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과천’ 윤재관 “나의 제1과제는 검찰개혁” [여의도행]
文정부 청와대 5년 꼬박
근무하며 실력 갈고닦아
“늘 ‘무엇을’, ‘어떻게’
고민하며 국민 삶 개선하는
정치의 역할 깨닫게 된 24년”
1980년 5월27일 광주. 이른 더위 속에 솜이불을 둘러쓴 채 오늘 밤도 무사히 넘기길 바라는 부부와 다섯 자녀가 방안에 웅크리고 있었다. 총알이 솜이불을 뚫진 못할 것이라고 부부는 생각했다. 평소라면 창문 커튼을 달아야 할 자리에도 솜이불을 걸었다.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 집 막내아들은 8살이었다. 밤공기를 가르는 총성이 끊임없이 바깥에서 들려오던 날들을 생각하면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당시의 공포감이 생생하다. 자라면서 ‘그때 우린 왜 그런 일을 겪어야 했나’라는 의문과 억울함, 두려움, 분노 등 다양한 감정의 혼재 속에 답을 찾기 위해 정치학을 공부한 끝에 스스로 ‘해법’을 제시하는 사람이 되어보고자 현실 정치의 한복판에 섰다. 윤재관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그 주인공이다.
무급 인턴 비서부터 비서관, 보좌관에 이르기까지 국회의원 보좌직원으로 19년간 눈코 뜰 새 없이 뛰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엔 5년 임기 꼬박 청와대에서 의전행정관, 부대변인,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일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 같이 일하러 들어갔고 임기 마지막 날까지 곁을 지키다가 같이 나왔다.
정치인의 참모들은 때로는 공명심에 못 이겨 자신이 더욱 빛나길 원하고, 어떤 이들은 그저 ‘지체 높은’ 기관에 잠시 근무한 이력 한두 줄을 무기 삼아 하던 일을 관두고 선거에 뛰어들기도 한다. 하지만 윤 전 비서관은 달랐다. 그는 “자기가 빛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인간 본성 아닐까 싶다”면서도 “그걸 자제할 수 있는 능력이 공적 마인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발휘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그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경기 의왕·과천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다. 세계일보는 지난 6일 서울 용산 사옥에서 그를 만났다.

대학 졸업 후 무작정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일 좀 시켜달라”고 했다. 김 의원이 선뜻 요청을 들어주면서 그의 국회 의원회관 생활이 시작됐다. 윤 전 비서관에게는 국민 삶을 개선하는 도구로서의 정치란 무엇인지를 배운 시기였다.
“그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는지를 훈련받았죠. 김민석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질문을 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게 ‘대안’이었어요. 질의서를 준비해 보고하면 ‘문제를 지적한 건 좋아.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돼?’라는 질문을 항상 했어요. 그 덕분에 전 ‘무엇을’, ‘어떻게’를 습관적으로 생각하게 됐어요.”
2004년 당시 초선의 김영주 의원(현 국회부의장)으로부터는 정치에 임하는 진정성과 스스로를 돌아보는 문제의식의 중요성을 배웠다. 어느 날 ‘내가 정치를 시작한 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인데, 성과가 잘 나지 않는다’며 자책하던 김 의원의 모습을 떠올리며 윤 전 비서관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국민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정치가 본질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던 모습들이 머릿속에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한테는 매사에 진심을, 특히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가를 배웠다. 2019년 1월 문 전 대통령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청와대에 초청한 날을 윤 전 비서관은 잊을 수 없다. 그날 문 전 대통령은 엄동설한 속 청와대 현관 밖에서 할머니들을 일일이 맞이했다. 참석자 중 한 명이 20분 지각했지만, 그 사이 잠시나마 실내로 들어오지 않고 현관 밖에서 기다렸다가 맞이했다.
“그 20분간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며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사람을 대할 때 얼마나 진심을 가져왔나’ 하고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하게 됐어요.”
◆“정치, 내가 사회에 기여할 도구”
멘토들의 가르침은 윤 전 비서관이 일궈낸 각종 성과에 고스란히 배어있다. 2018년 4월 남북 정상의 판문점 도보다리 회담은 그의 아이디어였다. 우연히 발견한 녹슨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지나도록 설치한 도보다리를 남북 정상이 나란히 걸으며 통일에 한 발짝 다가서길 바라는 염원을 담았다.
문재인정부의 최대 실책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정책 실패 속에 ‘대국민 소통 강화’를 위한 정례 브리핑을 추진하기도 했다. 극도로 화가 난 민심에 기름 붓는 꼴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브리핑을 하면 할수록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었다. 내부의 반대 의견이 빗발쳤다. 윤 전 비서관 생각은 달랐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그것을 대하는 태도가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치겠어요. 저는 정면돌파를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맡긴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피합니까. 피한다고 피해지나요. 도망가려 해도 도망갈 수 없습니다. 국가를 책임지겠다는 사람들은 그럴 때일수록 국민 앞에 나서야 합니다.”

이런 그이기에 윤석열정부의 소통 방식엔 할 말이 많다. 이태원참사 1주기 추도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은 것을 두고 윤 전 비서관은 “이게 얼마나 민주공화국답지 않은 정부의 모습이냐”며 “희생당한 분들, 그리고 그 유가족 앞에서 추도사를 해야 했다”고 했다.
“국민과의 소통은 변죽만 울려선 안 되죠. 정확하게 해야 합니다. 내가 잘못한 게 있으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계획을 말하면 국민이 평가해 주시거든요. 그럴만한 용기가 현 정부엔 없는 겁니다. 국민과의 소통에서 가장 중요한 건 용기입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그만한 용기와 결기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뒤로 숨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지탄을 받는 게 아닌가 합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영수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점도 도마에 올렸다. 윤 전 비서관은 “상대를 적으로 생각하니까, 무찔러야 하는 대상으로 생각하니 이런 일이 생겼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로 간의 경쟁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더 성장할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상대를 적으로만 생각하네요. 경쟁이냐 적이냐 인식의 차이로 인해 이런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제1 과제는 검찰개혁”
윤 전 비서관은 22대 국회에 등원하면 가장 먼저 할 일로 “검찰개혁 관련 입법”을 꼽았다. 그는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전 세계에 참 보기 드문 나라가 됐습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검찰이 직접수사를 합니다. 왜 다른 나라들은 검찰이 직접수사를 하는 것을 자제하거나 하지 않을까요. 기본적인 견제 기능이 상실되면 국가권력이 남용되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민주당 주도의 ‘검찰개혁’을 둘러싼 여론의 찬반은 엇갈린다. 윤 전 비서관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국민을 설득할 필요성에 동의한다. 그는 “검찰이 수사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엔 검찰의 선택적인 수사를 두고 문제의식을 갖는 여론이 압도적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검찰이 스스로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으로 검찰이 문제를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검찰개혁이라고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설득이 잘 안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검찰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입니다. 검찰이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면 국민이 작아집니다. 대한민국을 생각해주실 때입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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