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카티의 '멀티스트라다 V4S'는 그동안 타봤던 투어링 바이크 중에서 가장 강력하면서도 편안한 바이크였다. 170마력의 넘치는 힘, 그러면서도 노면 충격을 폭신폭신하게 받아주는 서스펜션, 무엇보다도 장애물 돌파를 위해 차체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어드벤처 바이크임에도 불구하고 정지상태나 시속 10km 이하가 되면 30mm가 낮아지는 시트고의 마법은 '대한민국 평균 키'를 주장하는 필자(173cm)에겐 너무나 매력적인 포인트로 다가왔다.
지난해 '멀티스트라다 V4랠리'를 시승할 때 높은 시트고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바이크 성능은 아주 뛰어났고, 주행 안정성이나 가속력, 제동력 등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지만, "이 물건은 180cm는 넘어야 재미있게 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멀티스트라다 V4S는 달랐다. '거인들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어드벤처 장르의 확산에 한몫을 단단히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대문 장인의 손에 맡겨 시트까지 깎아내 시트고를 낮춘 내 바이크(아프리카트윈)보다도 편안한 자세로 투어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퍼포먼스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소위 'R차'는 아니지만 가속 능력이나 주행 안전성 등에서 꿀릴 게 없었다. 속초를 오가는 길에도 적지 않은 라이더들이 R차를 따라잡는 멀티스트라다 V4S의 성능에 놀라 '엄지척'를 해보였다.
1158cc 수냉식 4기통 엔진이 뿜어내는 파워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카랑카랑했던 이전 배기음은 듣기좋은 바리톤 느낌으로 바뀐 것 같았다. 진동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퀵시프트 적용으로 편안한 기어변속이 가능했다. 오랜 시간 바이크를 타도 왼팔과 왼쪽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프지 않다는 것은 장거리 투어링에서 아주 중요한 장점이다.


빅 바이크를 탈 때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성능은 제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멀티스트라다 V4S는 제동능력이 뛰어났다. 급하게 제동을 해도 차체의 꿀렁거림이 거의 없었다. 앞뒤 연동 브레이크 시스템의 성능을 느껴보기 위해 일부러 급제동을 해봤다. 앞브레이크나 뒷브레이크 모두 있는 힘껏 꽉 잡을 필요도 없이 충분하고 안정적인 제동 능력을 보여줬다.
세미액티브 서스펜션도 주목할 만하다. 범프 디텍션 기능은 주행할 때 스피드 브레이크 등 요철을 통과할 때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프런트 포크에 포지션 센서를 추가해 앞바퀴가 범프를 감지하면 뒷바퀴 서스펜션의 댐핑을 조절해 충격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타고 넘어가는 느낌이다.



가속과 감속을 할 때 바이크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 라이딩의 재미는 몇 배로 커진다. 한계령을 넘어가는 와인딩 코스를 이번처럼 재미있게 타본 적도 없는 것 같다. 건조중량 229kg에 사이드박스까지 달고 달리는데도 스포츠 바이크를 타는 느낌이었다.
멀티스트라다 V4S는 고성능 바이크들의 덕목인 첨단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ABS와 트랙션컨트롤, 윌리 컨트롤은 물론이고 레이더를 통해 앞 차량과 자동으로 거리를 조절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가능하다. 전방 추돌경고도 추가됐다.




주행모드에 WET모드가 추가된 것도 든든하다. 장마 같은 가을비가 내린 가운데 라이딩이라 내심 마음이 불편했지만 실제 라이딩을 해보니 슬립에 대한 부담없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어 재미가 있었다. 젖은 노면에 자신감을 주는 WET모드는 라이딩 경력이 많지 않은 엔트리 라이더들에겐 아주 듬직한 친구가 될 것 같다.
파워모드에 오프로드모드를 추가한 것도 조금더 편하게 오프로드를 즐기라는 두카티의 배려로 보인다. 물론 단점도 있다. 이런저런 기술을 적용해 엔진 열기를 줄였다고는 하지만, 정차중에 다리로 전달되는 뜨거움은 옥의 티 같이 느껴졌다.



멀티스트라다 V4S는 '다양한 길'을 의미하는 '멀티스트라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진화한 끝판왕 바이크라고 할 만하다. 4300만원이라는 고가 바이크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쿼터급이나 미들급에서 어느 정도 바이크 라이딩에 경험을 쌓은 40대, 50대라면 눈여겨 볼만한 바이크다. 인생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줄 명마가 새로운 주인을 맞을 준비를 마치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차량협조: 두카티코리아, 동영상=유튜브·모토이슈)
/조정훈(모터칼럼니스트) tigercho333@hanmail.net, 사진=지피코리아, 두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