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 와인이 복잡한 이유 [명욱의 술 인문학]
지구상에서 와인만큼 복잡한 술이 또 있을까? 종류만 해도 레드, 화이트, 로제, 스파클링 등 8가지 이상에 원료인 포도 역시 레드 와인 품종과 화이트 와인 품종까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어려운 프랑스어 등으로 제품명, 제조사명은 물론 동네 이름에 밭 이름까지 외워야 한다. 이 모든 정보가 제품을 고르는 데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

중앙집권의 역사가 오래된 한국과 달리 동네마다 각각의 나라(공국)가 있었으니 와인도 다르게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등급제이다. 보르도는 기본적으로 샤토(와이너리)에 등급을 준다. 부르고뉴 지역은 밭을 중심으로 등급이 형성되어 있으며, 론 지역은 마을이 중심이다. 심지어 프랑스 대표 와인 산지인 보르도는 아예 동네마다 등급이 다르게 표현된다. 우리에 비유하면 서울과 부산이 다른데, 서울 중에서도 강남과 강북이 다르고, 강남구와 강동구가 다르다고 보면 된다.

보르도는 이 지롱드강을 기준으로 좌안(강 좌측)과 우안(강 우측)으로 나뉜다. 그리고 이 좌안에 대형 럭셔리 와이너리들이 집중되어 있다. 특히 메도크 지방의 경우 강자락을 메워서 만든, 즉 간척사업을 통해 만든 포도밭이다. 수출에 용이했던 만큼 대규모 와인 제조업체가 많으며, 영국에서의 인기를 통해 세계적인 와인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화려하고 럭셔리한 샤토(와이너리)가 많다. 반대로 우안은 생테밀리옹과 같은 오래된 마을이 있는 곳이다. 마치 북촌과 같은 중세 시대 그 자체의 고즈넉한 느낌 그대로다.
보르도 와인의 특징은 좌안과 우안에 토양의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이다. 강 하나 사이로 다른 점을 나타낸다. 좌안은 자갈이나 모래층이 중심이라면 우안은 점토질이 중심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차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강의 물줄기를 통해 퇴적과 침식을 거듭해 왔기에 토양의 성질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도 다르고 와인 맛도 다르다. 이러한 배경을 통해 맛을 알아가는 것이 와인의 매력일 것이다. 너무 많아서 평생 공부해야 하는 것을 빼놓고는 말이다.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을 맡았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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