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파트너'와 '언니네 산지직송' 통해 본 달라진 우리네 TV의 감동 코드

박진규 칼럼니스트 2024. 9. 10.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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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산지직송‘과 ’굿파트너‘는 어떻게 성공을 거뒀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지난 8월의 시작은 파리올림픽이었다. 남녀 양궁선수들이 휩쓴 금메달에 절로 박수가 나왔다. 금메달은 아니지만 남녀혼성 유도경기에서 안바울 선수가 보여준 투지의 경기와, 그 노력 끝에 얻은 동메달은 금메달 못지않은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그 감동은 뭔가 옛날식 감동의 느낌이 강하다. 과거 가족끼리 TV 앞에 둘러앉아 올림픽 중계를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며 응원하고 환호하던 그 추억의 순간 말이다. 그런 순수한 감동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나?

이제 순수한 감동의 기분을 TV에서 느끼기란 쉽지 않다. 파리올림픽 경기의 저조한 시청률이 말해주듯 익숙한 감동 코드는 시청자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시청자들은 이제 TV를 바라보며 인간미와 노력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순수한 감동을 느끼기 어렵다. 2000년대 초반 MBC <러브하우스>에 출연한 어린 소녀는 지금 계곡살인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20년 전 시청자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바꿔주는 예능의 마법에 감동했지만, 이제는 위험인물의 실체를 TV로 지켜보며 경고장을 받는 기분이다. 드라마에서도 이웃끼리 대화를 주고받던 주택가 풍경은, 이제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주요장소로 뒤바뀌었다.

TV가 순수한 감동보다는 순수한 사람이여 세상은 위험하니 각성하라, 쪽으로 맥락이 바뀐 느낌이다. 또한 대중 역시 감동을 위한 빌드업을 견디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어느새 숏츠 영상에 길들여져서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 단계에 이르기 전에 이미 지루함에 하품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여 다음 영상을 본다.

하지만 의외로 히트작인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과 SBS 드라마 <굿파트너>를 보면 이 두 성공작의 코드는 바로 감동이다. 다만 예전 TV에서 보아온 교훈적이고 신파적이고 일단 눈물샘을 공격하기 위해 돌진하는 그 감동은 아니다.

이제 TV에서 감동은 교훈이나 고생보다 공감의 키워드와 연결된다. <언니네 산지직송>은 tvN 리얼리티 예능인 <삼시세끼>에 <일로 만난 사이>를 더한 느낌이다. 일과 휴식, 그리고 함께 차려먹는 밥상이 함께 있어 일상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세대가 다른 스타들 사이에 오가는 소소한 공감과 인정의 코드가 사랑스럽다. 염정아, 안은진, 박준면 각기 다른 이미지의 세 여배우가 보여주는 의외의 케미도 재밌고, 듬직한 막내동생 같은 덱스도 잘 어울린다.

가족드라마는 아니지만 <언니네 산지직송>의 출연진들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은 어떤 휴먼드라마보다도 편안하다. 특히 배우 염정아가 보여주는 JTBC <스카이캐슬>에서의 날카로운 모습과는 다른 호쾌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은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리얼리티 예능을 텐션 있게 이끌어가는 힘이기도 하다.

한편 2024년 지상파 드라마 최대 히트작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굿파트너> 역시 감동의 코드가 중심이다. 이혼 전문 변호사 차은경(장나라)과 한유리(남지현)가 등장하는 드라마는 그렇다고 이혼 드라마 특유의 구구절절한 소재나 법정 드라마 특유의 교훈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에서는 이혼을 솔직하고 객관적으로 다룬다. 이혼을 통해 벌어지는 부부 사이의 대립과 그 과정에서 상처 받은 아이와 부부의 심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이혼 가정의 수가 상당한 한국 사회에서 처음으로 이혼에 대해 전면적으로 다룬 셈이다. 이 때문에 이혼 혹은 이혼의 위기에 놓였던, 혹은 결혼과 이혼에 대해 고민하는 시청자들에게 공감의 코드가 다층적으로 만들어지는 작품이다.

또한 <굿파트너>가 지향하는 것은 이혼을 극복하는 재결합이 아니다. 오히려 이혼 과정에서 입은 상처를 극복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의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 이 메시지는 차은경과 한유리가 파트너로 일하고 함께 성장하면서 시청자들 또한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지점에 있다. 그렇기에 감정적인 울림의 감동이 아닌 논리적인 통찰의 감동이 있는 드라마로 사랑받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TV에서 감동 코드가 묻힌 건 대중들이 냉정해져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방송 제작진들이 감동을 너무 '쌈마이'하게 소비해서 외면 받은 것은 아닐까? 달라진 대중의 기호에 맞는 감동 코드를 맞추기가 어렵고 복잡해진 것이다. 하지만 <언니네 산지직송>과 <굿파트너>는 지금 대중들이 원하는 감정의 코드가 연결되는 지점을 찾아냈다. 그 방법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조금만 더 지금 사람들이 아파하고 위로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그늘을 찾아내면 된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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