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무조건 팔리지 않는다”…데이터가 드러낸 해외 OTT의 냉정한 현실

/사진 제공=방미통위

해외 OTT 시장에서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지만 더 이상 '어디서나 통하는 흥행 공식'은 아니다. 국가별로 수익 구조와 규제 환경, 이용 행태가 크게 달라지면서 한류의 성과도 시장마다 엇갈리고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30일 '2025년 해외 OTT 시장·이용행태 조사'를 발표했다. 인도·미국·프랑스·태국을 대상으로 한 시장조사와 인도·싱가포르·필리핀·튀르키예를 대상으로 한 이용행태 조사를 진행했다. 전문가 심층 면접과 6000명 규모의 설문을 통해 도출된 결론은 해외 OTT 시장을 하나로 묶기 힘들다는 것이다.

인도는 인구 14억6000만명의 세계 최대 인구 국가이자 50% 이상이 30세 이하인 젊은 시장이다. 인도 이용자는 1인당 평균 4.4개의 OTT 플랫폼을 이용하며 한류 콘텐츠 이용률 41%, 국내 OTT 이용 의향 76%로 관심은 충분하다.

그러나 1인당 국민총소득이 한국의 7% 수준에 불과해 ARPU가 낮은 저수익 시장으로 평가됐다. 프리미엄 구독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저가 요금제 중심의 가격정책이 전제돼야 한다. 스마트폰 시청 비중이 41.5%로 가장 높고 모바일 디지털지갑 결제가 76.5%에 달해 모바일 중심 전략도 필수다. 대도시를 넘어 지역으로 확장하려면 영어·힌디어 외 타밀어, 텔루구어 등 다언어 더빙·자막도 고려해야 한다.

이용자 규모와 관심이 곧바로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구조가 '한류 무조건 팔리지 않는다'는 명제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미국은 구매력이 높은 성숙 시장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은 한국 대비 2.3배 수준이며 OTT 구독료로 월평균 46달러(약 6만7000원)를 지불한다. 다만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로 국내 OTT가 플랫폼을 직접 론칭해 경쟁하기보다는 현지 OTT나 FAST(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 TV)와 제휴하거나 브랜드관으로 입점하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OTT 특화 규제는 거의 없지만 주(州)별로 세부 규제가 다르고 소송이 잦아 법무 리스크 관리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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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한류의 인기'보다 '제도'가 먼저 보이는 시장이다. OTT 플랫폼은 편성에서 유럽 콘텐츠 60%, 프랑스 콘텐츠 40%를 배치해야 하고, 매출의 20~25%를 유럽 시청각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비디오세·디지털서비스세 부담도 따른다. 아직 한류가 틈새시장 수준에 머무는 상황에서 직접 진출은 위험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지 사업자와의 제휴나 공동제작 방식으로 규제 리스크를 낮추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태국은 한류 콘텐츠에 우호적이지만 자국 콘텐츠 선호도가 85%로 높다. 한국 제작시스템과 태국의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현지화 리메이크 전략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대가족 단위 사회로 지상파 시장 규모가 디지털 시장의 3배에 달해 OTT와 지상파를 함께 활용하는 '듀얼스크린' 전략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한류의 수익화 가능성이 가장 뚜렷하게 드러난 시장이다. 평균 3.2개의 OTT 플랫폼을 이용하고 한류 콘텐츠 이용률은 60%, 국내 OTT 이용 의향은 73%로 높았다. 최근 1년간 시청한 드라마의 제작 국가 1위가 한국으로 집계됐다. 특히 한류 콘텐츠 이용자는 월정액 구독형 요금제 이용률이 높고 월 41싱가포르달러(약 4만4000원) 이상 고액 지출 행태가 나타났다. 한류가 충성 고객층과 고매출 고객층을 견인하는 핵심 장르로 작동하고 있다.

결국 이번 조사는 한류의 '보편성'이 아니라 '조건부 경쟁력'을 확인시킨다. 인도에서는 가격과 결제 행태가, 미국에서는 파트너십 전략이, 프랑스에서는 규제 구조가, 태국에서는 현지화가, 싱가포르에서는 충성 고객층이 각각 성패를 좌우한다. 이에 시장 구조에 맞춘 전략 설계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최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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