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희화화' 논란 딛고 반전 선보인 '힙하게', 결말까지 다시 보니

사람이나 동물의 엉덩이를 만지면 과거 기억이 보인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시선을 끌지만, 동시에 위험한 질문을 던진다. 타인의 신체에 동의 없이 접촉하는 행위를 초능력과 코미디 장치로 써도 괜찮은가 하는 점이다. JTBC 종영드라마 '힙하게'는 예고편 공개 직후부터 이 문제에 직면했다. 성추행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방송 전부터 폐지 시위까지 거론될 정도로 반발이 거셌다.
작품의 본래 내용보다 초능력 발동 조건이 먼저 소비된 셈이다. 하지만 종영 후 전체 이야기를 되돌아보면, 이 논란은 단순히 사라졌다기보다 드라마가 끝까지 감당해야 했던 윤리적 부담이자 장르적 출발점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다.
주인공 봉예분은 충청도 무진에서 동물병원을 운영하는 수의사다. 유성우를 맞은 뒤 타인의 기억을 읽는 능력을 얻지만, 그 능력은 손쉽고 우아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반드시 대상의 엉덩이를 만져야 한다는 조건 탓에 봉예분은 전형적인 영웅이 아닌, 난처하고 우스꽝스러운 상황에 처한 생활인이 된다. 중요한 점은 그가 이 능력을 사적 욕망이나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동물의 상태를 파악하고 마을 사건을 해결하는 쪽으로 능력의 목적을 돌리며, 작품은 자극적인 설정에 최소한의 윤리적 명분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초반 논란이 전부 오해였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봉예분이 선한 인물이라는 점과, 신체 접촉을 웃음거리로 소비하는 연출이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문제는 전혀 별개다. '힙하게'는 이 간극을 논리적으로 풀기보다 B급 코미디 특유의 과장과 속도로 밀어붙이는 길을 택했다.
황당한 상황을 현실 규범의 재현이 아닌 장르적 유머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이 선택은 큰 웃음을 유발했지만, 소재 자체에 거부감을 느낀 시청자들까지 완전히 설득하지는 못했다. 작품의 성취를 인정하면서도 초반의 문제 의식만큼은 유효하게 남은 이유다.

서울에서 좌천돼 무진으로 내려온 형사 문장열은 이 불안정한 설정을 수사극의 문법 안으로 끌어들이는 핵심 인물이다. 서울 복귀를 위해 사건 해결에 매달리는 문장열과, 초능력은 있지만 수사엔 서툰 봉예분은 처음부터 손발이 잘 맞는 협력자가 아니었다.
두 사람은 끊임없이 부딪히고 의심하면서도 서로의 결핍을 채워 나간다. 한지민과 이민기의 호흡이 빛난 이유도 달달한 로맨스보다 티격태격하는 충돌의 합을 먼저 살렸기 때문이다. 봉예분의 능력만 단독으로 반복됐다면 설정은 금세 밑천을 드러냈겠지만, 문장열의 집요한 행동력과 만나면서 비로소 사건을 이끄는 동력이 되었다.
작품의 결정적 전환점은 무진에서 연쇄살인 사건이 터지며 찾아온다. 소소한 유머와 정겨운 시골 일상을 보여주던 이야기가 순식간에 죽음과 의심이 도사리는 영역으로 넘어간다. 이러한 장르 전환은 '힙하게'의 가장 대담한 선택인 동시에 거친 약점이기도 했다. 코미디를 즐기던 시청자에겐 지나치게 급작스러운 변화로 느껴질 수 있고, 연쇄살인의 긴장감이 이전에 짓던 웃음을 무겁게 반추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불균형 덕분에 무진이라는 공간은 그저 정겨운 시골 마을에 머물지 않는다. 정든 주민들 사이에 섬뜩한 비밀이 숨어있을지 모른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공동체의 친밀함은 곧 의심의 조건으로 뒤바뀐다.
수호가 연기한 김선우는 이러한 의심의 구조를 집약한 인물이다. 무진의 편의점 알바생인 그는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결코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봉예분의 호감을 받는 인물이자, 시청자로 하여금 끝없이 정체를 의심하게 만드는 미스터리의 중심에 서 있다.
작품은 김선우를 포함한 주민들의 인상을 끊임없이 흔들며 과연 누구를 믿어야 할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봉예분처럼 유성우를 맞고 초능력을 얻은 또 다른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초능력은 단순한 코미디 장치에서 범인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서사의 핵심 변수로 확장된다.

결말까지 다 읽고 나면, 엉덩이를 만져야 기억을 읽는다는 설정도 다르게 와닿는다. 타인의 과거를 본다는 것이 곧 진실을 완전히 소유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편적인 기억의 조각은 단서가 될 수는 있어도 또 다른 오해를 부를 수 있으며, 친절한 겉모습 뒤에 숨겨진 실제 속내를 다 설명해주지도 못한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기발한 초능력 그 자체가 아니라, 봉예분과 문장열이 단서를 풀어내고 서로를 신뢰해 나가는 과정이다. '힙하게'가 후반부에서 조명한 것은 능력의 신선함보다 '타인을 다 안다고 믿는 태도'의 위험성이었다. 이 점에서 초반의 자극적인 설정은 후반의 의심과 반전을 매끄럽게 쌓아올리는 불완전한 관찰 도구로 기능한다.

'힙하게'는 논란을 완전히 지워낸 작품도, 파격적인 소재에만 얹혀 간 작품도 아니다. 성추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접촉을 웃음거리로 다룬 위험성은 끝까지 따라붙지만, 봉예분의 능력을 동물과의 교감 및 사건 해결로 연결하고 문장열과의 수사 공조, 연쇄살인 사건, 김선우를 향한 의심으로 입체화한 구성은 영리했다. 코미디와 스릴러의 이음매가 매번 완벽하진 않았어도 특유의 예측 불허한 추진력이 살아났다.
드라마의 성패는 문제적 설정을 완전히 지웠느냐가 아닌, 그 설정을 뛰어넘을 인물과 미스터리를 완성했느냐에 달려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힙하게'는 논란을 단순히 잊히게 만든 작품이라기보다, 논란을 품은 채 전혀 다른 장르적 얼굴까지 증명해 낸 독특한 작품이다.
damovie2019@gmail.com(오타 신고/제보 및 보도자료)
저작권자 ⓒ 필더무비.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