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좋은 여행과 좋아하는 잡지

어느 행사에서 좋은 여행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인터뷰식의 짧은 질의응답 자리였고, 정말 가벼운 맥락의 질문이었죠. 저는 헛기침을 하며 잠시 숨을 고르는 척, 시간을 벌었습니다. 좋은 여행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주 말해 왔지만,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입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효율적인 동선, 럭셔리 호텔, 맛있는 레스토랑, 사랑스러운 동행, 이외에 또 무엇이 있을까요. 독자님들이 생각하는 좋은 여행은 무엇인가요.
행사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만원 버스에서, 문득 새벽 비행 뒤 도착한 어느 도시의 차가운 공기를 떠올렸습니다. 저는 입김이 피어오르던 여행의 순간을 회상하는 걸 좋아합니다. 단편적으로는 차가움이 스치지만, 보드라운 목도리에 칭칭 감긴 기분이 들어서 내심 포근해지거든요. 좋은 여행을 고민하며 떠올린 모든 생각은, 결국 제가 좋아했던 여행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좋은 것과 좋아하는 것은 분명히 다릅니다. 좋은 것은 서비스, 접근성, 가격, 만족도 같은 항목을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는 합의가 가능하고 목록으로 정리할 수도 있죠. 반면 좋아하는 것은 합의의 대상이 아닙니다. 개인의 기질, 체력, 심리 상태와도 맞물려 있고, 감정의 잔상으로나마 묘사할 수 있습니다. 구태여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는 순간 그 맛이 옅어지는 것이 우리 각자가 품고 있는, 좋아하는 여행인 셈이죠.
돌이켜보면 저는 오랫동안 좋은 여행만을 고집해 온 사람인 것 같습니다. 지면에는 언제나 기준이 있어야 하니까요. 무엇이 더 나은지, 왜 이곳을 선택해야 하는지, 독자님들에게 어떤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물론 좋은 여행을 선별하고 추천하는 일은 여전히 필요합니다. 다만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심 했습니다. 누군가는 수백만원짜리 호텔에 들어서야 안도감을 느낄 것이고, 또 누군가는 낯선 동네의 새벽 공기에 비로소 여행이 시작되었다고 말할 테니까요. <트래비>는 좋은 여행을 단정하기보다 사랑하게 될 여행을 제안하는, 독자님들이 좋아하는 여행 잡지가 되고 싶습니다. 이제 누군가 다시 좋은 여행에 대하여 제게 묻는다면, 저는 조금 덜 망설일 것 같습니다.
<트래비> 강화송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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