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저칼로리 식단, 당뇨 개선에 효과적이다?

- 칼로리에만 초점을 맞추면 영양 균형 깨질 수 있어
- 당뇨 극복에는 근육량 유지가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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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극단적인 저칼로리 식단’이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다. NHS는 1년에 걸친 제2형 당뇨병 완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란셋 당뇨병&내분비학(Lancet Diabetes & Endocrinology)」에 발표했다.

등재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NHS의 프로그램을 완료한 사람의 3분의 1이 당뇨 증세가 나아진 결과를 보였으며, 그중 일부는 최대 38파운드(약 17kg) 감량에 성공했다. NHS는 이러한 긍정적 결과에 힘입어 기존 대비 2배 인원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NHS의 극단적 저칼로리 식단은?

미국 건강포털 웹엠디(WebMD)에 따르면 NHS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첫 12주 동안 하루 800~900칼로리만 섭취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메뉴는 식이 대체품 전문업체에 의해 공급되는 저칼로리 수프, 밀크 쉐이크, 포리지(Porridge, 오트밀과 유사한 아침식사), 스낵바로 구성된다.

12주에 걸친 식이조절 단계를 마치고 나면 각 참가자들은 영양 면에서 균형 잡힌 식단을 재도입하면서 개인별 맞춤 코칭을 진행한다. 전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NHS의 의료팀의 지속적인 모니터링 서비스와 함께 혈당 수치 변화도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27세의 여성 로렌 오하간(Lauren O’Hagan)은 “처음 일주일 동안 설탕이 줄어들면서 몇 번 울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쉬워졌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저칼로리 식단과 함께 당뇨 치료제의 하나인 ‘마운자로(Mounjaro)’를 투약하면서 비정상적인 저혈당까지 경험했다. 의료팀 모니터링을 통해 투약을 중단했고, 안정적인 혈당을 되찾았다. 결과적으로 오하간은 28파운드(약 12kg)를 감량하는 데 성공했다.

극단적 저칼로리,
당뇨 완화에 도움될까?

첫 12주 동안의 극단적인 저칼로리는 어떻게 당뇨 완화에 도움이 될까? 가장 근본적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 양이 적어지므로 혈당 상승이 제한적이다. 에너지 섭취량이 적으니 자연스레 체중도 줄고, 적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슐린 민감도가 개선된다.

또한,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체지방을 분해해 사용하게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탄수화물 및 지방 대사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어가게 된다.

원리는 매우 바람직해보이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내용이다. 미국 뉴저지 주에 있는 러트거스 로버트 우드 존슨 메디컬 스쿨의 쿠날 샤 박사는 단기적인 칼로리 제한이 체중 감량 및 혈당 수치 완화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방식은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단기 연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뉴욕 시티에서 비만치료 의사로 일하는 수 데코티스 박사도 비슷한 맥락을 지적했다. 환자가 가공식품이나 섬유질이 부족한 식단을 자주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식이 대체품을 활용하는 식이 제한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라면 이러한 극단적 식이 제한은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제2형 당뇨병,
근육량 유지가 중요

수 데코티스 박사는 “누군가 정말 인슐린 저항성이 클 경우,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하면 실제로 체중이 증가할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인슐린 수치 증가로 지방 저장이 촉진되고, 저칼로리 식단으로 신체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대사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식 섭취량을 갑작스럽게 줄이게 되면, 신체는 기초 대사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적응한다. 초기에는 빠른 체중 감량이 이루어질 수 있지만, 대사량이 줄어들면서 어느 순간 체중은 정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는 오히려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근육은 포도당을 효과적으로 소모하는 주요 조직이다. 근육량이 많으면 더 많은 당분을 소모하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낮아지기 쉽다. 지방에 비해 칼로리 소모량이 많기 때문에 기초 대사량 개선에 기여한다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저칼로리 식단,
핵심을 잘 짚어야

NHS에서 수행한 연구에서 ‘당뇨 완화를 위해 저칼로리 식단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인 것은 맞다. 실험 참가자로서 인터뷰에 응한 로렌 오하간의 사례는 분명 고무적이다. 혈당 수치가 안정화되고 체중도 대폭 감량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을 자세히 보면 저칼로리 식단을 맞추기 위한 식이 대체품이 적극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바꿔 이야기하면 해당 제품의 효능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으로 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 연구에 대해 의료 전문가들이 덧붙인 의견을 좀 더 비중 있게 봐야할 필요가 있다.

저칼로리 식단은 단기간 내 빠른 체중 감량을 통해 당뇨 증세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었음을 입증했다. 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실험 참가자가 그랬듯, 진행 도중 의료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한 순간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이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저칼로리’와 ‘12kg 감량’이라는 눈길을 잡아끄는 키워드에만 주목하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에 의한 관리 하에 진행돼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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