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석유시설 노린다면…"유가 100달러 돌파할 수도"
[편집자주] 2023년 10월7일 발발해 1년이 된 가자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로 시작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헤즈볼라와 후티 반군을 넘어 이란으로까지 번졌다.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려운 중동전쟁 상황과 확전 배경, 국제사회 영향 등을 두루 짚어본다.
중동에서의 확전 가능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유가다. 1일에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소식에 유가는 2%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서부 텍사스산 원유 11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2.4% 오른 69.83달러를, 영국 브렌드유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2.6% 상승한 73.56달러를 각각 나타냈다.
다만 장중 5%가량 오른 데 비하면 상승 폭을 줄인 것이며,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 첫 거래일에 유가가 4%대 뛴 데 비해서도 낮다. 유가 자체도 당시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0월19일 92.38달러까지 오른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조차 2022년 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유가가 120달러를 넘어섰던 것에 비하면 크게 낮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혼란의 여파가 남아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에 제재를 가하면서 전세계 석유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로 유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가을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에서 전투가 지속됐음에도 유가가 하락한 것은, 산유국인 이란의 직접적인 개입이 없는 가운데 미국의 석유 생산량이 늘고 중국의 경기 둔화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래피단 에너지 그룹의 사장인 밥 맥널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과 이란으로 전선을 돌리면서 이 전쟁은 에너지와 좀더 관련이 깊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며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이 "불균형적으로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MST 마르퀴의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인 사울 카보닉도 "(중동 분쟁이) 원유 공급에 중대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수준이 임박했다"며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거나 이번 분쟁으로 이란의 석유 수출에 제재가 가해진다면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웃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공격할 경우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란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320만배럴이며 이 가운데 약 50%를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FRA 리서치의 리서치 담당 부이사인 스튜어트 글릭먼은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생산시설을 공격한다면 원유시장은 석유 공급량 감소를 겪게 된다"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 상당히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유국인 이란이 직접 당사자로 나선 중동 분쟁만으로도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우려되는데 미국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이 1일부터 대규모 파업에 들어가 물류비 상승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미국 항만 노동자들은 이날부터 미국 해상운송의 절반을 차지하는 동남부 항구 30곳 이상에서 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컨테이너 운송비가 벌써부터 들썩이며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동에서의 전면전 리스크와 미국 항만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이날 0.9%와 1.5%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와 달러, 금 등으로는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이날 0.056%포인트 떨어진 3.742%를 나타냈다.(국채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0.4% 오르며 지난 9월13일 이후 처음으로 101을 넘어섰고 금값은 1.1% 상승한 2667.30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주 기록한 사상최고치에 근접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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