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밀수입품이 된 한미 '텐텐', 평범한 영양제가 '상징'이 되다
‘텐텐’은 본래 비타민 A, B, D, E 등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된 어린이·청소년 성장 영양제로, 국내에서는 2~3만 원(120정 기준)에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 제품이 공식적으로 유입되지 않아, 중국을 통해 포장을 제거하거나 재포장한 후 비밀리에 밀수입된다. 최근 북한 내에서 이 영양제가 한 통에 500위안, 즉 약 10만 원에 팔리고 있으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키가 곧 ‘출세’…북한 사회의 특별한 신장 문화
북한에서는 키가 단순한 신체적 특징을 넘어 사회적, 정치적 위치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지표로 여겨진다. 공식 정치행사, 대열 배치, 단체사진 등에선 키가 큰 학생이 맨 앞에 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간부나 지도층의 눈에 띄는 것이 장래 진로와 출세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특히 남성의 키가 작으면 군 입대나 국가 주요 직업군 배치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해, 부모들은 자녀의 키 성장에 더욱 집착한다.

'김주애 효과'…지도자 가족의 피지컬도 경쟁력?
최근 북한에서 어린이들의 키 성장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계기 중 하나가 바로 김정은 딸 김주애의 ‘폭풍 성장’이다. 공개석상에 나타난 김주애의 훤칠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많은 부모들이 “왜 우리 아이는 저렇게 크지 않나?” 싶어 고민하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남조선 영양제를 먹였다더라”는 입소문과 함께, 텐텐과 유사한 외국산 영양제까지 동나고 있다. 자녀 키 성장이 곧 가족과 집안의 명예, 사회적 성공을 결정한다는 메시지가 다시 한 번 확고해진 셈이다.

고가임에도 특권층만의 전유물…'절실함'이 만든 품귀
텐텐의 북한 내 인기에는 현실적인 한계도 명확하다. 평안도, 양강도 등 장마당(시장)에서는 일반 서민들이 쉽게 구입할 수 없는 가격이다. 북한 돈으로 수십만 원, 남한의 생활 수준과 비교해도 결코 쉽지 않은 지출. 실제 거래는 무역, 특별 운영, 특권층 가정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중국산 성장제나 정체불명의 위조약도 시장에 나와 있지만, 품질과 효과에서 한국산 영양제가 압도적이라는 평이 많다. 그래서 “설사 10만 원을 주더라도 진짜 남쪽 영양제를 먹이고 싶다”는 절박함이 사회 전반에 팽배하다.

실제 효과는 글쎄?...맛은 좋아서 인기 추가
일본 방송 등 외부 자료에 따르면, “텐텐을 먹고 키가 실제로 컸는지 잘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지만,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잘 먹는다. 북한에서는 영양제 자체가 귀한데다, 성장·견과류·간식이 부족한 식단 속에서 단맛, 씹는 재미까지 한 번에 충족해줘 더욱 선호된다.

한 통의 영양제에 얽힌 남북 격차와 '내일에 대한 소망'
텐텐 영양제 열풍은 단순히 수입품 품귀 현상을 넘어서 북한 사회의 계급, 정보 비대칭, 민간 욕망의 구조를 드러낸다. 아이 키우기조차 맘껏 할 수 없는 팍팍한 현실, 강고한 신체 서열 사회, 그리고 자녀를 위해 무엇이든 시도하려는 부모의 보편적 열망이 맞물려 한 통에 10만 원이라는 ‘기적의 약’을 만들어냈다.
남한에선 흔한 어린이 영양제가 북한에선 출세‧희망‧특권의 상징으로 변모했다.
그 사이에는 사회적 시스템, 정보, 유통, 물가 격차를 넘어서는
‘우리 아이 만큼은 남들과 다르게 키우고 싶다’는
전 세계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북한의 오늘, 그리고 내일의 변화는
결국 누가 새로운 정보와 기회를, 더 빨리 더 넓게 품느냐에서 시작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