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상 비윤리 임상, 국가가 방조"…'문신사법' 제동 건 피부과학회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는 '문신사법'이 법제화의 첫 관문을 통과한 데 대해, 대한피부과학회가 "대한민국 피부과 의사 모두의 이름으로 깊은 우려와 강력한 반대의 뜻을 표명한다"며 "문신사법의 전면 재검토와 즉각적인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대한피부과학회는 22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신사법 제정 시도에 대한 전면 반대 및 즉각 철회 촉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문신사법안은 문신 행위가 지닌 명백한 의학적 본질과 그로 인해 파생되는 수많은 위험성을 철저히 무시한 채, 일부 산업계의 요구와 단기적 여론에 편승하여 졸속으로 추진되는 위험천만한 입법 시도"라며 "이는 국민의 건강권을 수호해야 할 국가의 기본 책무를 포기하는 행위이며, 대한민국 보건의료 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임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의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 재상정된 '문신사법'은 이날 심사를 통과했다. 문신사법안에 따르면 그간 문신 합법화의 발목을 잡은 법적 근거인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를 문신사들은 비껴갈 전망이다. 문신사법 제8조(문신사의 업무 범위와 한계)에 따르면 '문신사는 의료법 제27조에도 불구하고 문신 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돼서다. 문신을 의료행위인 '피부 침습 행위'로 규정해 '문신 시술은 의료인만 할 수 있다'는 기존 유권해석에서 문신사들이 자유로워지게 된 셈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문신사법을 반대하는 이유로 5가지를 들었다. 첫째, 문신은 미용이 아닌 명백한 '침습적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학회는 "문신은 바늘로 피부의 방어벽을 뚫고 이물질인 색소를 진피 내에 영구적으로 주입하는 행위"라며 "이 과정은 출혈, 조직 손상, 염증 및 면역 반응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법원에서 수십 년간 일관되게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큰 의료행위'로 판시해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비의료인에게 허용하는 건 국민의 신체를 잠재적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둘째, 문신 시술은 심각하고 다양한 의학적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학계 보고에 따르면, 문신 시술은 2차 세균감염, 비정형 결핵균 감염,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감염성 질환은 물론, 알레르기 접촉 피부염, 이물 육아종, 기존 피부질환의 악화(쾨브너 현상) 등 심각한 면역학적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심지어 문신 부위에서 악성 흑색종, 편평상피세포암 같은 치명적인 피부암이 발생한 사례가 꾸준히 보고된다.
강훈 대한피부과학회 회장(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교수)은 "이런 복합적인 의학적 위험은 단순한 위생 교육만으로는 결코 통제할 수 없으며, 오직 전문적인 의학 지식을 갖춘 의료인만 관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셋째, 문신 염료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독성 화학물질'의 혼합물이라는 것. 한국소비자원의 여러 차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문신 염료의 상당수에서 납·비소·카드뮴과 같은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국제암연구소 지정 1급 발암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검출됐다. 강훈 회장은 "이런 독성 물질을 인체에 직접 주입하는 행위를 국가가 법으로 허용하는 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비윤리적 임상시험을 방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넷째, 문신은 현대 의료의 '필수 진단 과정'을 심각하게 방해한다는 것이다. 학회에 따르면 문신 염료에 포함된 금속 성분은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시 심각한 화상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림프샘으로 이동한 색소는 유방암·흑색종 등의 전이암과 구분이 불가능해 치명적인 오진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학회는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국가 의료 시스템 전체의 신뢰도와 효율성을 저해하는 중대한 문제"라고 했다.
다섯째, 법안에 포함된 '안전장치'기가 지극히 형식적이고 기만적이라는 주장이다. 학회는 "비의료인에게 국소마취제 사용을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건 의료법과 약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행위의 합법화"라면서 "시술자가 염료 정보를 기록·보관하도록 한 조항은 성분 표시 자체가 부정확한 현실에서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눈가림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문신 행위'는 허용하면서 '(문신) 제거 행위'는 금지하는 건 시술자에게 책임 없는 권한만을 부여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라고도 우려했다.
강훈 회장은 "문신은 한번 새기면 막대한 고통과 비용, 시간을 들여도 완벽하게 되돌릴 수 없는 영구적인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이런 비가역적인 침습 행위를 비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은 결코 '규제 완화'나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보다 우선하는 가치는 없다"며 "국회가 눈앞의 이익과 여론이 아닌, 과학적 근거와 국민의 장기적인 건강을 바탕으로 이성을 되찾아 문신사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법안을 전면 폐기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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