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도미노’ 피했지만…미 정치권 “네 탓”

김유진 기자 2023. 3. 14.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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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돈 퍼스트리퍼블릭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없어”
중소 은행주 폭락…불안 여전
민주·공화당 책임공방 가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 다른 중소은행들의 도미노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가능성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 등 신속한 대책에 힘입어 일단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증시가 대폭락하는 ‘블랙먼데이’를 피해갔음에도 중소형 은행주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혼란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SVB 사태에 관한 책임 공방도 달아오르고 있다.

위기설이 돌았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짐 허버트 회장은 13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나와 뱅크런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이 은행의 주 고객은 SVB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과 밴처캐피털 투자자들이다. 허버트 회장은 대형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지원 자금 등으로 고객들의 인출 요구 금액을 지급했으며, 대규모 예금 인출은 없었다고 밝혔다.

연방 당국이 폐쇄된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해 보험 한도에 상관없이 ‘모든 예금자 보호’ 방침을 세우면서 일단 다른 금융기관으로까지 위기가 번지는 것은 막아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이날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62% 가까이 하락했고, 여타 지역 기반 중소형 은행주도 폭락하는 등 시장 불안은 이어졌다.

SVB 사태 원인과 대응을 놓고 미 정치권 내에선 공방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민주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8년 중소·지역 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 SVB 사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오전 대국민 연설에서 금융위기 재발을 막고자 2010년 도드-프랭크법 등의 조치들을 도입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 중 일부를 철회했다”면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에 따른 인플레이션 심화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연쇄 작용을 일으켰다며 바이든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대선 주자들도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세에 가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29년보다 더 크고 강한 대공황을 맞을 것”이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이자 가장 바보 같은 증세로 바이든은 우리 시대의 허버트 후버(대공황기 미 대통령)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SVB 인사 정책 등에 내재된 ‘워크(woke·공화당이 인종·성차별·정의 등의 이슈에서 진보적인 이들을 공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 문화’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연준은 SVB의 감독 및 규제에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한 평가에 착수한다고 이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성명에서 “SVB 관련 사건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하고 신속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준은 오는 5월1일 SVB에 대한 자체 평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을 감사한 세계적인 회계법인 KPMG도 조사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KPMG가 두 은행에 대한 적정의견의 감사보고서를 승인한 지 각각 불과 14일, 11일 만에 이들 은행이 붕괴함에 따라 규제 당국의 조사와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SVB를 상대로 한 주주들의 법적 행동이 봇물을 이룰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SVB 주주들이 이날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법원에 SVB의 모기업인 SVB 파이낸셜그룹의 그레그 베커 최고경영자(CEO)와 대니얼 벡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주주들은 집단소송에서 경영진이 금리 상승으로 은행의 사업 기반이 약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아 피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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