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파장]응급실 지원 신청한 병원 전무…'환자 뺑뺑이'도 여전
"추가로 응급실 근무하는 군의관 없어"
의사 블랙리스트 유포에 엄단 조치 강조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정부가 응급실 인건비를 직접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신청한 병원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력 부족으로 응급실 비상이 걸린 사이 제주에서 인천까지 환자가 헬기로 이송되는 등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도 이어지고 있어 추석 연휴 정부 대책의 가시적 효과는 아직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통령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11일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의료진 채용을 위해 인건비 지원을 신청한 병원이 몇 곳이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직까지 정식으로 인건비를 신청한 병원은 없다"고 답했다.
정 정책관은 "채용이 돼야 예산을 신청한다"며 "과거에도 예비비를 통해서 신규 인력 채용 예산을 지원했다. 인력을 채용하고 일을 시작한 이후에 비용을 신청받아서 정산하는 체계기 때문에 신청 여부와 무관하게 인력을 채용해 일을 하게 되면 나중에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추석 연휴 응급실 인력 확보를 위해 의사·간호사 400명 채용에 월 37억원가량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당장 추석 연휴까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 실제 인력이 충원될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 정책관은 '연휴 기간 의료진을 채용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현장 의견이 있다'는 지적에 "정식적인 채용 절차를 거쳐서 새롭게 뽑는 직원들 외에도 추석 연휴 기간 파트타임으로 일할 수 있는 의료진에게 일종의 당직비 개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산을 집행하려 한다"며 "전체적으로 인력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많은 인력을 채용하는 게 쉽지는 않지만 지역에 따라서, 병원에 따라서 채용할 수 있는 인력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군의관 250명 응급실 긴급 파견의 효과도 아직은 뚜렷하지 않다. 배경택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군의관들 중 응급실에 배치된 사례가 있냐'는 질문에 "추가적으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군의관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복귀를 요청한 사례가 있냐'는 질문에도 "아직까지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
앞서 응급실에 우선 배치된 군의관 15명 중 이대목동병원과 아주대병원에 배치된 일부는 임상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 기존 근무지로 돌아갔다. 이후 파견된 나머지 235명은 현재 병원의 시스템이나 업무와 관련된 협의를 하고 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점 지역응급의료센터'도 아직 지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정 정책관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신청이 끝나지 않았다. 현재 20여개 이상의 지역응급의료센터가 신청했다. 내부적인 기준을 갖고 15곳을 선정해 조만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추석 명절 비상응급대응 주간' 운영에 돌입했으나 아직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응급실 뺑뺑이 사례는 또 다시 발생하면서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는 고조되고 있다. 지난 9일 임신 25주 차 고위험 임신부가 제주에서 인천으로 항공 이송된 사례가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달 9일에도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작업 도중 상해를 입은 노동자가 전문의 부족으로 16시간 동안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는 등 응급실 뺑뺑이를 겪었다.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된 28개월 여아가 한 달째 의식불명에 빠진 사실도 알려졌다.
정부는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공개하는 블랙리스트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고 경고했다. 정윤순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진료에 종사 중인 의사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행위"라며 "정부는 범부처 협력을 강화해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의대생 커뮤니티에 올라온 '의료 공백으로 더 많은 국민이 죽어야 한다'는 취지의 글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정 실장은 "일부 의사 또는 의대생들의 잘못된 인식과 행동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의료계에서도 환자 곁을 지키고 계신 의료진들의 노고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선배 그리고 동료 의사들이 일부 의사의 부적절한 행동을 바로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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