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Dream] NC 다이노스 송명기

초록빛 매듭이 끊어지는 날

팔다리가 길고 말이 느려 나무늘보라 불리던 소년이자, 집에서는 애교 가득 막내아들 ‘강아지’였던 고등학생 송명기는 장충고 에이스 투수였다. 2019년 2차 1라운드에서 NC 다이노스의 부름을 받았는데, 드래프트 당시 ‘새로운 야구장에서 팀 우승의 주역이 될 선수’라 소개됐다. 그렇게 2년 뒤, 스카우터의 말은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현실로 이루어졌다. 2000년대생 최초 한국시리즈 승리투수라는 대체 불가능한 기록을 세운 것이다. 3년이 지난 지금, 비록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 날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송명기 왼쪽 손목에 찬 초록빛의 소원 팔찌가 끊어지는 날 그에게 이 세상의 모든 행운이 쏟아지길 바라본다.

Photographer Inbi Na Editor Seohyeon Kim Location Changwon NC park

2020년 12월 호 이후 오랜만에 인사하네요. 자기소개 부탁해요! (9월 6일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NC 다이노스 투수 송명기입니다. (느릿)

오늘 화보 촬영은 좀 어땠나요?
되게 오랜만이어서 어색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는데 재밌었어요. 그렇지만 좀 더 촬영해 봐야 여유가 생길 것 같아요. (어떤 자신이 더 좋나요? 무표정의 멋진 나 vs 눈웃음이 귀여운 활짝 웃는 나!) 각각의 다른 매력이 있긴 한데요. 저는 활짝 웃는 제 모습이 더 마음에 들어요.

9월이 되고 시원한 바람도 불지만,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어요. 돌아보자면 이번 여름은 좀 어땠나요?
돌이켜보면 이번 여름에는 특히 더 잘 챙겨 먹고 잘 자려고 노력했는데, 이런 노력이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삼계탕이나 장어덮밥 같은 보양식 종류를 특히 좋아하거든요. 소고기도 챙겨 먹으면서 탄수화물이랑 단백질을 적절히 맞춰 먹었어요.

창원살이가 이제 꽤 익숙해졌을 것 같아요. 쉬는 날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맞아요. 이제는 맛집도 잘 찾아다녀요. 쉬는 날엔 주로 드라이브하거나 집에서 쉬고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건 혼자 편백 숲처럼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 가서 돗자리 하나 펴두고 노래 들으면서 쉬는 거예요. 노래도 별의별 음악을 다 좋아해서요. 제 등장곡인 Tyga의 ‘Ibiza’도 듣고요. 옛날 노래도 좋아하고, 힙합이랑 발라드도 좋아해요. 자취 생활도 5년째 혼자 사니까, 이제는 꽤 익숙해졌어요. 원정 다녀오면 빨래가 많아서 그걸 다 하는 게 처음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혼자서도 잘해요.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어요. 이대로 끝난다면 오랜만에 맞는 가을야구를 하게 될 텐데 어떤가요?
우선 이번 페넌트 레이스를 잘 마치고, 가을야구에 가게 된다면 창원NC파크에서 꼭 경기에 나가보고 싶어요. 계속 여기서 해보고 싶었는데, 지난 2020시즌 한국시리즈는 고척 스카이돔에서만 했잖아요. 4위 이상은 꼭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보직을 바꿨죠. 선발에서 불펜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하루 루틴이 바뀌기도 했나요?
저도 보직이 바뀐 지 얼마 안 돼서 모든 루틴이 정리된 건 아니지만, 불펜으로 오다 보니까 선발 투수로 나설 때와 비교해선 루틴을 줄이긴 했어요. 원래 하던 드라이브 라인(구속 상승을 위한 피칭 훈련의 일종) 훈련 종류를 두 가지 정도 줄이기도 했고, 웨이트 트레이닝 횟수도 줄였고요. 그리고 스트레칭을 전보다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

8월에 선발로 나선 경기들에서 성적이 좋았어요. 8월 1일 롯데 자이언츠전 퀄리티스타트, 8월 6일 키움 히어로즈전 승리투수, 8월 12일 KT 위즈전 또한 퀄리티스타트로 올 시즌 중 가장 뛰어난 한 달을 보냈어요.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일단 저 자신을 의심하기보다는 좀 더 제 밸런스대로 던지려고 했어요. 또 자신감이 붙은 상태로 경기에 꾸준히 나가다 보니까 훨씬 좋아졌던 것 같아요. 전반기 후반쯤부터 찾았던 밸런스를 이어가다 보니 좀 더 좋은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 이전과 달라졌던 건 멘탈적인 부분이었을까요?) 멘탈도 있고요. 일단은 밸런스가 개선되면서 8월 들어 점점 다시 좋아지고 있었고, 저도 투구가 좋아진다는 쪽으로 생각을 계속 가지니까 실제로 몸으로도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주로 던지는 구종인 직구,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 중에서 가장 아끼는 나만의 위닝샷이 있다면요?
제가 제일 아끼는 건 일단 첫 번째는 직구죠. 왜냐면 제가 직구에 제일 자신 있고, 제일 강하게 잘 던질 수 있는 공이 직구거든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이 있을까요?) 직구 아님 슬라이더인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나 장면이 있었나요?
기억에 남는 건 역시 2020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5이닝 무실점 승리투수)이죠. 제가 처음으로 8이닝을 던진 2021년 6월 11일 삼성 라이온즈전도 기억에 남고요. 또 올해는 8월 12일 KT전이 기억에 남아요. 그때 1사 상황에 대타로 박병호 선배님이 들어오셨는데 삼진 잡고 마지막 타자인 김상수 선배님에게 볼넷 줘서 아쉽게 내려왔거든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꼭 이닝 마무리하고 내려와야지’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작년부터는 지금까지 자주 해오던 메모를 멈췄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확실히 생각을 비우는 게 야구에 도움이 되나요?
지금도 가끔 생각나거나 적어야 한다는 마음이 들면 메모하면서 기억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생각나는 걸 최대한 적어두려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제는 중요한 것만 적으려고 해요. 메모를 줄이니까 확실히 생각을 덜 하게 되더라고요. 운동 끝나고 집에 들어갔을 때도 야구 생각을 덜 하게 되고요. 쉴 땐 쉬어야 스트레스도 안 받고 기분 좋게 잠도 잘 왔어요. (기사에서 보니 메모를 놓고 운전대를 잡았다던데요?) 맞아요. (웃음) 그렇게 갔던 데에 편백 숲도 있었고, 부산 광안리도 다녀오고 했던 거였어요. 다음날이 쉬는 날이면 잠깐 바다에 가서 혼자 가만히 앉아있다 오기 괜찮은 거리더라고요. 원래 경기도 사람이면 한 시간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

#느림의 미학

NC의 나무늘보잖아요. 팔다리가 길고 말도 느려서 고등학생 때부터 불리던 별명인데, 말이 느리다고 동료들에게 한마디 들은 적은 없나요?
말이 너무 느리다고 한번 빠르게 말해보라고 들은 적은 있어요. 그래서 저 나름대로 빠르게 해본다고 했는데 그것도 느리다 하더라고요. 딱 누가 놀린다고 꼽긴 그렇지만 장난 많이 치는 선수들이 그런 얘기도 많이 하죠. 성격이 정말 다르다고 느낀 사람은 (신)민혁이 형이나 (김)시훈 형이요. 말하는 거나 하는 행동을 보면 저랑 다르고 급하다고 느끼긴 해요. (최)성영이 형도 저한테 말 빠르게 하라고는 하는데 그럼 일부러 더 느리게 해요. 성영이 형한테는 왠지 장난치고 싶어서… (하하)

지난 인터뷰에서는 부끄럼을 많이 타고 소심한 성격이라고 했어요. 반면 야구장에서는 완전 정반대 성격이라고요. 의식하지 않는데 자연스레 바뀌는 건가요?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다른 형들도 지켜보고 있고 거기서는 부끄럼을 타면 안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리고 저도 마운드 올라가는 게 항상 즐겁고 재밌어서 야구 하는 곳에서는 부끄러움과 소심함이 딱히 나오지는 않는 것 같아요. (부끄럼을 탈 땐 언제예요?) 이런 때요.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 인터뷰하고 사람들이 저만 쳐다볼 때 부끄러워요. 사실 야구장에서도 던지고 내려올 때 환호해 주시면 좋긴 하면서도 살짝 부끄러워요. (수줍)

머리카락을 기르는 이유가 모발 기부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결심하게 됐나요?
일단 제가 머리카락을 원래 길러보고 싶단 생각이 많았는데, 의미 있게 길러보자는 생각에 마음먹게 됐어요. (팬들 사이에서는 장발이 잘 어울린다는 평가가 많은데 본인 생각엔 어떤가요?) 저는 딱 중간길이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지금은 중간보다는 좀 더 많이 길어져서 애매한 기장이지만요. 주변에서 장발이 잘 어울린다고들 해주시는데 기분 좋죠. 부모님은 답답해 보인다고 빡빡 밀라고 하시는데 제 마음대로 기르고 싶다고 버티고 있어요. 항상 부모님이랑 가깝게 지내거든요.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려고요.

또 엔튜브를 보면 형들에게 잘 안기고 애교도 많아 보여요. 내 애교를 특히 잘 받아주는 선수가 있다면?
성영이 형이랑 (김)영규 형, (김)태현이 형이 잘 받아줘요. 형들이 제 장난을 잘 받아치니까 저도 자연스럽게 형들한테 더 가까이 가는 것 같아요. 앞에서 말한 셋이랑 친한데, 툭툭 건들고 장난칠 때 잘 받아주니까 오히려 더 재밌어서 많이 해요. 저는 말이 느리기도 하고 말을 제대로 잘 못해서(?) 말로 장난치기보다는 형들에게 안기거나 콕콕 찌르는 장난을 주로 쳐요.

누나가 있어서 어릴 때 여장도 당했다고요. 가족끼리 사이가 정말 좋아 보이던데, 집에서는 어떤 아들인가요?
삼 남매 중 막내 느낌이라고 하면 읽는 분들이 와닿으시려나요. 누나나 형한테는 NC 형들한테 하는 것처럼 애교를 부린다기보다는 장난을 치는 막냇동생이에요. 누나랑 형이 잘 받아주고 저한테 잘해줬거든요. 어릴 때는 장난치다가 싸우기도 했는데 그때 많이 싸워두니까 지금은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 같아요. 또 제가 삼 남매 중에 덩치가 제일 크니까 예전처럼 격하게 장난치지는 않지만, 형이랑 누나가 저보다 달리기가 더 빨라서요. 여전히 어렸을 때처럼 놀기도 해요.

아버지가 인터뷰를 보고 지적하셨다고요. 어떤 조언을 해주셨나요?
제발 웃는 얼굴로 말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웃으면서 말하니까 발음이 어눌해지지 않냐고, 한번 또박또박 말해보라고요. 아들이 멀끔히 잘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 말씀하시는 거로 생각해서 일단은 잘 듣고 제가 알아서 하죠. 아빠도 장난삼아 말씀하시는 면도 있고요. (웃음) (혹시 집에서도 나무늘보라고 불리나요?) 아뇨. 집에서는 그렇게 안 불리죠. 엄마만 저를 ‘강아지’라고 부르세요.

또 최근 SNS에 반려견 감자 사진이 많이 올라왔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려 강아지 소개 겸 자랑 해주세요!
감자는 형이 결혼하고 키우는 강아지여서, 본가에서 같이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한두 달에 한 번 볼 정도여서 아쉽긴 해요. 엄마가 가끔 창원으로 데리고 내려오시는데 그때마다 보고 있어요. 우리 감자는요, 미니 비숑이고요. 나이는 아마 두세 살 정도 될 거예요. 남자아이고 되게 귀여워요! 장난기도 많고요. 저를 만나면 항상 제 다리만 긁어요. 오랜만에 보면 감자도 제가 집에 오랜만에 온 걸 알아서 뽀뽀해주고 다리도 긁고 안겨 있어요. 하는 게 예뻐서 더 애정이 가더라고요. 집안에서의 서열은 저보다 위에 있는 듯해요. 감자가 거의 상전이거든요.

누나랑 눈싸움하던 날 영상이 SNS에 공유됐는데 그 영상에서 민소매를 입고 있더라고요.
아, 기억나요! 잠깐 무슨 일이 있어서 차에 내려갔어야 했는데 위에서 누나가 장난으로 저한테 눈을 던지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거기까지 못 던질 것 같아?”라고 했죠. 저는 1층에 있었고 누나는 4층에 있었는데 옥탑방 있는 데까지 던졌으니까 누나가 있던 곳보다 더 높이 던졌어요. 눈도 잘 뭉쳐지는 게 있고, 아닌 게 있잖아요. 그날 쌓인 눈은 잘 뭉쳐지더라고요. 그래서 공처럼 딱딱하게 뭉쳐서 던져버렸죠. 그리고 저는 겨울이라고 해서 두껍게 입진 않아요. 열이 많아서 항상 집에서는 가볍게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으로 있거든요. 눈이 와도 민소매에 슬리퍼 신고 나가서 눈사람 만들고 눈으로 장난쳐도 크게 추위를 느끼지는 않아요. 그래도 그런 옷차림으로 멀리까지 가지는 않고 10~20분 정도 있으면 추워지니까 민소매 위에 카디건 하나 걸치고 편의점 다니는 정도예요.

#NC 다이노스 지명하겠습니다

드래프트 현장에서, 스카우터가 ‘새로운 야구장에서 팀 우승의 주역이 될 수 있는 선수를 뽑겠습니다. 장충고 투수 송명기’라고 해 화제가 됐죠. 지명받는 선수 입장에서는 어떤 마음이었나요?
드래프트장에서 긴장되기도 하고 멍하니 있었거든요. 그 멘트를 듣고 당연히 제가 아닐 거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앞에서 안 불리기도 했고, 설렘과 기대가 있었지만 그게 저를 소개하는 말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죠.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아니겠지’라 생각했는데 앞에 ‘장충고 투수’라고 하시길래 깜짝 놀랐죠. 그래서 그때 얼떨결에 약간은 어색한 미소로 인사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NC 꼴찌라고 오기 싫은 표정이네’라는 댓글이 달려서 해명하고 싶었어요. 굉장히 기쁜 표정이었거든요. 그런 수식어 뒤에 제 이름이 불린다는 게 굉장히 기쁘고 좋았어요.

그 말이 실제로 이루어졌죠. 2020년 KS 4차전에서 KBO리그 2000년대생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 기록을 만들어냈어요. 이 ‘최초’라는 기록은 앞으로도 유일할 텐데, 기분이 어땠나요?
우선 가장 높은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승리를 기록했다는 게 기쁘기도 하고 얼떨떨한 마음이었어요. 사실 제가 승리투수가 될 수 있을지도 전혀 몰랐었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했는데 좋은 결과가 같이 따라와서 기분이 무척 좋았어요. ‘2000년대생 첫 한국시리즈 승리투수’라는 멋진 기록을 하나 챙길 수 있다는 것도 좋아요.

이후 6차전에서는 8회에 구원 등판해서 삼자범퇴로 막았어요. 9회에는 원종현(현 키움 히어로즈)에게 마운드를 넘겼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우승 확정 순간에 마운드에 있고 싶은지, 아니면 긴장이 덜한 더그아웃에서 바라보고 싶은지도 궁금해요.
사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마운드에 있고 싶어요. 던져보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히 있지만, 그때 우리 팀에 마무리 투수가 있다면 깔끔하게 넘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순간이 오는 걸 한 번씩 상상하기도 해요. 상상 속에서는 제가 끝까지 마운드에 서 있는 그림이긴 하죠.

고교 시절 인터뷰에서, 루틴을 물어보니 밤에 스트레칭과 보강 운동을 꼭 한다고 답하더라고요. 요즘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나요? 어떤 스트레칭과 보강 운동인지 궁금해요.
지금도 스트레칭은 자주 하고 있어요. 보강 운동은 최대한 야구장에서 끝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쉬려고 하고요. 집에서는 가끔 뻐근하면 마사지 건이나 폼롤러로 좀 밀고 마사지 볼 이용해서 발 풀어주기도 하고요. 그렇게 스트레칭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원정을 갈 때 꼭 챙겨가는 필수품도 있나요?
마사지 건이요. (폼롤러보다 마사지 건이 더 효과가 좋은가요?) 마사지 건이 오히려 휴대하기도 편하거든요. 근데 사실 폼롤러도 늘 들고 다녀요.

또 굉장히 유연하다고 들었어요. 다리 찢기 가능한가요? 유연함은 노력의 결과인지 타고난 건지 궁금해요.
다리 찢기는 완전 불가능이에요. 던지는 거나 제가 움직이는 걸 봤을 때는 유연해 보이지만 사실 보기보다 유연하지 않아요. 골반도 뻣뻣한 편이에요. 그냥 상체만 유연한 느낌이에요. 상체가 유연한 건 타고난 것도 있겠지만 아마 노력의 결과이지 않을까요? 어떤 노력을 했다고 딱 짚어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스트레칭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등번호를 62번에서 지난해부터 11번으로 바꿨죠. 중, 고등학교 때도 쓰던 번호로 알고 있는데 바꾸게 된 계기가 있나요?
중학교 3학년하고 고등학교 3학년 때 11번을 썼는데, 등에 1하고 1처럼 같은 번호가 두 개 있는 게 예쁘기도 하고 멋지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이 11번을 달아서 더 그 번호가 끌렸는데 기회가 돼서 작년에 바꾸게 됐어요. (좋아하는 선수가 누군가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다르빗슈 유나 고(故) 최동원 감독님을 좋아하는데 이분들이 쓰시기도 했고 번호가 참 예쁘더라고요.

#팔찌가 끊어지는 날까지

8월 20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 이후 구단 버스가 떠난 후에도 남아서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택시를 타고 돌아갔다는 소문이 있던데요.
사실… (머뭇) 반은 맞고 반은 잘못됐어요. 그날 잠실 원정이 끝나고 인천 SSG 랜더스필드로 이동해야 했는데 개인 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은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잠실야구장이랑 집이 가깝다 보니 감자도 보고 가족도 볼 겸 개인 이동을 하게 된 거예요. 그날 부모님이 데리러 온다고 하셔서 구단 버스가 가는 거는 크게 신경을 안 썼어요. 사실 사인은 항상 많은 분께 해드리려고 하죠. 그날도 사인 몇 분 다 해드리고 아기들도 많이 기다리고 있길래 해주고 나니까 부모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그렇게 간 거였어요.

생각이 많아서 말이 느려진다고요. 요즘 하는 고민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지금도 살짝 말이 느린데, 인터뷰할 때도 어떤 말을 해야 가장 좋을까 생각하면서 말하다 보니 버벅거리기도 하고 가끔 버퍼링도 걸리더라고요. 근데 이런 일 말고는 요새 생각이나 고민을 크게 하고 있지는 않아요. ‘밸런스만 잘 잡자’라고 생각하거나, 오늘 경기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푹 자야겠다는 생각? 머릿속을 많이 비웠어요.

지금 보니까 팔에 초록색 실 팔찌가 있는데, 그건 어떤 거예요?
이건 소원 팔찌예요. 이 실이 끊어질 때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끊어지려면 먼 것 같긴 한데, 대표팀에 한번 나가보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거든요.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아직 안 끊어졌으니까요. 끊어지면 이루어지겠죠.

아직 시즌이 마무리된 건 아니지만, 현시점에서 2023시즌을 돌아보자면 어땠나요?
이번 시즌 들어와서 첫 세 경기를 잘 던지기도 했는데, 그때 저는 구속이 많이 안 올라와서 아주 답답했거든요. 마운드에 올라가면 그저 자신감 있게만 하자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해온 경험이 있으니까 어떻게든 이겨보려고 했는데 사실 잘 풀리지만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후반기에 들어오고 8월을 지나면서 갈수록 좋아졌으니 이렇게 좋은 상태로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당연히 끝까지 안 아프고 건강하게 시즌을 끝내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이번 시즌만이 아닌 앞으로 펼쳐질 송명기의 야구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싶은지 궁금해요.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요?
아프지 않고 항상 꾸준한 선수라는 칭호가 붙었으면 좋겠어요. 또 매년 성장해서 작년보다 올해, 올해보다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런 모습을 팬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NC 팬들에게 인사하면서 마무리하겠습니다!
매번 응원 많이 해주시고 선물도 많이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레터링 케이크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예뻐서 깜짝 놀랐어요. 감동도 받았고요. 제가 지금까지 늘 잘했던 것도 아니고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도 했는데 잘할 때나 못할 때나 응원 많이 해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더그아웃 매거진 150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9호 (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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