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자마자 빠따 열두대야”…‘직장 내 괴롭힘’ 못 견딘 25세 청년 산재 인정

백지연 매경닷컴 기자(gobaek@mk.co.kr) 2024. 9. 2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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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에서 만난 상사로부터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게 됐다.

영진씨의 산재 승인을 도운 박혜영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불이익을 우려해 참는 분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라며 "녹음이나 메모 등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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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전영진씨 생전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첫 직장에서 만난 상사로부터 극심한 ‘직장 내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진 스물다섯 청년의 죽음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게 됐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근로복지공단 서울북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 9일 고(故) 전영진씨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심의한 결과 산업재해로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영진씨의 죽음이 적정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영진씨를 괴롭힌 직장 상사 A(41)씨의 형사사건에서 1·2심 법원이 ‘A씨의 범행이 영진씨의 사망에 상당한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판단한 점이 산재 인정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영진씨는 어느 날 갑자기 유서 한 장 없이 생을 마감했다. 의문을 가진 형 영호씨가 영진씨의 휴대전화를 보자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녹음돼있었다.

영진씨는 2021년 8월 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는 강원 속초시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취직했다. 그곳에서 만난 약 20년 경력의 A씨로부터 극심한 괴롭힘을 당해왔던 것이다.

A씨는 “○○○○ 같은 ○○ 진짜 확 죽여벌라. 내일 아침부터 함 맞아보자. 이 거지 같은 ○○아”, “죄송하면 다야 이 ○○○아”, “맨날 맞고 시작할래 아침부터?”,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없어야지”, “내일 아침에 오자마자 빠따 열두대야”라는 등 폭언을 일삼았다. 사망 닷새 전에는 “너 지금 내가 ○○ 열 받는 거 지금 겨우겨우 꾹꾹 참고 있는데 진짜 눈 돌아가면 다, 니네 애미애비고 다 쫓아가 죽일 거야. 내일부터 정신 똑바로 차려 이 ○○○아, 알았어?”, 나흘 전에는 “너 전화 한 번만 더 하면 죽일 거야”라는 욕설을 쏟아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3∼5월 영진씨에게 전화로 86회에 걸쳐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폭언을 일삼거나 16회 협박하고,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네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영호씨 등 유족은 형사사건 외에도 A씨와 회사 대표를 상대로 손해배상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회사 대표 측은 “해당 사건은 A씨와 고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로, 회사에서는 이를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영호씨는 “지속적인 괴롭힘과 협박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동생이 죽었는데, 아직도 잘못한 게 없다는 듯이 책임을 동생에게 돌리고 있다”며 “그릇된 행동으로 발생한 일임을 꼭 인지하고, 동생 사건이 본보기가 되어 법이 더 강화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일을 당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주변에 알리고, 꼭 법적 대응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영진씨의 산재 승인을 도운 박혜영 노무사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음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거나 불이익을 우려해 참는 분이 많은데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라며 “녹음이나 메모 등 충분한 증거자료를 확보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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