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로 돌아간 국제 유가, 중동 난리에도 中 불황이 더 걱정

박종원 2024. 10.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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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가, 중동 갈등에도 올해 초 수준으로 복귀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위기에 가격 뛰었지만 다시 감소
세계 최대 수입국 中의 수요 감소가 문제
IEA, OPEC, EIA 모두 석유 수요 전망치 낮춰
사우디가 회원국 기강 잡기 위해 유가 더 내릴 수도, 50달러 가능성
지난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에서 이스라엘 육군 헬리콥터가 정유 시설 상공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중동 분쟁 및 미국 금리 등에 따라 등락을 반복했던 국제 유가가 연초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 에너지 관련 기관들은 공급 불안보다는 중국 침체에 의한 수요 감소를 지적하며 내년에도 유가 전망이 불안하다고 내다봤다. 이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일부 산유국은 공급을 더 늘릴 전망이다.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간 국제 유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종가는 배럴당 70.58달러로 전장 대비 3.25달러(-4.4%) 떨어졌다. 같은날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 역시 배럴당 74.25달러로 전장 대비 3.21달러(-4.14%) 내렸다. 이날 WTI와 브렌트유 시세는 지난 1월 2일 기준 종가(각각 배럴당 70.38달러, 75.89달러)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유가는 올해 이스라엘과 이란의 갈등 강도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WTI와 브렌트유 가격은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정면충돌이 예상되던 4월 5일에 각각 배럴당 약 87달러, 91달러에 이르렀으나, 양측의 보복이 서로에게 큰 피해 없이 지나가자 다시 내려갔다. 유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면서 6월 초까지 내려가다 반등했지만 약 한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달 1일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에 발사한 미사일과 이스라엘의 보복 규모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러한 상승세 역시 14일 외신 보도 이후 다시 꺾였다. 미국 언론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게 보복하겠지만 석유 생산 시설은 공격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이란의 석유 생산량은 일평균 360만배럴로 미국(1290만배럴), 러시아(1010만배럴), 사우디(970만배럴) 등에 이어 세계 6위였다.

지난해 1월 3일 중국 구이저우성 충장현에서 주유소 직원들이 차량에 기름을 넣고 있다.EPA연합뉴스

中 불황에 따른 수요 부족이 제일 걱정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5일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증가량 추정치를 일평균 90만3000배럴에서 86만2000배럴로 하향했다. 내년 수요 증가량 전망치는 일평균 95만4000배럴에서 99만8000배럴로 올렸다. IEA는 올해와 내년도 총 수요가 각각 일평균 1억280만배럴, 1억380만배럴이라고 추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봉쇄 직후였던 2022~2023년에도 세계 수요 증가량이 일평균 약 200만배럴이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3·4분기 수요 증가량은 일평균 68만배럴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한창이던 2022년 4·4분기보다 적었다.

다른 에너지 기구들도 의견이 비슷하다. 12개 산유국이 참여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4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석유 수요 증가량을 각각 일평균 193만배럴, 164만배럴로 예측했다. 이는 IEA 예측치 보다 많지만 지난 8월과 9월에 이어 3개월 연속으로 하향된 숫자다. 앞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8일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세계 석유 수요 전망치를 종전에 비해 각각 일평균 2만배럴, 30만배럴씩 하향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수요 감소를 지적했다. IEA는 "중국의 수요가 예상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전체 수요 증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평했다. 중국의 연간 석유 수요 증가량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세계 전체 증가량의 7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20%에 그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및 소비 감소로 불황을 겪고 있는 중국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30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촬영된 석유수출국기구(OPEC) 본부의 로고.로이터연합뉴스

OPEC은 증산 계획, 유가 50달러 가능성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들이 모인 OPEC+는 중동의 긴장이 한창이던 지난 2일에 화상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연말까지 증산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여 12월부터 1년 동안 일평균 18만배럴을 증산하기로 했다. 당시 일본 미즈호증권 미국 법인의 로버트 야거 에너지 선물 국장은 "OPEC+에 580만배럴의 유휴 생산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해도 그에 따른 틈을 메울 충분한 석유가 있다"고 평가했다.

OPEC+는 지난 2022년 합의를 바탕으로 일평균 586만배럴을 감산했으나 더 많은 석유 판매를 원하는 일부 회원국들의 강력한 반발을 감안, 이달부터 감산 규모를 줄여 증산에 나설 계획이었다. 이들은 중국의 수요 둔화와 미국의 침체 위기를 걱정해 증산 시기를 오는 12월로 미뤘다.

2일 WSJ는 OPEC+의 내부 갈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사우디의 압둘아지즈 빈 살만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달 OPEC+ 회원국들과 회동에서 생산량 제한을 지키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제 개혁에 몰두하고 있는 사우디 정부는 유가 부양을 위해 생산량 제한을 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와 카자흐스탄 등 일부 회원국들은 OPEC+에서 정한 생산량을 넘겨 석유를 뽑아내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사우디의 빈 살만 장관은 지난주 회의에서 특정 회원국들이 생산량 제한을 지키지 않으면 사우디가 나서 유가를 배럴당 50달러 수준까지 낮추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WSJ는 사우디가 계획한 경제 계획을 마치려면 유가가 배럴당 85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진단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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