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참변 못 막은 ‘산재와의 전쟁’…일주일 새 노동자 3명이 ‘끼임 사고’로 숨졌다

최근 일주일 새 노동자 3명이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숨지는 등 제조·조선업 현장에서 중대재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산업재해 사망자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며 ‘산재와의 전쟁’ 성과를 최근 발표했으나, 현장에선 ‘예견된 사고’조차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숨진 노동자 3명 모두 20~30대 청년·하청 노동자였다.
28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HD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하청업체 소속 주모씨(39)가 러그 취부기(선박 블록 인양용 고리인 ‘러그’를 선체에 부착하는 이동식 장비)와 선박 블록 하부에 부착된 러그 사이에 머리가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이는 최근 일주일 새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두 번째 산재 사망사고였다.
이틀 전인 지난 22일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김승모씨(28)가 금속가공 설비 내부에서 작업하던 중 설비가 가동되며 목숨을 잃었다. 이에 앞서 지난 18일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우즈베키스탄 국적 하청 노동자(26)가 곤돌라를 타고 작업하던 중 족장에 끼여 사망했다.
세 사건 모두 하청 노동자가 끼임 사고로 숨졌으며, 안전 장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군산조선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예견된 사고’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에 따르면 사고 당시 고인이 타고 있던 러그 취부기는 입식 지게차를 개조한 것으로, 작업 편의를 위해 작업자의 머리를 보호하는 상부 ‘헤드가드’의 높이를 낮춰 낙하물이나 외부 구조물과의 충돌에서 작업자를 보호할 수 없는 구조였다.
노조는 2025년 1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에서 헤드가드의 개선을 요구했고, 이에 사측은 그해 3분기 안에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다. 노조는 해당 기기의 임의 개조 문제로 사측을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고발했지만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노조는 “계속해서 위험을 알리며 개선을 요구했지만 현대중공업은 위험을 알고도 방치했다”며 “무혐의 처분을 한 노동부 역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공범”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 발생 후 사후 조치 문제도 불거졌다. 노조는 18일 울산조선소 사건 후 회사가 사고가 발생한 현장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작업을 중지했을 뿐, 동일 장비를 사용하는 군산조선소에 대해서는 안전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주일 새 두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현대중공업은 29일부터 사흘간 전 사업장의 가동을 멈추는 ‘안전 셧다운’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중공업과 계열사인 HD현대엠엔에스에서 노동자 4명이 중대재해로 목숨을 잃었다.
HL만도 공장에서 작업 중 숨진 김씨 유족은 장례를 미루고 진상 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원청인 HL만도는 김씨 사망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사고 원인을 작업자 과실로 돌리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원청의 무리한 공기 단축 요구와 안전 장치 미비가 사고를 불렀다며 “인력 채용 없이 하청업체에 위험한 일을 외주화시킨 것이 근본적인 사고 원인”이라고 말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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