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인출하니 안심”… ‘거래 정지’ 풀린 SVB 지점 가보니

박영준 2023. 3. 14.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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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지점 문 닫고 사무실 이사
보안요원 “그들 더는 이곳에 없어”
美 예금보호 초강수에 급한 불 꺼
은행주 폭락 따라 상황 예의주시
연준, 내주 회의 금리동결 전망도

“사무실 문 닫았어요. 그들은 떠났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워싱턴 지점이 있는 건물에서 만난 보안요원은 기자라고 밝히자 예상했다는 듯 지점이 문을 닫았고 사무실이 이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거래 정지가 풀린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SVB 워싱턴지점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그는 “그들이 정확히 언제 사무실을 비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더는 이곳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건물 관계자는 “당신 같은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수시로 이곳을 찾아온다”면서 “은행이 이미 이사해서 모두 돌아갔다”고 전했다.

SVB 계좌 거래 정지가 풀린 13일(현지시간),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SVB 워싱턴지점 건물은 예금 인출을 하기 위해 고객이 몰려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한산했다. 포토맥강이 내려다보이는 31층 건물 21층에 자리 잡은 SVB 워싱턴지점은 이렇다 할 간판 하나 없었고, 출입증이 있어야만 접근 가능했다.

이날 SVB와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의 연쇄 폐쇄로 미국 시장을 덮친 줄도산 공포는 전날 연방정부가 고객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고, 유동성 부족 금융기관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대책을 발표해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뉴욕증시 개장 시간에 맞춰 한 대국민 연설에서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수차례 강조하며 공포 확산을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정부 조치에 따라 이날 오전부터 SVB 계좌에 온라인 접속이 가능해지고, 다른 은행으로 송금도 시작됐다. NYT는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시에 있는 SVB에 20명의 고객이 자금 인출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렸고, 온라인 접속이 과부하로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지난주 SVB 폐쇄 발표 직후와 비교하면 고객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보도했다.
예금 인출 대기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점에 몰린 고객들이 13일(현지시간) 예금 인출을 하려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뱅크런 사태에 10일 SVB를 전격 폐쇄했던 미 금융당국은 이틀 뒤 예금 전액을 보증하기로 결정, 이날부터 은행 거래를 재개시켰다.
샌타클래라=UPI연합뉴스
미국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인공지능(AI) 기반 녹취 애플리케이션 오터(Otter)의 창업자 샘 리앙은 이 지점에서 NYT와 만나 “수백만 달러를 인출했다”면서 “안심된다”고 말했다.

급한 불은 잡았지만 지방중소은행 등을 중심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 사태가 벌어질 불씨는 여전하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워싱턴 관계자는 통화에서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는 전액 보증 조치를 했지만 다른 지방중소은행의 경우에도 전액 보증 조치가 가능한지 아닌지에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면서 “연준이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대출 제도를 내놓았지만 제도를 활용할 경우 낙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은행주는 폭락했다. CNBC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인근 중소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의 주가는 지난주 33% 급락한 데 이어 이날 추가로 61.8% 폭락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 은행은 47%, 팩웨스트 뱅코프는 45.3% 주가가 급락했다. 지역 중소은행인 키코프와 자이언뱅코퍼레이션 주가도 각각 27%, 25.7% 급락했다. 미국의 대표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주가도 5.8% 하락했다. 특히 시그니처은행은 지난 10일 하루에만 100억달러(약 13조원) 이상의 예금이 빠져나갔다고 CNBC는 전했다.

이번 사태는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연준은 최근 강력한 경제지표가 이어지면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 가능성까지 시사했으나 이번 SVB 사태가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구조 악화가 원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거나 아예 금리 동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 주 회의에서 연준이 0.25%포인트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링턴=박영준 특파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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