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도 '삼청교육대' 끌려갔다

정철운 기자 2026. 5. 7. 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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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수첩, 1980년대 '중고생 순화 교육' 사건 다뤄
진실화해위, 인권침해 인정했지만…배상금 고작 100만 원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 '잊혀진 소년들 - 1981 중고생 삼청교육대' 편의 한 장면.

MBC PD수첩이 지난 5일 '잊혀진 소년들 - 1981 중고생 삼청교육대' 편을 통해 1980년대 전두환 독재정권의 인권침해 사건을 조명했다. 삼청교육대는 전두환 정권이 사회정화 및 범죄자 교화를 목적으로 1980년 만든 강제 수용소로, 약 4만 명이 끌려간 것으로 알려진 국가폭력 공간이다. 지금껏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삼청교육대가 있었다는 사실은 언론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PD수첩은 “1981년부터 1988년까지, 전두환 군부의 '순화교육'에 동원된 중고생은 확인된 것만 총 4701명”이라고 밝혔다.

방송에 따르면 소년들은 선생님의 권유로 버스에 올랐다가 경주 화랑교육원 등 전국 9곳의 수련원에서 열흘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유격이나 공수 훈련 등 80년대 삼청교육대 특수훈련을 받았다. 아무것도 몰랐던 학생들은 수련원에 도착하자마자 군인들의 무자비한 폭언과 매질을 경험했다. 철저한 통제 속에 오전 6시 기상나팔을 시작으로 하루 8시간 순화 교육, 얼차려, 구타가 이뤄졌다. 피해자 이정일씨(당시 18세)는 “우리는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우리 옆에 아기들이 중학생들이 몇 명 있었다. 조그만 애들이 계속 울었다”고 회상했다. 윤학곤씨(당시 12세)는 “길 가는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면 다 거짓말이라고 안 믿었다. 만 12세 아동이 삼청교육대를 갔다고 하면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피해자들 증언에 따르면 군인들은 M16 총을 들고 있었다. 반항하면 총을 쏴서 위협했다. 구타를 견디지 못해 아킬레스건을 끊어버리는 식으로 자해하는 학생도 있었다.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입소 당시 13살 소년이었던 박관식씨는 소대장의 요구에 구강성교를 했다. 그는 이날 방송에서 “그냥 안 맞아야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30년 넘게 정신과를 다니고 있다. 순화 교육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간 뒤에는 친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이곳에서의 일을 절대 발설하지 말라'던 군인들의 협박은 소년들에게 거역할 수 없는 공포였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 '잊혀진 소년들 - 1981 중고생 삼청교육대' 편의 한 장면.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 '잊혀진 소년들 - 1981 중고생 삼청교육대' 편의 한 장면.

1981년 전두환 정권은 전국 중고등학교에 '순화 교육' 대상 인원을 강제 할당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81년 문교부(현 교육부)는 '불량 학생' 선발을 압박했고, 학교 현장에서는 제비뽑기로 대상자를 뽑거나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편부모 가정 등 항의할 힘이 없던 소년들을 선택했다. 1983년 당시 학생을 순화 교육에 보낸 담임 교사는 PD수첩과 인터뷰에서 “문교부에서 한 명씩 (순화 교육에) 보내야 한다는 공문이 내려왔다. 담임들이 전부 못 보낸다고 해서, 지각한 것으로 (한 학생을) 보냈다. 갔다 와서 얘가 말을 한마디도 안 했다”며 “지금도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문제 제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1988년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평화민주당 박석무 의원이 고등학교 삼청교육대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박 전 의원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4·19도 대학생들보다 고등학생들이 더 많이 관여했다”면서 “고등학생에게 순화 교육을 시킨 것은 '너희들 절대로 데모하지 말라' '반정부 시위는 안 된다'는 공포를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다. 정권에 순응하도록 길을 들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이 사건을 “평범한 소년들에게 '불량 학생'이란 오명을 씌워 민주화 운동의 확산을 원천 차단하고자 했던 전두환 군부의 추악한 폭력”으로 규정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PD수첩 '잊혀진 소년들 - 1981 중고생 삼청교육대' 편의 한 장면.

2025년 4월,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을 국가의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했다. 이후 피해 사실이 공식 인정된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26년 3월, 한 피해자에게 배상금 100만 원이 나왔다. 40년간 트라우마 속에 살아왔지만, 열흘간의 강제 수용 시간을 하루 10만 원으로 환산하는데 그쳤다. 이를 두고 PD수첩 제작진은 “피해자들에게 100만 원은 보상이 아닌, 평생의 무게를 헐값으로 매겨버린 또 다른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판결은 최근 법원이 삼청교육대 피해자에게 최대 2억원 대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낸 것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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