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률에 매몰된 종신보험...판매 악순환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명보험사들이 이달부터 새로운 경험생명표를 반영한 개정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다만 한동안 큰 이슈를 불러온 단기납 종신보험의 경우 대부분 생보사의 (해약)환급률이 120%대에 수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직접적인 제재는 하지 않았지만 생보사가 금감원의 눈높이에 맞춰 환급률을 자율적으로 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에서 110%까지 환급률을 낮출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지며 판매량도 어느 정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영업현장에서는 지난 1월과 달리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크게 주목하지 않는 분위기다. 이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많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대리점(GA) 업계 관계자는 "130%대 환급률을 경험한 고객이 그 이상의 상품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며 "110%대 상품이나 120%대 상품이나 소비자는 환급률이 적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단기납 종신보험이 주목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업현장에서 종신보험의 판매 촉진을 위해 판매방식을 바꾸는 것은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 종신보험 본연의 취지를 언급하며 고객의 마음을 사기보다 환급률 비교가 그나마 고객의 관심을 이끌어내는데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결국 금감원의 적극적인 개입이 '종신보험은 환급률'이라는 판매 전략의 고착화를 부추긴 셈이 돼버렸다.

이같은 분위기는 생보사가 GA채널의 판매 촉진을 위해 배포하는 소식지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소식지는 여전히 환급률과 적용 이율, 납입완료보너스 등에 대한 안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환급률은 하이라이트 표시가 돼있어 눈에 쉽게 띈다.

이달부터 새로운 경험생명표 반영으로 사망보장의 경우 보험료가 이전에 비해 저렴해졌음에도 이를 어필하는 생보사가 드문 것도 판매 전략과 연관이 있다. 소비자가 눈여겨 보는 것은 사망보장금이 아니라 해약했을 때 환급금이라는 점을 인지해서다. 결국에는 환급률에 매몰돼 상품 본연의 취지와 벗어난 상황을 맞이한 셈이다.

GA업계 한 지점장은 "사망보험금 체증형 상품이 많아지고 있지만, 종신보험을 사망에 대비한 상품이라고 생각하기보다 10년 후 목돈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한 상품으로 접근하는 고객이 많다"며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할 소지가 있어도 영업현장에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대로 상품 판매 전략을 짤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8일 현재 판매중인 종신보험을 취합해보면 생보사 빅3로 분류되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122%대의 환급률을 제시했다. 빅3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신한라이프도 환급률이 122%대로 나타났다. 중소형 생보사는 이보다 1~2%포인트 높은 수준에서 형성 중이다. 이중 가장 높은 환급률을 보이는 곳은 ABL생명 'THE드림종신보험'으로 환급률을 124.5%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어 동양생명(124.06%), 처브라이프(124.0%)가 뒤를 잇고 있다.

환급률 경쟁이 치열했던 시절에도 환급률을 높이지 않았던 KB라이프생명이 120%대 환급률을 명시한 상품 판매를 개시한 것도 눈에 띈다. 그동안 KB라이프생명은 5년납/7년납 10년 시점 기준 110%대 환급률을 유지해왔다. KB라이프생명은 이달 초 출시한 'KB 함께크는 약속 종신보험'에서 5년납 10년 시점 환급률을 최대 120.6%까지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KB라이프생명은 제판분리로 인해 전속 설계사가 없지만 KB라이프생명의 상품 판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회사형 GA인 KB라이프파트너스가 있다. KB라이프생명이 120%대 환급률 상품을 출시한 데는 KB라이프파트너스 소속 LP(설계사)들이 영업현장에서 자사 상품의 환급률이 낮아 판매하는데 애로사항이 많다는  목소리가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월 130%대 환급률 상품을 출시했다 판매를 중단한 NH농협생명도 이날(8일) '투스텝NH종신보험'을 개정하며 5년납 10년 시점 환급률을 123.4%까지 조정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