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웅진그룹이 12년 만에 대기업집단에 복귀했다. 과거 코웨이와 극동건설을 앞세워 외형을 키웠다가 유동성 위기로 그룹 규모가 축소됐던 웅진이 다시 자산 5조원 문턱을 넘은 것이다. 다만 이번 복귀의 동력은 기존 교육·IT 사업의 성장보다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인수 효과에 가깝다. 웅진이 다시 대기업집단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상조업 편입 효과를 제외한 기존 사업 경쟁력은 여전히 검증 과제로 남아 있다.
12년 만에 돌아온 웅진…프리드라이프가 끌어올린 외형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 공정자산총액은 6조4940억원으로 재계 순위 78위에 올랐다. 웅진이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4년 지정 제외 이후 12년 만이다. 계열회사 수는 올해 기준 20개로 집계됐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집단에 부과되는 공시 의무와 내부거래 규제 대상에도 다시 포함됐다.
웅진의 재진입을 이끈 핵심은 프리드라이프다. 웅진은 지난해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8879억원에 인수했다. 프리드라이프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산총계는 3조2817억원 수준이다. 웅진의 2024년 연결 기준 자산총계가 9710억원으로 1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기업집단 복귀에는 기존 사업 성장보다 대형 인수합병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은 지난해 프리드라이프를 연결 편입한 데 그치지 않고 더블유제이라이프홀딩스, 더블유제이라이프, 현대의전, 프리드캐피탈대부 등 관련 계열사도 새롭게 연결 대상에 포함했다. 여기에 렉스필드컨트리클럽까지 관계회사에서 자회사로 편입되며 연결 자산에 반영됐다. 웅진의 외형 확대는 프리드라이프 단일 회사의 인수 효과를 넘어 인수 구조와 신규 연결 편입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조 빼면 본업 체력은…교육·IT 성장성은 과제
외형은 빠르게 회복됐지만 그룹의 뼈대인 본업 성장성은 둔화 흐름이다. 핵심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웅진씽크빅은 학령인구 감소와 경쟁 심화 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웅진씽크빅의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은 7973억원으로 전년 대비 8.1% 감소했고, 영업손실 104억원, 당기순손실 22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에듀테크 전환의 상징이었던 AI 디지털교과서 사업에서도 철수했고, 관련 투자비를 손상차손으로 반영했다.

본업이 흔들리는 가운데 웅진씽크빅이 프리드라이프 인수금융 구조를 일부 뒷받침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프리드라이프 인수 자금 8879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인수금융으로 조달됐고, 웅진씽크빅은 이 과정에서 1000억원 규모 자금보충약정을 제공했다. 당장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적자 전환한 핵심 계열사가 그룹 차원의 신용보강에 나선 구조라는 점에서 본업 체력과 재무 부담을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IT서비스와 출판·물류 계열사는 기존 사업의 한 축이지만 그룹 외형을 다시 대기업집단 수준으로 끌어올릴 성장동력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웅진북센은 매출 2112억원, 영업이익 41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냈지만 그룹 전체를 견인하기에는 규모가 제한적이다.
다만 IT 부문은 내부거래 관리 측면에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내부거래 비중은 20% 수준으로 절대적으로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2025년 기준 웅진의 특수관계자 매출 765억원 가운데 상당 부분이 웅진씽크빅에서 발생했다. 대기업집단 재진입 이후에는 내부거래 규모와 거래 조건의 적정성도 관리 대상이 되는 만큼, 대외 매출 확대와 계열사 거래 투명성을 함께 입증해야 한다.
몸집 커진 웅진, 이제는 관리 능력 검증
프리드라이프가 끌어올린 외형에는 상조업 특유의 재무 구조도 반영돼 있다. 프리드라이프의 자산 이면에는 고객 선수금이 자리하고 있다. 선수금은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만큼 자산과 부채를 동시에 키운다. 실제 웅진그룹의 연결 부채비율은 2024년 414%에서 2025년 1490%로 크게 높아졌다. 자산 확대 효과는 크지만 할부거래법에 따라 선수금의 50%를 은행 등에 보전해야 하는 등 규제 부담도 적지 않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웅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재진입은 단순한 외형 확대에 그치지 않는다”며 “대규모 내부거래와 비상장회사 주요 사항 등 더 많은 경영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만큼, 계열사 간 거래와 자금 흐름을 투명하게 관리해야 하는 단계로 들어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시 제도 적용을 경영 투명성과 주주가치를 높이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우선 재무 안정화에 집중해 내실을 다진 뒤 적극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공시 의무와 각종 규제 등 제도 변화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해 투명하고 책임 있는 경영으로 시장 신뢰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최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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