령과 만나면 뭔가 접점이 있지 않을까, 서로 대화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면담이 끝난 후 오늘까지의 행보를 보면, 한 대표는 용산과 협의해서 조율하고 설득해서 일을 해결하겠다는 것보다는 '국민 여론으로 용산을 압박해서 굴복시키겠다'는 취지 같다. 무리한 언론 플레이나 계파 정치 또는 특검 통과 등을 지렛대로 용산을 협박하겠다는 의도가 강한 것 같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 대책을 윤 대통령에게 강하게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가 받고 있는 많은 악마화 프레임들이 실제보다 과장되고 억울한 측면이 많다는 게 저나 가까운 사람들의 공감대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답한 것처럼 김 여사의 공개 활동 문제 등은 상당 부분 자제되고 있다. 그런데 이걸 중단 선언까지 하라는 것은 해외 국빈 방문 시 외교의 기본인 부부 동반 참석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김건희 라인' 비선 의혹과 관련해 한 대표는 '인적 쇄신'까지 촉구했다.
"한 대표가 '인사'를 언급한 것이 핵심 문제다. '김건희 라인'이다 '한남동 라인'이다 하는 것 자체가 단순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문제 지적이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권 전반에 대해서 본인이 개입하려 한다는 느낌을 준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남은 기간 국정 운영을 하고 개혁 동력을 가져가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무기다. 근데 이걸 한 대표가 차지하겠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시도로 읽힌다."
윤 대통령이 면담에서 '의원들이 지금까지 믿어줘서 고맙고, 다만 특검법 관련 생각이 바뀐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한 부분은 어떤 의미일까.
"윤 대통령 취지는 '특검을 가지고 날 협박하지 마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에서 이탈표 8명이 나오는 순간, 한 대표에게 유승민 전 의원이 겪었던 것보다 더 심한 '배신자 프레임' 낙인이 찍힐 것이라 생각한다. 긴가민가하던 보수 지지층도 '대통령과 영부인이 미덥지 못하더라도 정권을 어떻게 이재명과 민주당 손에 넘겨주느냐'라며 돌아설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특검이 통과되지 않도록 기를 쓰고 막아야 될 사람은 한 대표라 본다."
만약 야권 주도의 김 여사 특검법 등이 통과됐을 때 후폭풍은 어떻게 예상하는가.
"설혹 우발적으로 특검법이 통과된다 해도 '그건 우리가 한 게 아니다. 우발적이었다'는 한 대표의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다. 통과되는 순간 한동훈이 대통령과 영부인을 이재명에게 넘겨줬다는 프레임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다. 보수 내부에선 탄핵에 대한 트라우마와 아픔이 남아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주도하는 특검과 탄핵에 대해 여당의 정치인들이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한 거부 정서가 강하게 나올 것이다."
'한동훈식 정치'에 대해 구체적으로 평가한다면.
"한 대표는 배은망덕한 살모사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한 대표는 지금 정부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입었고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자가 본인 사리사욕과 인사권 등에 대한 욕심 때문에 불난 집에 부채질하든 기름을 부어서 가짜 뉴스를 더 활활 타오르게 한다는 것이 저는 용납이 안 된다. 또 정무적인 스핀닥터로서의 관점은 맞을지 몰라도 '대한민국을 어떻게 만들겠다'는 큰 철학이나 신념은 느껴지지 않는다. 본인이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얼마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주위를 설득해서 내 편을 늘려가면서 실제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친윤계 의원들과도 최근 당내 문제로 자주 소통하고 있는가.
"그렇다. 최근 친윤계 의원들의 고민은 이 부분이다. 자기들이 포문을 열고 한 대표의 말을 받아쳤을 때 진짜 친이-친박 갈등처럼 계파 갈등이 확전돼서 당이 정말 깨질까, 솔로몬의 엄마 같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약간 걱정되는 것은, 윤한 면담 이후로 언론에 공개적 입장을 내는 친윤계 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금씩 양측이 톤 다운을 하는 등 양보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도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며 국정 운영에서의 굳은 의지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이 매우 어렵다. 야당은 동행명령장 들고 한남동 관저까지 찾아와서 난동을 피우고, 근데 거기에 대한 당 차원의 방어는 없이 한 대표와 친한계가 뒤에서 발목을 잡는다고 느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타협을 하거나 개혁 과제를 접거나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 같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타협을 하는 성격이었으면 지금의 '윤석열 대통령'은 없었을 것이다."
윤 대통령 임기가 곧 반환점을 돈다. 그간 국정 운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개혁 과제들이 정치적 상황을 거치고 시간이 지나면 그래도 국민들에게 '할 일을 한 대통령'으로 평가받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 외교관계라든가 대외적 경제 지표 등에 있어서 윤석열 정부가 성과를 많이 내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히 거시경제 측면에선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했다. 그래서 저는 이 정부에서 결국 추진하는 개혁 과제들이 후에 제대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다만 그 과정에서 타협을 할 것은 아니지만, 국민들과 더 자주 소통하고 설명할 필요는 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서 정권을 만들고 보니, 윤석열 정부가 처한 상황이 정권 초부터 너무나 어려웠다. 진짜 힘들게 만든 정부를 지키지 않는 것은 책임 회피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친윤 스피커를 하고 대통령을 호위하는 것이 저의 정치적 이미지에 꼭 플러스만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 나한테 정치적 진흙이 튀더라도 최후까지 윤석열 정부를 지켜야 된다는 소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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