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파업?...삼성 노사갈등에 경쟁사만 반사이익
CXMT, 상반기 영업익 7배 껑충..韓반도체 추격 속도

중국을 대표하는 D램 제조업체이자 글로벌 메모리 4위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에 힘입어 1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무려 7배 이상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상장을 추진 중인 CXMT가 막대한 자금 조달과 업계 1위 삼성전자의 총파업을 지렛대 삼아 공격적인 추격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설립된 CXMT는 중국 최대 메모리 제조사로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5% 수준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적자에 허덕였지만 자국 IT 기업을 중심으로 D램 수요가 급증하면서 성장세가 가팔라지는 추세다. CXMT는 1분기 매출 508억위안(약 11조1천억원), 순이익 247억위안(약5조4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16억위안(약3511억원) 순손실에서 큰 폭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주력 상품인 D램 가격이 1분기 2배 뛰었고, 2분기에도 60% 추가 상승이 예상되면서 CXMT가 AI발 반도체 호황의 대표 수혜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몸값이 높아진 범용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총파업 리스크로 비상 체제에 돌입하자 중국 등 경쟁 메모리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만 경제일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 파업 예고 후 중국 화창베이 시장에서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기가비트) 호가는 20% 가량 급등했다. 삼성의 생산량 조정이 불확실성을 고조시키는 비상 시그널로 읽히면서 고객사들이 중화권으로 발길을 돌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파업에 따른 공정 중단 충격을 최소화하고자 단계적으로 가동률을 낮췄는데 사실상 감산 조치다. AI용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첨단 칩은 물론 범용 D램까지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는 역설적인 상황에 내몰렸다. 유희준 반도체공학회장은 "한번 웨이퍼가 들어가면 최종 결과물은 한 달쯤 걸려 나오기 때문에 메모리 업체는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며 "메모리를 사전에 확보하려는 고객사들은 예측 불가능에 대비하고자 대체 공급선을 찾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직간접적 손실이 현실화한 가운데 실제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하루 2조6천억원에 달할 거란 추정이 나온다. 2018년 정전으로 평택 캠퍼스가 30분 멈췄을 때 손실액이 500억원 상당이란 점에 근거한 것이다. 이번 가동 중단 사유가 손 쓸 수 없는 천재지변이 아닌 파업이란 구조적 리스크란 점은 뼈아프다. 고객과 유기적인 소통으로 적기에 상품을 공급 가능해야 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파업 장기화와 반복 가능성만으로 신뢰라는 절대 자산을 잃을 명분을 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도 전례 없는 일이다.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가 지진이나 화재로 공장을 멈춘 적은 있어도 노사 갈등으로 생산 차질을 겪은 일은 없다.
삼성의 공백 사태로 경쟁사들이 '손 안대고 코 푼 격'이지만 고객사들이 계속 대체 공급선을 찾도록 빌미를 줘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기업들마저 최첨단 AI칩인 HBM 개발에 나서며 한국 반도체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서 일했던 핵심 인력들도 고임금을 앞세운 중국 기업으로 대거 이동한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중국이 기술력으론 거의 따라잡았고 향후 시스템까지 갖춰지면 추격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벌써 HP와 델과 같은 미국 기업들은 D램 쇼티지에 대비하고자 CXMT에 제품 검증에 착수하며 수급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구속기소된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빼돌린 반도체 기술이 흘러간 곳이 CXMT다.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선 "(성과급 제도화) 협상 결렬시 CXMT로 이직해 기술 유출시키겠다"는 사내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쟁사로 인력 이탈을 경계하는 사측을 상대로 한 공공연한 겁박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장준연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은 "반도체 호황으로 국가적 성장 동력을 얻었는데 파업이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며 "삼성 직원의 노고는 인정하나 반드시 원만한 타협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했다.
김이슬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