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항식을 왜 배워야 하나요?”

한겨레 2025. 8. 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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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ㅣ 기적같이 수학 잘하는 법
챗지피티로 만든 이미지

최우성 | 다산고 교장
·‘수포자도 수학 1등급 받을 수 있어’ 저자

“수학은 어렵다” “나는 수학 머리가 없다” “배워도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는 말은 수업 시간마다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다. 이런 불안과 두려움은 결국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필자는 수학을 가르칠 때 이렇게 말한다. “수학은 우리 삶을 설명하는 언어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도 수학으로 바라보면 단순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다항식’은 어떨까? 학생들에게 “다항식이 뭐지?”라고 물으면, “항이 많은 식이요” “동류항을 정리해야 해요” “결합 법칙, 분배 법칙이 있는 식이요”라고 대답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개념일 뿐, 왜 배우는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 필자는 다항식을 가르칠 때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장면들을 먼저 떠올려보게 한다.

일례로, 생선 가게 주인이 아침에 출근해 냉장고 안을 들여다본다. 어제 팔고 남은 전어가 4상자, 대하가 9상자 있다. 오늘 도매상에서 납품받을 물량은 전어 5상자, 대하 3상자다. 각각 총 몇 상자일까?

x는 전어 1상자, y는 대하 1상자라고 가정하고, 이 상황을 수학식으로 표현하면 이렇다. (4x + 9y) + (5x + 3y) = 9x + 12y

전체 재고는 전어 9상자, 대하 12상자가 된다. 이렇게 다항식을 이용하면 직관적으로 재고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수식을 통해 학생들은 “다항식이 현실에서도 쓸모가 있구나”라고 인식하게 된다.

다항식의 결합 법칙과 분배 법칙은 영어 문장을 만들 때도 활용된다.

(a) Her patience makes a good teacher.

(b) Her dedication makes a good teacher.

두 문장을 보면, 주어 Her와 동사구 makes a good teacher는 같다. 다른 건 중간에 들어간 patience(인내심)와 dedication(헌신)이다. 이 두 문장을 하나로 합치면 이렇다. Her patience and dedication make a good teacher.

수학의 결합 법칙처럼 두 문장을 하나로 묶는 방식이 활용됐다. 영어에서도 다항식처럼 공통된 구조를 찾아내는 사고가 적용된다는 흥미로운 예시다.

“어? 영어 문장인데 수학에서 배운 거랑 똑같네요?” 이렇게 수학과 언어의 연결을 소개하면 학생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다. 수학을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잠깐이나마 흥미를 보이는 순간이다.

사실 다항식 그 자체는 정해진 규칙 안에서 연산하는 단순한 활동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통해 우리는 문제를 쪼개고 묶고 다시 조합하는 사고를 배우게 된다. 이는 단지 수학 문제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해석하고 삶의 복잡함을 단순하게 바라보는 힘으로 확장된다.

“다항식 배우면 뭐가 좋은데요?” 질문에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항식은 세상을 더 잘 읽기 위한 도구다. 숫자와 문자의 조합을 통해 세상 구조를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기호로만 다가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숫자, 변수, 변화로 가득 차 있다. 다항식을 배우는 이유는 결국 그런 현실을 이해하고, 나아가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키우기 위함이다.

오늘 저녁 배달앱으로 치킨 2마리, 떡볶이 3인분, 음료 2개를 주문한다면, “이걸 수학식으로 나타내면 어떤 식일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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