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Inside The Park] LG 트윈스 김이서 치어리더

조회수 2024. 1. 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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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에 스며든

누군가 당신에게 무언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본다면, 의외로 명확히 그 답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 대상이 음식이든, 취미든, 사람이든 간에 상관없이 분명 마음에 드는 점이 여러 가지 떠오르긴 할 테지만, 그것을 좋아하게 된 계기를 명확히 집어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건 오늘 인터뷰의 주인공에게도 해당하는 이야기다. 어느새 8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한 치어리더라는 직업. 이 일은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왔고, 어느새 그녀가 ‘이유 없이’ 좋아하고, 함께하는 대상이 됐다. 마치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에서 등장한 대사처럼 말이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 있어요. 그냥 나도 모르게 스며드는 거지.”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Mingyu Kim Location Dugout Magazine Studio

반가워요! <더그아웃 매거진> 독자들한테 자기소개와 인사 부탁해요. (12월 11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LG 트윈스 치어리더 김이서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올해 농구 잡지는 몇 차례 출연도 하고 인터뷰도 했지만, 야구 잡지는 첫 출연이네요.
의외였어요. 농구 잡지에 나갔을 땐 당시에 이름을 알린 계기가 있었던 거라, 할 수 있겠거니 했는데 솔직히 야구 잡지는 저보다 쟁쟁하신 분들도 너무 많잖아요. 그리고 찾아보니까 치어리더분들이 그렇게 나올 기회가 그리 흔하지도 않았더라고요. 그래서 더 영광이고 긴장됩니다. 떨려서 죽을 것 같아요!

가장 최근에 출연한 LG 치어리더가 현재 팀장을 맡은 차영현 치어리더였는데, 혹시 오기 전에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읽어봤나요?
읽어보지 못했어요. 언니 미안해요! (출연하는 건 알리고 왔죠?) 그럼요. 언니가 격려도 해주고 응원도 해줬어요. 잘하고 오라고, 예쁘게 촬영하고 말도 잘하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오늘 인터뷰에서 스스로 어떤 이미지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약간 의외라고 할 수 있는…? 평소 사람들이 저에 대해 생각하신 것과는 다르게, 반전 매력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을 이번 인터뷰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승의 현장 속에서

야구 시즌이 끝난 지도 한 달 정도 됐어요. 요새 어떻게 지내고 있어요?
겨울 스포츠 시즌이라 계속 경기를 소화하고 있죠. 근데 야구가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일단 LG가 통합우승을 했으니까, 아직 우승 ‘뽕’에 취해있다고 해야 할까요. 주변에서 축하한다고 연락도 자주 오거든요. 제가 한 거라곤 단상 위에서 열심히 응원한 거밖에 없는데 그런 연락을 받는다는 게 머쓱하기도 하고, 또 ‘내가 우승팀 치어리더라니!’라는 생각도 들면서 자부심도 느껴지곤 해요.

방금 말했듯 지금은 겨울 스포츠를 소화하는 시기인데, 바쁜 정도는 야구 시즌과 비교하면 어때요?
야구가 더 바쁜 편에 속해요. 경기도 매일 있고, 시간도 더 길고 하니까요. 근데 농구는 겨울이라 실내에 히터가 틀어진 상황에서 무대를 하잖아요. 그 히터 바람을 쐬면서 힘든 부분도 있어요. 야구도 여름 때 더운 환경이긴 하지만, 히터 바람에서 나오는 더움이랑 실제 햇빛에서 느껴지는 더움이랑은 좀 다르더라고요.

23시즌을 앞두고 LG 응원단에 합류했죠. 2019년 이후로 4년 만에 야구 현장으로 복귀한 건데, 그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2019년까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활동하다가 그만두고, 한동안 팬의 입장으로 LG 경기를 보러 다녔어요. 그러다 ‘나름 치어리더인데 내가 좋아하는 팀의 응원단을 해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어서 처음으로 LG 면접을 봤어요. 근데 그땐 제가 여러모로 준비가 덜 된 상태였어요. 살이 조금 포동포동했을 때라, (웃음) 첫 면접에선 떨어졌죠.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고 관리한 다음에 붙어보자는 생각으로 다시 도전했고, 살을 10kg 정도를 빼고 나서 두 번째 면접을 봐서 당당하게 붙었습니다.

붙었을 때의 기쁨과 성취감이 남달랐겠어요.
한 번 떨어졌으니까, 두 번째 때도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는 살도 꽤 뺐고, 당시에 농구장에서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을 때라 ‘날 놓치진 않겠지?’라는 자신감도 있긴 했어요. 합격하고 나서는 좋아하는 팀이니까 더 열심히 응원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고, 팀에 누가 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본인의 합류를 반기는 팬이 상당했던 거로 기억해요. 당시 반응 중에 기억나는 게 있나요?
제가 오고 나서 “우승하겠다”라고 댓글을 남겨주신 게 기억나요. 물론 제가 팀 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말씀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까 감사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농구 선수로 활동하는 등 농구와의 인연을 꽤 길게 이어오고 있잖아요. 그럼 야구와의 연은 언제부터였나요?
처음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개인 사정으로 시즌 중간에 그만둔 적이 있어요. 그러다 잠시 SK로 넘어가서 활동했지만, 아시다시피 2019년까지만 하고 그만뒀고요. 솔직히 그때까지만 해도 그리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힘든 점이 많아서 그런지 어린 마음에 큰 정을 주진 못했나 봐요. 근데 야구 치어리더를 그만두고 난 뒤에 LG 경기를 보러 다니면서 점점 야구의 매력에 빠지게 됐죠.

엘린이 출신이라는 걸 밝힌 바 있죠. 처음으로 LG의 야구를 본 건 언제였어요?
스무 살? 정도였어요. (엘린이 치고는 꽤 적지 않은 나이 아니에요?)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욕을 몇 번 먹었어요. 왜 네가 엘린이냐고, 암흑기를 경험한 적도 없고 팀이 성적이 나기 시작할 때부터 좋아했으면서 왜 엘린이 출신이라고 얘기하고 다니냐는 이야기를 들었죠. 그래도 늘 어린이 같은 마음으로, 다른 팬분들만큼이나 열렬하게 좋아하고 있답니다. 이 마음이 진심이라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관중으로서 볼 때와 치어리더로서 볼 때LG의 야구는 어떻다고 느껴요?
크게 다르진 않아요. 관중일 때나 치어리더일 때나 무조건 응원하는 팀이 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비슷하니까요. 다만 치어리더일 땐 팀의 분위기가 안 좋을 때여도 힘을 내서 관중들의 응원을 끌어내야 하니까, 그 부분에서 부담감이 느껴지긴 해요.

모두의 텐션이 떨어졌을 때, 그걸 살리는 게 어렵잖아요. 그럴 땐 어떤 식으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하나요?
일단 동작을 격하게 해요. 이를테면 견제 응원을 할 때 행동을 더 크게 하고요, 진심으로 “그만 좀 견제하라고!!!”하는 느낌으로 응원하죠. 그러다 저희 팀 선수가 안타 치고 나가면 온몸으로 표시해요. 빨리빨리 다음 베이스로 가라고. 혼자 막 풍차 돌리기도 하고 그래요.

팀의 영구결번인 9번을 등 번호로 쓰고 있죠. 번호를 고를 때 팀의 상징적인 번호라는 점이 영향을 줬나요?
사실 제 생일이 9월 9일이라 선택한 것도 있는데, 마침 팀의 레전드인 이병규 선수(현 삼성 라이온즈 코치)님의 번호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겸사겸사 저도 LG의 레전드 치어리더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골랐습니다.

단상 위에서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야구장을 볼 때면, 그 분위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진짜 가슴이 웅장해져요. 가끔 울컥할 때도 있고요. ‘이런 현장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다니…?’ 하는 생각이 들죠. 그러면서 이런 느낌도 들곤 해요. ‘나 약간 기특한데?’

LG 응원만이 가진 매력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우와…! 이거 진짜 어려운 질문이네요. (막막) 뭐라 정의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럼, 질문을 살짝 바꿔볼게요. “이것만큼은 다른 팀 응원단에 뒤지지 않는다!” 싶은 부분은요?) 저흰 모든 면에서 안 뒤지는데요? (당당) 서울의 자존심 LG 트윈스 아니겠습니까! 모든 거에서 최고라고 감히 얘기하고 싶습니다.

단상에서 들었을 때 가장 마음에 드는 응원가를 뽑아보자면요?
선수 응원가로는 박동원 선수와 오지환 선수요. 그리고 팀 응원가는 ‘무적의 LG’를 제일 좋아해요. 1회 말이 끝나면 치어리더들이 함께 보여드리는 무대인데, 이 노래를 들으면 ‘우리 이제부터 시작이야!’ 하는 느낌이 들어요.

야구와 농구의 응원문화를 비교하면 어떤 점이 제일 다르다고 생각해요?
농구는 꽤 잔잔하게 응원하는 편이에요. 공수가 바뀌는 속도도 빠르고, 경기도 정신없이 진행돼요. 그래서 팬분들이 일어나신다거나 특정 노래에 맞춰서 응원할 여유가 잘 없어요. 근데 야구는 다 함께 응원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정해져 있으니까, 한꺼번에 에너지를 쏟아내는 응원이 가능한 거죠. 그것 때문에 야구 응원을 할 때마다 가슴 벅찬 부분이 더 커요.

이전에 농구 코트는 고향 같은 느낌이라고 했는데, 야구장은 어떤 느낌인가요?
정감도 가고 가족 같은 느낌은 들지만, 막 100% 긴장을 풀 순 없는 느낌이에요. 이걸 한 단어로 어떻게 표현하지… 시댁? 아니, 근데 시댁이라고 하는 게 맞을까요? 더 좋은 말을 떠올리고 싶은데, 생각이 잘 안 나네요. 어쨌든 편하면서도 완전히 방심할 순 없어서 적당히 긴장 상태는 유지해야 하는, 그런 복합적인 기분이 드는 장소라고 하고 싶어요.

#단상 위에서

무대 위에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잖아요. 준비하면서 특별히 어려운 곡이 있었나요?
제가 춤을 엄청나게 잘 추는 편이 아니거든요. 근데 올 시즌에 틴탑의 ‘장난 아냐’ 무대를 준비한 적이 있어요. 야구장에서 보여드린 적은 없는데, 배울 때 정말 힘들었어요. 연습은 맨날 했는데 남자 안무다 보니 쉽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응원단을 총괄하시는 여자 단장님이 계시는데, 그분이 춤을 진짜 파워풀하게 추는 스타일이세요. 정말 1초도 숨 고를 틈도 없이 안무를 추는 분이시라, 단장님 안무할 때도 조금 힘들었죠.

반대로 “이 무대는 내가 좀 잘했다!” 싶었던 건 있었나요?
저희 팀에 ‘아코즈’라고, ‘아기 코끼리즈’의 줄임말인데 덩치가 큰 멤버가 있어요. 저랑 (이)진이 언니인데, 둘이 특별 공연으로 씨스타의 ‘My Boy’ 무대를 한 적이 있어요. 근데 그날 함성이 유독 크다고 느꼈어요. 덕분에 무대 도중에 ‘와, 나 진짜 오늘은 찢었다’하는 생각도 들었고, 평소보다 잘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대가 끝나고 둘이 뿌듯해했던 기억이 나요.

짧게 밸런스 게임을 몇 개만 해볼게요. 30도가 넘는 더위에서 응원하기 vs 한국시리즈 때처럼 기온이 영하까지 내려간 추위에서 응원하기!
전자요! 차라리 더운 게 나아요. 이번에 수원에서 했던 한국시리즈 3차전이 기억이 나는데, 그날이 진짜 추웠거든요. 근데 추우니까 옷을 여러 개 껴입고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몸이 무거워서 뛰어지지 않는 거예요. 아무래도 동작도 더뎌지고 되게 둔해지더라고요. 더우면 그냥 정복만 입으면 되는데, 추운 날 옷을 몇 겹으로 입으면 확실히 무겁거든요.

다음 문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4시간 이상 이어지는 타격전 vs 2시간 만에 1대0으로 끝나는 투수전 중 하나만 고르자면?
재미로 따지면 앞의 타격전이 낫긴 한데, 마음이 편하다는 점에서 투수전이 좋은 부분도 있죠. 칼퇴근이 가능하다는 점도 있고요. (장난) 근데 타격전의 재미도 상당해서 포기하기가 어렵네요.

그럼 예시를 들어볼게요. 이번 한국시리즈 3차전처럼 완전히 진 빠질 만큼 치열한 경기랑 4차전처럼 초반부터 승기를 잡으면서 압도적으로 이긴 경기 중에선 어느 게 좋아요?
4차전이요. 3차전 때 너무 가슴을 졸여서… 심장도 벌렁거리고 숨도 막 떨리고 하다 보니까 진이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절대 지면 안 되는 경기라 ‘오늘 지면 안 된다,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하는 마음으로 보다 보니 더 그랬어요. 차라리 마음 편히 본 4차전이 낫습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비수도권 원정 6연전 다녀오기 vs 세 경기 모두 연장 12회까지 가는 홈 3연전 소화하기!
둘 다 아찔하네요. (웃음) 그래도 홈 3연전이 나아요. (원정 다니는 게 확실히 체력 소모가 큰가 봐요?) 아뇨. 솔직히 힘든 정도는 홈이나 원정이나 비슷한데, 아무래도 홈경기가 편안한 느낌이 들어서요. 근데 저 원정 경기 다니는 것도 되게 좋아해요. 지방 원정 가면 또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고 하잖아요.

원정 경기 다니면서 발견한 맛집 중에 하나만 추천한다면요?
광주에 있는 ‘엄마네 돼지찌개’요! 근데 여긴 너무 먹어보고 싶은 곳인데 대기가 너무 길어서 못 가본 곳이에요. (속상) 오픈 전에 가도 1시간 반은 기다려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여긴 언젠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꼭 가볼 거예요.

#동료들 사이에서

LG 치어리더팀 내에서 본인은 어떤 포지션을 맡고 있다고 생각해요?
막내라인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막내스럽진 않은 느낌이에요. 이 직업을 되게 오래 했다 보니까 눈치도 있고요, 시키지 않아도 제 일을 알아서 하는 편이에요.

그럼 막내라인에 속하는 다른 동료들이 본인에게 의지할 때도 있을 것 같아요.
함께 막내라인에 속하는 언니들이 “이서가 잘 해줘서 우리도 너 따라서 빨리빨리 하게 돼”라고 얘기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서 언니들이 고맙다고 해줄 때마다 ‘나 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곤 해요.

MBTI가 INFP라는 걸 들었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니 ‘I’ 성향은 별로 없어 보여요. 팀 내에서 사람들을 두루 챙기는 것만 봐도 ‘E’ 성향이 강한 건 아닐까 싶은데요.
I랑 E가 반반인가 봐요. 편한 사람 앞에서는 완전 다 내려놓고 모든 걸 다 보여주는데, 불편하면 거리를 두게 돼요. 평소에 낯도 가리고 부끄러움도 잘 타거든요.

팀 내에서 가장 의지가 되는 동료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전체적으로 다 친해요. 그리고 경기나 연습이 없더라도 별거 아닌 일로 연락도 막 주고받는 스타일이라 더 막역하게 지내곤 해요. 물론 그중에서도 팀장 언니가 모두를 이끌어주는 면모가 있으니까 의지가 되는데, 뭔가 힘든 일이 있다 싶으면 팀장인 영현 언니라든지 (원)민주 언니가 먼저 다가와서 풀어줘요. 또 저희 언니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맛있는 거에 술 한잔 마시고 털어버리자고 하는 스타일이라, 덕분에 제가 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같이 술을 먹는 멤버가 있다고 하던데요. 평소에 술자리를 자주 갖는 편이에요?
가볍게 즐기는 정도죠. (엄청나게 달리는 느낌은 아닌가 봐요?) (속닥) 솔직히 달리기는 하는데요. (웃음) 웬만하면 자제해서 먹으려고 하죠. 아무리 많이 먹더라도 다음 날 지장이 갈 정도로 먹진 않습니다. 특히 일정이 있는 전날엔 절대 안 먹어요.

평소 술자리를 만드는 사람은 누구예요?
보통 제가 만들죠. 제가 먼저 언니들한테 “언니 오늘 뭐 해요? 경기 끝나고 약속 있어요? 내일 별일 없죠? 없으면 우리 닭발 먹으러 가요!” 막 이래요. (확실히 I 성향이라는 건 못 믿겠네요.) 에이, 맞아요! (억울) 그럼 소문자 e인 걸로 하겠습니다.

치어리더마다 경기 전에 밥을 안 먹는 스타일이 있고 꼭 먹는다는 스타일이 있는데, 본인은 어떤 쪽이에요?
무조건 먹는 스타일이에요. 대신 뭔가 그날 정복이 제 몸에 너무 딱 맞겠다 싶은 날은 안 먹기도 하고요. 어쨌든 치어리더는 대중들에게 공개되는 직업이니까, 그 부분을 신경 쓸 수밖에 없죠.

대신 이번 한국시리즈처럼 여러 옷을 껴입을 땐 든든하게 먹었겠네요.
그럼요. 저희가 잠실에서 가는 식당이 밥이 무척 잘 나오거든요. 특히 이번 한국시리즈 때 갈비탕이 나온 적이 있는데, 전부 전복을 한 마리씩 넣어주셨더라고요. 너무 맛있어서 그날 밥 먹고 기절할 정도였습니다.

#팬들 앞에서

내년이면 데뷔 8년째네요. 지금까지의 치어리더 인생을 돌아보면 어땠어요?
확실히 어수룩했고, 부족한 점도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생겼고, 어릴 때랑은 다르게 실수도 적어지면서 좀 더 프로다운 모습이 생겼다고 느껴요. 그래도 옛날보단 경력자다운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 이젠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그런 느낌이죠.

‘사람 김이서’는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털털하고, 내숭 떠는 건 잘 못 해요. 어떻게 보면 곰 같다고 해야 할까요. 미련할 때도 많고… 확실히 여우 같은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워낙 많은 팬을 만났을 텐데, 지금까지 가장 힘이 났다거나 고마움을 느낀 팬이 있을까요?
모든 팬분이 다 감사하지만, 그래도 유독 고마웠던 분이 있어요. 그날이 잠실 원정 두산전이라 3루 쪽 응원단상을 쓰는 날이었어요. 경기 시작하면서 응원봉을 들고 라인업송이 나올 때였는데, 순간 손에 힘이 빠져서 봉을 놓쳐버렸어요. 근데 그게 하필 응원단상 아래에 한 관중분의 머리 위로 떨어진 거예요. 이미 노래는 시작됐고, 완전 패닉 상태였는데 다행히 그분께서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다 주셨어요. 그분으로선 날벼락을 맞은 거니까 기분 나쁘시거나 당황하셨을 텐데, 그런 내색 없이 웃으면서 가져다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치어리더라는 직업의 매력을 하나만 뽑아볼까요?
이 질문은 다른 인터뷰 때도 자주 듣는데, 아직도 명확히 답을 내리기가 어려워요. 당연히 좋아서 지금까지 하고 있지만, 딱 어떤 점이 끌린다고 하나만 콕 집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 그런 질문을 할 때가 있어요. 대체 난 뭐가 좋아서 이 직업을 하고 있지? 뭐 때문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이 삶을 이어가는 거지? 그럴 때마다 문득 이 일이 제 삶이 돼버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당연하게 이 일을 계속하고 있고, 아무 이유 없이 스며들어버린 느낌이기도 하고요.

그럼 다시 태어나도 이 직업을 선택할 건가요?
높은 확률로요. 다만 너무 어릴 때부터 시작하진 않을 거예요. 나이가 조금 든 다음에 스스로가 단단해지고, 성장을 이룬 상황에서 시작하고 싶어요. 제가 예전에 가꿔지지 않은 시점에서 너무 일찍 이 일을 시작했는데, 그 시절이 제겐 다소 흑역사로 남아 있거든요.

이 직업을 지망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보이는 게 화려하다고 해서 쉽게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번 경험해보고 아니면 말자는 생각으로 접근하기엔 이 직업이 삶의 전부인 분들도 있고, 진심으로 대하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이유도 있고요. 만약 이 직업을 조금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걸 보는 저도 살짝 속상할 것 같아요.

본인의 치어리더 인생을 야구 경기에 비교해본다면, 지금 몇 회쯤 왔어요?
9회 말 투아웃이요. 전 더는 물러날 곳이 없다고 느껴요. 정말 끝까지 왔으니까, 그냥 이를 악물고 덤빌 겁니다. (지금까지 경기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계속 뒤지고 있었지만, 슬슬 치고 올라온다고 해야 할까요? 마치 한국시리즈 3차전 9회처럼 경기를 뒤집을 찬스를 잡은 상태입니다. 조만간 그 기회를 살려서 리드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LG 치어리더로서 보낸 1년이 지나갔어요. 첫해부터 우승도 경험하고, 그야말로 ‘승리요정’이 됐는데, 앞으로 오래오래 잠실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기대해도 될까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전 누가 나가라고 하지 않는 이상 악착같이 버티고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쓰는 등 번호의 주인인 이병규 선수처럼 레전드 치어리더가 돼서, 그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중에 9번 아래에 본인의 이름도 새겨넣을 수 있을 정도로요?) 제 이름은 작게, 아~주 작게 보일 정도여도 좋아요.

끝으로 구독자분들한테 인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뭐라고 얘기했는지 기억이 안 나네요. (웃음) 그동안 해 온 것보다 새로운 인터뷰였고, 그래서 긴장도 됐던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치어리더로서 더 열심히 할 테니까, 예쁘게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53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53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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