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사망’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할머니 죄 없어’ 종결

사고 1년10개월 만에 형사 책임 완전히 벗어
국과수 감정 받아들이지 않고 불송치 ‘이례적’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된 도현군의 할머니가 경찰 조사를 마치고 아들의 부축을 받고 경찰서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차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손자를 잃은 할머니가 수사기관의 재수사 결과 ‘죄가 없다’는 판단을 받고 혐의를 벗게 됐다.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최근 춘천지검 강릉지청의 ‘송치요구 불요’ 결정에 따라 사건 관련 서류를 검찰로부터 넘겨받았다고 30일 밝혔다. ‘송치요구 불요’란 불송치 결정을 했던 경찰이 검찰의 요청에 따라 사건을 재수사했음에도 ‘혐의가 없다’는 결과를 검찰에 보낼 경우, 검찰 역시 기소할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해 사건을 종결짓는 결정이다.

이로써 할머니 ㄱ(71)씨는 사건 발생 1년10개월 만에 형사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ㄱ씨는 2022년 12월6일 강릉시 홍제동에서 손자 이도현(사망 당시 12살)군을 태우고 승용차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로 도현 군을 잃고,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할머니와 도현이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서 ㄱ씨에 대한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가 빗발쳤다.

결국 경찰은 ‘기계적 결함은 없고,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있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2023년 10월 ㄱ씨의 혐의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 사안이라고 판단해 불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급발진 의심 사고의 책임 소재를 둘러싼 도현이 가족과 자동차 제조사 간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제출된 자료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사건을 다시 살핀 경찰은 9개월간의 재수사 끝에 앞선 수사와 마찬가지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급발진 의심 사고 형사사건에서 경찰이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불송치 결정을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전국적으로도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현이 가족은 현재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7억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을 한 뒤 내년 2월께 1심 판결을 선고할 방침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국회에서는 자동차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제조물의 경우 제조업자가 결함이 없음을 입증하도록 하는 제조물책임법 개정안 이른바 ‘도현이법’ 제정이 논의되고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