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라, 부인하라, 패배 인정말라”… 트럼프는 괴물이 됐다
‘악마 변호사’ 로이 콘 만나면서
돈·성공 향한 탐욕적 인생으로
前부인 주장한 ‘트럼프 성폭행’
‘낮은해상도’의 저화질로 표현
카메라 고발 느낌 더해져 충격
‘천박한 냉혈한’ 조롱 섞어 묘사
트럼프 “싸구려 중상모략” 발끈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이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왜 이 영화를 “싸구려 중상모략”이라 부르며 발끈했을까. 영화를 보면, 이해가 간다. 미 대선(11월 5일)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에 이어 국내 관객과 만나는 영화 ‘어프렌티스’(23일 개봉) 얘기다.
‘어프렌티스’에서 트럼프(세바스찬 스탠)는 조롱의 대상이면서 위협적인 괴물로 묘사된다. 특히 집집이 찾아가 밀린 월세나 받으러 다니던 부잣집 애송이 트럼프가 어떻게 미국을 집어삼키는 괴물이 될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숨 가쁘게 펼쳐나간다.
야심은 크지만, 방법을 몰랐던 젊은 트럼프는 ‘악마 변호사’라 불리는 로이 콘(제러미 스트롱)을 상류층 클럽에서 만난다. “미국은 법의 나라가 아니라 사람의 나라”라는 콘은 사람에 대한 음해와 협박을 가리지 않는 고위층 전담 변호인이자 성공한 정치 로비스트다. 트럼프는 콘의 뒤꽁무니를 쫓으며 자기를 도와달라고 애원한다. 심지어 화장실까지 뒤쫓아온 젊은이에게 콘은 인생의 도박을 걸기로 한다. 견습생을 의미하는 ‘어프렌티스’는 콘과 트럼프의 관계를 상징하는 단어이자, 트럼프가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동명의 예능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콘은 애송이 트럼프에게 ‘성공의 3원칙’을 주입한다. 그리고 이 3원칙은 이후 트럼프 삶의 잣대가 된다. 첫째, 공격하고 또 공격하라. 둘째, 진실을 부인하라. 네가 말하는 게 진실이다. 셋째, 어떤 경우에도 승리를 주장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말아라.
트럼프는 콘의 가르침에 따라 호텔과 트럼프 타워를 지을 때 뉴욕주로부터 세금을 감면받고, 첫눈에 반한 이바나와 결혼하며, 급기야 정신적 아버지이자 스승인 콘의 뒤통수를 친다. 탈법과 악행으로 승승장구하던 트럼프는 뉴욕이란 도시를 넘어 미국이란 나라를 자신의 손에 움켜쥐려는 욕망이 커져간다.
영화 속 트럼프의 행적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트럼프의 현재 모습이 떠올려진다. TV 토크쇼에서 “다음엔 대통령이나 돼볼까”라고 농담조로 얘기했던 트럼프는 실제로 대통령이 됐고, 지금도 대통령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트럼프의 성공은 미국 보수주의와 자본주의의 추한 민낯이자 타락의 역사이기도 하다. 작품을 연출한 이란 감독 알리 아바시는 “트럼프의 삶엔 관심 없다”며 “시스템이 구축되고, 권력이 시스템을 통해 흐르는 방식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일부러 해상도 낮은 필름으로 찍어 ‘카메라 고발’ 느낌을 살린 대목이 많다. 특히 절제력을 잃은 트럼프가 전 아내 이바나를 강간하는 장면은 저급한 화질로 인해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혼 과정에서 트럼프에게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이바나의 주장을 인용한 것으로, 트럼프는 부인했다.
영화에서 트럼프는 늘 비어있는 머리를 넘기고, 천박하게 생각하며 행동한다. 동시에 돈과 성공만 밝히는 비인간적인 냉혈한이다. 영화 말미 금전적 이득을 위해 치매 증상인 아버지를 속이려 들고, 은인이자 정신적 아버지인 콘을 농락하는 트럼프는 진정한 괴물이 된 것처럼 보인다. 콘의 장례식과 복부 지방 절개술을 진행하는 트럼프를 병치시키는 데까지 이르면, 혀를 찰 수밖에 없다.
콘과 트럼프, 정신적 부자의 역학 관계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특히 악마 변호사에서 병들고 지쳤지만 패자가 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콘으로 분한 스트롱의 연기가 압권이다. 트럼프가 콘에게 성공 3원칙을 배우는 긴박했던 전반부에 비해, 트럼프가 성공 가도를 달리는 후반부는 느슨하고 전형적 면이 있다. 미 대선을 앞두고 개봉해 ‘문제작’을 자처했지만, 대형 배급사를 구하지 못해 북미 성적은 신통치 않다. 개봉 첫 주 주말(11∼13일)에 161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10위에 그쳤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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