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C인증 피한 中 말랑이·왁뿌볼… 소비자원, 안전 조사 착수

‘말랑이’와 ‘왁뿌볼’ 등 수입산 스퀴시(말랑말랑한 스펀지 같은 장난감) 제품들이 KC인증 없이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C인증은 위험 발생 가능성이 있는 제품의 안전성을 증명하는 제도다.
어린이 제품은 KC인증이 의무지만, 최근 스퀴시 제품이 성인 사이에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인기를 끌면서 ’14세 이상 사용' 표시를 붙여 KC인증 절차를 피해 가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실제로는 14세 미만 어린이에게도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관계 당국은 안전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14세 이상 사용’ 한줄로 KC인증 피해
2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소비자원은 말랑이와 왁뿌볼 등 스퀴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 실태 조사에 나섰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성인용 스퀴시 공산품을 어린이가 사용하는 사례가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다수 확인됐다”며 “유해 물질 검출 여부와 성분 표시 실태를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에 따라 어린이 완구는 KC인증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어린이 완구는 최소 포장 단위에 제조 연월, 사용 가능 연령 등 표시 사항과 KC인증 마크를 함께 표기해야 한다.

문제는 어린이 제품인지 아닌지를 가르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산업통상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의 ‘어린이 제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어린이 제품 여부는 크기, 기능, 안전장치, 색상, 광고 방식, 소비자 인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제조자의 의도와 주 사용 대상도 판단 요소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말랑이가 최근 성인 사이에서 스트레스 해소 용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조·수입사가 ‘14세 미만 사용 금지’ 또는 ‘14세 이상 사용 가능’이라고 표시하면 일반 공산품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이 경우 KC인증 의무에서도 벗어난다.
◇현장선 어린이용·성인용 섞여 판매
중국산 스퀴시 제품이 사각지대를 파고들고 있다. 문구·생활용품 전문점 A사가 판매 중인 스퀴시 제품을 전수 조사한 결과, 150종 가운데 55종(36.7%)이 KC인증을 받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중국산 제품이었다.
어린이용과 성인용의 경계가 애매한 만큼 정부는 판매 현장에서 두 제품군을 구분해 진열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수조사가 이뤄진 A사 매장은 물론 서울 ‘동묘 완구 거리’ 등에서는 어린이용과 성인용 제품이 별도 구분 없이 진열돼 판매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A사는 “14세 이상 사용 대상으로 연령을 표시하고 있다”며 “직접 수입하는 제품은 필요한 인증 절차를 거쳐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7년 전 ‘슬라임’ 사태 반복될까
어린이용과 성인용의 경계가 흐릿한 장난감을 둘러싼 안전 문제는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때 유행했던 ‘슬라임’ 제품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슬라임 제품 등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에서 안전 기준을 초과한 유해 물질이 검출됐고, 이후 무더기 판매 중지·폐기 조치가 내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 유통되는 제품이라면 사용 연령과 관계없이 최소한의 안전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린이에게 유해한 물질은 성인에게도 유해하다”며 “연령 구분만으로 안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제도의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전 연령대 제품에 대한 사전 규제를 일괄적으로 강화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규제를 강화하려면 성인용과 어린이용 제품 모두 KC인증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업계 반발이 적지 않다”며 “시장의 자율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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