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生신인이 '넷플릭스'대작에 캐스팅된 이유는...

['마스크걸' 인물탐구①] '김모미' 이한별에 빠져들다
이한별 SNS

이한별.

앞으로 기억해야할 이름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이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거미줄처럼 얽혀 일어나는 사건들을 적나라하게 그려내 공개 직후부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주인공 김모미 캐릭터를 고현정, 나나, 그리고 이한별까지 3명의 배우가 나눠 맡은 가운데 신예 이한별은 충격적인 사건의 서막을 알리는 극 초반부의 김모미로 활약한다. '1역 3인 캐스팅'이니만큼 제작진은 시간 순서로 극에 등장하는 김모미 역의 배우들을 알파벳 순서대로 불렀다. 이한별은 '김모미 A'. 나나가 B, 고현정이 C였다.

'마스크걸'에서 초반 김모미를 연기한 이한별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연기 경력은 다른 김모미들에 비해 전무하지만, 작품에서의 활약은 만만치 않다.

이한별이 그린 김모미는 회사에선 소심하고 평범한 직장이지만 밤마다 카메라 앞에서 주체할 수 없는 '끼'를 방출하는 BJ 마스크걸로 활동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기행'에 가까운 김모미의 일상이 '낯선 얼굴' 이한별을 통해 펼쳐지면서 보는 이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 모델 에이전시까지 훑어 찾은 보석

"(이한별)배우 프로필을 처음 보고 강렬한 느낌을 받았고, 직접 만나보고 싶어 오디션을 진행했다. 차분하고 지적이고, 인간적으로 매력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마스크걸'의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김용훈 감독이 이한별을 두고 한 말이다.

감독과 제작진은 캐스팅 과정에서 가장 고민이 컸던 역할은 이한별이 연기한 '김모미A' 였다고 밝혔다. 예뻐지고 싶은 욕망, 사랑받고 싶은 열망 그리고 외모 콤플렉스가 뒤섞인 극 초반 김모미의 복합적인 특성과 내면을 표현해야했기 때문이다.

'마스크걸'에서 이한별은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밤에는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BJ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제작진은 기존 매니지먼트사에 속한 연기자들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원작의 김모미' 이미지를 위해 모델 에이전시 프로필까지 샅샅이 훑었다. 살펴본 인원이 족히 1000명은 된다는 게 감독의 설명. 그 과정에서 '운명처럼' 발견한 인물이 바로 이한별이다.

김용훈 감독은 "모델 에이전시까지 수소문하는 과정에서 (오디션에)접수하는 분의 컴퓨터 모니터에 있던 이한별의 사진을 조감독이 발견했다"며 "그렇게 프로필을 받았고 강렬한 인상으로 오디션까지 진행했다"고 돌이켰다.

감독은 이한별에게서 "차분하고 지적인, 인간적인 매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마스크걸'의 시작을 책임지는 초반 김모미에게 필요한 부분과 일치하는 이한별의 모습과 매력 덕분에 캐스팅이 성사됐다.

● 욕망이 중첩된 이질적인 캐릭터, 완벽히 소화

7부작인 '마스크걸'에서 이한별은 1~2부를 책임진다. 김모미라는 문제적인 인물이 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결핍과 콤플렉스를 갖게 됐는지를 보여준다. 다소 소심한 듯 보이는 직장 생활에서 유부남 상사를 짝사랑하다가 뜻밖의 사건들에 엮어 끝내 파국을 맞는 상황이 이한별을 통해 그려진다.

무엇보다 이한별은 김모미라는 인물이 지닌 터질듯한 긴장감, 그를 둘러싼 또 다른 인물들이 품은 노골적인 모습들은 '마스크걸'을 향한 집중도를 높인다. 일단 보기 시작하면 7부까지 정주행할 수밖에 없는 팽팽한 긴장과 속도감, 끝내 연민과 슬픔까지 밀려들게 하는 탄탄한 발판을 다진 주역, 다름 아닌 이한별이다.

이한별은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신인임에도 실제 외모 콤플렉스와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이 중첩된 이질적인 캐릭터를 아슬아슬하게 표현한다. 특히 또 다른 김모미 역을 스타 배우인 고현정과 나나가 맡는 상황에서 캐릭터 그 자체로 어깨를 나란히한다.

'마스크걸'에 출연한 이한별의 모습. 사진제공=넷플릭스

이한별은 '마스크걸'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보면서 모미가 지닌 불안함, 결핍 같은 감정에 동질감을 느꼈다"며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한 마음으로 모미를 바라보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감독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로부터도 용기를 얻었다고도 말했다.

김용훈 감독은 이한별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그런 믿음은 이한별을 대담하게 움직이게 했다.

극 후반부의 김모미, 즉 현장에서는 '김모미 C'로 불린 고현정은 이한별을 보자마자 힘껏 안아줬다고. 본인을 '김모미 C'로 지칭하면서 반갑게 맞아주는 고현정과의 만남은 이한별에게 "세 명의 배우가 함게 만든 김모미의 경험"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했다. "캐릭터를 사랑하는 고현정 선배님의 환대에 따듯하고 감사했다"는 마음도 갖게 했다.

'마스크걸' 화제에 힘입어 매니지먼트사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이한별. 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이한별의 에너지의 잠재력은 '마스크걸' 공개와 동시에 매니지먼트사 계약 체결 소식으로도 이어졌다.

배우 이준혁과 유재명, 염혜란 등이 소속된 에이스팩토리는 이한별과의 전속계약을 맺고 "다양한 연기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스크걸'이 발굴한 이한별이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