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경의 무비시크릿] 떡잎부터 달랐던 김고은의 무서운 진화
(김)고은이가 돈값 했냐고요? 보너스까지 받아야 할 정도죠. 오백 번 칭찬받아도 마땅할 정도로 대단해요. 선배가 아니라 관객으로서도 너무 좋습니다.
최민식
최근 영화 '파묘' 개봉을 맞이해 만난 배우 최민식은 후배 김고은의 노력과 성과를 아낌없이 칭찬했다. 그는 함께 출연한 배우에 대해 으레 하는 칭찬이 아니라며 "진짜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이렇게까지 얘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이 김고은을 이토록 칭찬한 이유는 뭘까. "모든 배우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미지에 갇히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난 이런 멋진 이미지여야 해' 그런 거에 얽매이지 않고 배우로서의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볼 때 선배가 아니라 관객으로서도 너무 좋죠. 무속인 역할은 남녀를 떠나 쉽지 않아요. 김고은이나 이도현은 그런 노력을 하는 데 있어서 주저함이 없었고 그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두 사람과 작업을 할 때 굿 장면에서는 제 심장도 벌렁거렸어요."
최민식과의 인터뷰에서 '돈값' 이야기가 나온 이유도 따로 있었다. 앞서 김고은은 정재형의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했을 때 흥행이나 실패에 대한 부담감은 없느냐는 물음에 "안 되는 거에 대해서는 너무 슬프고 불안한 건 있다. 페이는 페이대로 받고, 일말의 양심과 책임감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으로 '돈값 해야지' 하는 것도 정말 진심"이라며 "대중문화 예술을 하는 데 아무도 안 봐주면 의미가 없지 않나. 최대한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고 욕을 먹더라도 차라리 보고 욕을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의 솔직하고 진중한 이야기에 많은 네티즌들이 박수를 보냈다. 지금까지 김고은은 데뷔작부터 시작해 대중을 크게 실망시킨 일이 없다. 물론 모든 작품이 흥행한 것은 아니지만 그와 별개로 배우로서 맡은 바 몫을 다해왔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모습도, 완전히 다른 세계의 인물도 그려낼 수 있는 '천의 얼굴' 김고은은 감독들이 가장 사랑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이다.
'은교'를 연출한 정지우 감독은 여러 번의 오디션 끝에 김고은을 캐스팅하면서 "호기심이 많은 동시에 내면에 단단함과 중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고, 어리지만 휩쓸리지 않고 대상화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한 바 있다. 혜성처럼 등장한 김고은은 기자와의 인터뷰 당시에도 신인답지 않게 당차고 또랑또랑해 놀라움을 줬던 기억이 난다.
이후 '몬스터' '차이나타운' '협녀, 칼의 기억' '계춘할망' 등의 작품에 출연한 김고은은 신인 시절 좋은 선배들이 있는 현장을 경험하길 원했다. "남들보다 시행착오의 기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김고은은 김혜수 이병헌 전도연 윤여정 등과 호흡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파묘'에서 최민식과 호흡을 맞춘 그는 "어떻게 그려질까 계속 상상하게 되고 배우들 보는 재미로도 엄청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최)민식 선배님이랑 정말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파묘' 속 무속인 화림을 연기한 김고은은 촬영에 앞서 무속인들을 만나 많은 연습을 했다. 대살굿 신을 위해 동선을 짜고 리허설도 며칠에 걸쳐 진행했으며 엄청난 분량의 경문을 외웠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내가 저 역할을 한다면 피 말리는 연습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저 에너지를 어떻게 끌고 오는지 걱정의 시선으로 봤다"며 "정말 많은 노력과 공을 들여야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옆에서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김고은의 남다른 노력을 칭찬했다. 최민식 역시 대살굿 신을 '파묘'의 백미로 꼽기도 했다.
영화는 물론 드라마 '치즈인더트랩'과 '도깨비' '더 킹: 영원의 군주' '유미의 세포들' 등에 출연하며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김고은. 사랑스럽고 매력적인 배우로 깊게 각인돼있던 그는 지난 2022년 '작은 아씨들'에서 물오른 연기와 깊이있는 눈빛을 과시하며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줬고, 급기야 '파묘'를 통해선 그야말로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며 관객들에 짜릿함을 안기고 있다. 개봉 4일 만에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돌파한 '파묘'의 흥행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안했던 과거보다 스스로를 좀 더 믿게 됐다고 고백한 바 있는 김고은.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놀랍게 진화할지 기대가 더해지는 순간이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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