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로 돌아간 국제 유가, 중동 난리에도 中 불황이 더 걱정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위기에 가격 뛰었지만 다시 감소
세계 최대 수입국 中의 수요 감소가 문제
IEA, OPEC, EIA 모두 석유 수요 전망치 낮춰
사우디가 회원국 기강 잡기 위해 유가 더 내릴 수도, 50달러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올해 중동 분쟁 및 미국 금리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던 국제 유가가 연초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공급 불안보다는 중국 침체에 의한 수요 감소를 지적하며 내년에도 유가 전망이 불안하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은 공급을 더 늘릴 전망이다.
유가는 올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강도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이 예상되던 4월 5일에 각각 배럴당 약 87달러, 91달러에 이르렀으나, 양측의 보복이 서로에게 큰 피해 없이 지나가자 다시 내려갔다. 유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면서 6월 초까지 내려가다 반등했지만 약 한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1일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과 이스라엘의 보복 규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승세 역시 14일 외신 보도 이후 다시 꺾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게 보복하겠지만 석유 생산 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일평균 360만배럴로 미국(1290만배럴), 러시아(1010만배럴), 사우디(970만배럴) 등에 이어 세계 6위였다.
다른 에너지 기구들도 의견이 비슷하다. 12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4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석유 수요 증가량을 각각 일평균 193만배럴, 164만배럴로 예측했다. 이는 IEA 예측치 보다 많지만 지난 8월과 9월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하향된 숫자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8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에 비해 각각 일평균 2만배럴, 30만배럴씩 하향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를 지적했다. IEA는 "중국의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전체 수요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의 연간 석유 수요 증가량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세계 전체 증가량의 7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0%에 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소비 감소로 불황을 겪고 있는 중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OPEC+는 지난 2022년 합의를 바탕으로 일평균 586만배럴을 감산했으나 더 많은 석유 판매를 원하는 일부 회원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 이달부터 감산 규모를 줄여 증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들은 중국의 수요 둔화와 미국의 침체 위기를 걱정해 증산 시기를 오는 12월로 미뤘다.
2일 WSJ는 OPEC+의 내부 갈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OPEC+ 회원국들과 회동에서 생산량 제한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 개혁에 몰두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유가 부양을 위해 생산량 제한을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일부 회원국들은 OPEC+에서 정한 생산량을 넘겨 석유를 뽑아내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사우디의 빈 살만 장관은 지난주 회의에서 특정 회원국들이 생산량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사우디가 나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WSJ는 사우디가 계획한 경제 계획을 마치려면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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