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서 다 사게 되네?" 이마트·다이소, '미묘한 동거' 시작됐다[르포]
'와우샵' 전진 배치…체류시간 늘리고 집객 강화
'오케이 프라이스' 353종…파격 초저가에 판매량↑
한 건물 내 동선 겹침…이마트·다이소 관계 '변수'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요즘 장볼 때마다 싼 게 많아져서 좋아요. 반찬통이나 주방 식기 같은 건 겸사겸사 담아오거든요. 굳이 다이소까지 안 올라가도 되고요.”
지난 26일 오전 서울시 성동구 이마트(139480) 왕십리점. 매장 입구 길목의 초저가 편집숍 ‘와우샵’ 앞에서 장바구니를 든 고객들이 일제히 발걸음을 멈춘다. 텀블러·밀폐용기·청소도구가 빼곡한 노란 간판 매대다. 40대 주부 A씨는 매대를 훑어보다가 수납바스켓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는 “시간을 내어 마트 온 김에 이것저것 보게 된다”면서 “1000원, 2000원짜리가 많으니까 부담 없이 손이 간다”고 했다. 같은 건물 3층엔 다이소 왕십리역점이 있다. 에스컬레이터 한 층 거리다.

5000원 이하 전방위 확장…식품 넘어 가전까지
이마트가 다이소식 초저가 전략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저가 자체브랜드(PL) ‘오케이 프라이스’ 상품군을 가공식품·일상용품 위주에서 주방·청소용품·소형가전까지 넓혔고, 전 상품을 5000원 이하로 구성한 초저가 와우샵도 규모를 확대하며 매장 입구에 공격적으로 배치 중이다. 향후 이마트의 핵심 집객 테넌트 다이소와 ‘미묘한 동거’가 시작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품·생활용품 코너로 발걸음을 옮기면 오케이 프라이스가 매대 곳곳에 파고들었다. 참치통조림·딸기잼·김 등 식품류부터 욕실화·청소솔 세트까지 영역이 넓어졌다. 이마트는 이달 127종을 추가 출시해 총 353종으로 늘렸다. 이제는 ‘제법 쓸만한 게 많아졌다’는 게 현장 고객의 대체적 반응이다. 40대 주부 B씨는 “처음엔 두부·콩나물 같은 것만 있어서 별로였는데, 이제는 김이나 드레싱도 생기고 쓸 만한 게 늘었다”며 “종류가 다양해지니까 전보다 자주 보게 된다”고 했다.
성과도 두드러지고 있다는 게 이마트의 설명이다. 와우샵은 현재 11개점에서 운영 중으로 점포별 매출이 목표 대비 최대 2배 이상을 초과 달성했다. 오케이 프라이스도 인기다. 지난해 8월 론칭 이후 현재까지 스페인 냉동 대패 돈목심(4980원)은 45만팩, 두부(980원)와 콩나물(980원)은 각각 117만개·99만개가 팔렸다. 일반 브랜드 상품과 비교해 최대 50% 저렴한 가격이 실구매로 이어진 셈이다.

영역 겹치며 긴장감…이마트·다이소도 관계 ‘변수’
물론 아직 개선할 부분도 눈에 띈다. 4980원이라는 스팀다리미·드라이어 등 소형가전은 전용 존 없이 일반 매대에 흩어져 있어 찾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와우샵·오케이 프라이스·노브랜드가 한 매장 안에 혼재하면서 품목이 겹치고 브랜드 간 경계도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많다. 60대 여성 C씨는 “싸다는 건 알겠는데 노란 간판, 파란 간판, 노브랜드까지 한 바퀴 돌고 나면 뭘 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며 “다리미가 5000원이라길래 찾아봤는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그냥 포기했다”고 했다.

일각에선 다이소와 이마트의 관계가 앞으로 미묘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이마트 전국 133개 점포 가운데 약 30곳에 다이소가 테넌트로 입점해 있다. 그간 집객을 이끄는 이마트의 핵심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마트가 와우샵과 오케이 프라이스를 앞세워 생활용품 초저가 영역을 직접 채우기 시작하면서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같은 건물 안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동일한 고객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직접적인 충돌로 보기는 어렵지만, 이마트가 초저가 생활용품 영역을 확대할수록 같은 건물 안에서 고객 동선이 겹치는 상황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주방·생활용품 등 가격대가 유사한 상품군이 많아질수록 지금껏 공존해온 양측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noretur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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