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정말 '제3의 눈'을 가졌나
힌두교 파괴의 신 시바는 눈이 셋이다. 시바의 이마에 박힌 눈은 이른바 '제3의 눈'으로 불리며, 강렬한 빛으로 모든 악을 불태워버리는 무시무시한 힘을 가졌다.
신화나 종교에 등장하는 제3의 눈을 실은 인간도 갖고 있다는 과학적 가설은 오래됐다. 사람의 청각과 후각은 시각을 잃었을 경우 대용으로 사용되는 '제2의 눈'인데, 이를 뛰어넘는 제3의 눈은 시바처럼 이마가 아닌 뇌에 존재할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제3의 눈은 두 눈으로 보지 못하는 존재, 즉 귀신 등 영적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인간의 제3의 눈을 이야기하면 꼭 등장하는 것이 '송과체(epiphysis)'다. 솔방울샘으로도 부르는 송과체는 간뇌의 제3 뇌실 뒤에 위치하는 밤송이 형태의 내분비기관이다. 생식샘 자극 호르몬을 억제하는 멜라토닌을 만들어내는데, 심미안과 연관지어 제3의 눈이 아닐까 하는 가설로 유명하다.
송과체에 대해 과거 의학 및 과학계는 이렇게 봤다. 2세기 로마의 외과의사이자 철학자 갈레노스는 송과체가 프네우마(pneuma, 영적·심적 현상)의 흐름을 조절하는 일종의 밸브라고 믿었다. 그는 이 송과체를 통해 사람의 투시, 환시가 가능하다고 여겼다. 1500여년 뒤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심신이원론(mindbody dualism, 정신과 신체는 따로라고 여기는 논리)에서 송과체를 '영혼의 자리(seat of the soul)'라고 표현했다.
종교계 역시 송과체에 관심이 많았다. 수 세기 동안 서양의 밀교들은 송과체를 끈질기게 연구했다. 일부 밀교는 힌두교의 아즈나 차크라(ājñā-cakra, 사람의 7개 차크라 중 여섯 번째. 제3의 눈)에서 착안, 송과체가 물리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를 연결한다고 생각했다.
차크라는 인간의 신체에 약 8만8000개 이상 있다고 알려졌다. 이 중 6개의 중요한 차크라가 척수를 따라 일직선으로 배열된다. 또 다른 하나가 두개골 최상부에 자리하는데, 이렇게 모두 7개 차크라를 중요하게 다룬다. 제1 차크라는 물라다라 차크라(mūlādhāra-cakra), 성기에 있는 제2 차크라는 스바디스타나 차크라(svādhişţhāna-cakra), 배꼽 근처에 있는 제3 차크라는 마니푸라 차크라(maņipūra-cakra), 가슴에 있는 제4 차크라는 아나하타차크라(anāhata-cakra), 목에 있는 제5 차크라는 비슈다 차크라(viśhuddha-cakra)라고 부른다. 미간에 위치한 제6 차크라가 바로 아즈나 차크라다.
이 신비한 송과체를 과연 현재의 과학계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환각 등에 정통한 미국 임상병리학자 릭 스트라스만 박사는 송과체와 영적 능력의 관계가 수면조절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영향인지, 아니면 강력한 환각작용을 하는 디메틸트립타민 때문인지 연구 중이다. 인간을 포함한 일부 동물의 뇌와 특정 식물에 소량 존재하는 디메틸트립타민을 아마존 원주민 주술사들은 아야와스카라는 차의 재료로 쓴다. 이 차를 마시면 영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주술사들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브라질의 한 연구팀은 제법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험에 나섰다. 연구팀은 2018년 1월부터 2019년 4월에 걸쳐 브라질 캄포 그란데 지역에서 무작위로 선발한 영매사 16명과 일반인 1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송과체의 기능을 들여다봤다. 피실험자 32명은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이었다. 연구팀은 두 그룹 피실험자들의 멜라토닌 분비량을 직접 비교해 송과체와 영적 능력의 연관성을 비교했다.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 '영혼의 자리(Seat of the Soul)'에 따르면, 송과체 크기를 비교한 결과 영매사나 일반인의 큰 차이는 없었다. 프리 스크리닝 테스트(pre-screening tests)나 수면 질 비교(PSQI, Pittsburgh Sleep Quality,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 테스트 결과에서도 두 그룹의 송과체에서 별다른 차이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연구팀은 영적 체험을 많이 하는 영매사일지라도 송과체 자체가 구조적, 기능적으로 보통 사람과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고 파악했다. 다만 연구팀은 영매사-일반인 사이의 송과체 비교는 무의미했지만, 일반인-조현병 환자 사이의 연구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영매사와 일반인 두 그룹의 대조실험과 별도로 조현병 등 강렬한 인격분열을 경험한 사람의 송과체는 보통 사람보다 작고 멜라토닌 분비량 역시 적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의 송과체는 일반과 다른데, 영적 체험이 잦은 영매사의 송과체가 일반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은 다른 의미로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즉, 이번 실험 결과 영매사의 영적 체험은 조현병 등 환자들의 질환과는 종류가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연구팀은 송과체와 영적 체험의 관계를 추측하게 될 앞으로의 연구는 송과체의 크기, 멜라토닌의 분비량 이외의 보다 심도 있는 분야를 다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계는 영매사의 능력이 지금까지 일부 학자가 주장해온 것처럼 정신질환의 일종은 아니라는 사실을 이번 실험이 밝혀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 관계자 역시 "일부에선 영적 체험을 하는 인물이나 영매사들을 해리성 장애와 연결짓곤 했다"며 "영매사들은 해리성 장애자와 달리 스트레스로부터 빨리 회복되는 등 감정조절이 가능하다. 앞으로의 송과체 실험에서 영적 능력을 정신장애와 결부하는 오류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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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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