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쏘나타의 컨셉트카로 소개했던 '르 필 루즈'의 얼굴을 '이 친구'가 달고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컨셉트카 'VISION T'가 공개될 때만 해도 그저 컨셉이라고만 생각했는데, 2020년 등장한 투싼의 4세대 모델은 과거 2세대 '투싼 iX' 때의 파격을 다시 한번 재현하듯 컨셉트카의 비현실적인 생김새를 거의 그대로 양산해 내면서 파격을 넘어 충격적인 모습으로 등장했어요.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건 전면부의 LED 주간주행등입니다. 램프와 그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디자인은 그간 다양한 브랜드를 통해 경험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과감한 사례가 아닐까 싶은데요. 다른 형제들처럼 메인 헤드램프가 범퍼에 분리되어 있는 형태였지만, 이게 워낙 눈에 띄다 보니 모든 빛이 다 여기서 나오는 것만 같아요.

'파라메트릭 쥬얼'로 명명된 이 디자인은 그릴의 패턴 중 일부를 주간주행등 및 방향지시등으로 활용하는 재치있는 디테일로 일체감을 높임과 동시에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불이 꺼져 있으면 대체 어디부터 램프고 그릴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예요. 이제 보니 벤츠의 전기차 'EQC'나 도요타의 크로스오버 '벤자'랑 구성이 좀 비슷하네요.

측면도 전면부의 날렵한 분위기를 그대로 이었고, 기하학적인 휠 디자인과 앞서 출시된 7세대 아반떼와 마찬가지로 물 오른 금형 기술을 과시하듯 조각품을 연상케 하는 과감한 측면 캐릭터 라인으로 역동적인 분위기를 뽐냈습니다.

뒷모습도 가로로 길게 이어진 LED 램프가 존재감을 끌어올렸고 조각칼로 파낸 듯한 패턴을 추가해 전면부와 통일감을 줬어요. 개인적으로 오래 전 타던 '토스카', 푸조의 '펠린 룩'이나 지금은 사라진 '사브'의 테일램프가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램프를 최대한 위로 끌어올리면서도 후방 시야를 확보해야 했기 때문에 엠블럼을 후면 유리 안쪽에 새겨넣는 재미있는 마무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어 와이퍼를 상 단 스포일러에 숨긴 것도 후면부를 더욱 깔끔하게 만드는 디테일이었어요.

모범적인 형제들 사이에서도 언제나 엇나가는 녀석이 하나는 꼭 끼어있듯 다른 SUV 라인업과는 다른 이 투싼만의 독특한 개성을 자랑했습니다. 이왕 엇나간 거 끝까지 개성있게 갔으면 좋으련만 방향지시등을 범퍼 아래 집어넣는 것으로 일말의 죄책감을 덜고자 한 것은 너무나도 아쉬운 지점이었지만요.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역시 투싼iX 때와 비슷했습니다. 전 세계 그 어떤 SUV보다 미래지향적이라며 환영하는 반응이 있는 반면, 징그럽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반응도 적지 않았어요.

실내 역시 첨단 감각이 물씬 느껴졌습니다만, 예리하고 공격적인 분위기의 외관에 비해 한결 차분하고 정돈된 분위기였습니다. 자동차의 실내라기보다는 잘 정리된 방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랄까요?

탑승객을 부드럽게 감싸는 랩 어라운드 디자인으로 공간감이 두드러졌고 화사한 내장 컬러와 엠비언트 라이트로 약간의 고급감을,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화면을 낮게 배치하면서 대시보드 상단을 평평하게 다져 전방 시야도 쾌적했어요. 길게 연장된 에어벤트는 단순히 모양만 낸 것이 아니라 마치 무풍 에어컨처럼 은은하게 바람을 뿜어 실내 온도를 조절해주는 디퓨즈 기능을 갖췄습니다. 예전에 쌍용 체어맨 W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죠.

센터패시아의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모니터, 버튼 및 공조장치는 모두 터치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마치 하나의 패널로 이루어진 듯한 깔끔함과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좋지만, 지문도 잘 남고 왠지 '원가절감'스러운 느낌이 드는 건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그래도 아예 모니터 속에 넣어버려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방식보다는 조작 편의성 면에서 이게 나아 보이기도 하네요.

여기에 8개 스피커의 보스 프리미엄 사운드, 스마트폰만으로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디지털 키, 내비게이션 무선 업데이트 같은 각종 첨단 사양과 직접 타지 않고도 차를 앞뒤로 움직일 수 있는 원격 주차 보조 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상위 라인업과 맞먹는 고급 사양이 대거 투입됐습니다.

다만 운전자 없이 차량을 움직이기 위해 전자식 변속 버튼이 도입됐는데요. 낭비되는 공간을 활용해 수납 공간을 조성하고 실내를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장점이었지만, 버튼의 크기나 누르는 방식이 거의 같아서 주차나 출차 등 변속기를 보지 않고 전후진을 반복하는 상황에서는 보통의 레버식보다 불편했습니다. 당시에도 열띤 토론이 일어날 만큼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방식이었고, 지금은 불편하다 쪽으로 명확하게 기울면서 결국 현대차도 피드백을 수용했죠.

무엇보다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당시 아웃도어 레저의 트렌드로 급부상했던 '차박'을 키워드로 여러 편의 광고를 선보인 것만 봐도 '공간'을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장점으로 내세웠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최신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전장이 무려 150mm나 늘어났고, 휠 베이스도 8cm가 넘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컴팩트라고 부르기에 애매할 정도로 차가 반체급 가까이 커졌어요. 덕분에 앞 좌석과 뒷좌석, 적재 공간까지 과거 싼타페 못지않은 수준의 넉넉함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등받이를 접으면 방석이 함께 내려가 완전히 평평한 적재 공간이 만들어지는 '폴드&다이브' 방식의 뒷좌석 시트를 탑재한 것은 이 모델의 분명한 세일즈 포인트 중 하나였죠.

이 밖에 하위 트림의 계기판은 인테리어에 맥을 끊어 놓는 쇠말뚝 같았습니다. 기능면에서는 전혀 아쉬움이 없지만 넥카라를 씌워놓은 것 같은 하우징과 '마이티' 트럭에나 들어갈 법한 디자인은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중간한 디지털 계기판 보다는 차라리 아날로그 계기판을 선호하는데, 이건 좀 난처했어요.

파워트레인은 개선된 2.0L 디젤 엔진과 1.6L 가솔린 터보 두 가지를 우선 제공, 변속기는 직전 그대로 8단 자동, 건식 7단 DCT가 맞물렸습니다. 4륜구동 'HTRAC'은 험로 주행시 노면 상태에 맞게 구동력을 배분, 탈출에 도움을 주는 오토터레인 모드가 추가됐고 3세대 플랫폼의 특징 중 하나인 낮은 무게 중심으로 전반적인 주행 안정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 사이 디젤 파워트레인의 인기가 급격하게 식어버리면서 주력은 가솔린으로 바뀌었죠. 업그레이드된 스마트 스트림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은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CVVD' 기술이 반영돼 차가 더 크고 무거워졌음에도 더 나은 효율을 제공했어요. 그래도 뛰어난 효율을 선사했던 종전의 1.6L 디젤 엔진의 삭제는 조금 아쉬웠는데, 아쉬움은 모두가 고대하던 가솔린 하이브리드가 채워줬습니다.

앞서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통해 먼저 선보인 1.6L 터보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 합산 출력 230마력 35.7kgfm의 토크를 발휘해 2.0L 디젤을 상회하는 쾌적한 성능을 제공했어요. 전용 6단 자동 변속기가 결합돼 DCT의 울컥임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 하이브리드 특유의 부드러운 주행감에 뛰어난 연비까지 제공하면서 디젤은 그냥 싫고 가솔린은 DCT와 연비 때문에 망설이던 소비자들을 단박에 사로잡았죠.

이밖에 각종 전용 사용으로 내외관을 좀 더 스포티하게 꾸민 'N-Line' 모델도 함께 추가됐습니다. 모양만 수정한 것이 아닌 라디에이터 그릴과 그 안에 자리한 램프의 디테일까지 수정한 나름 성의 있는 구성이 돋보였어요.

다만 강력한 파워트레인으로 무장해 일반 모델과 차별화 했던 '쏘나타 N-Line'과는 다르게 일반 사양과 동일한 파워트레인만 제공되는 단순히 디자인 패키지로만 운영한 것은 약간 아쉬움이 남는 구성이었습니다. 쏘나타와 마찬가지로 2.5L 터보 파워트레인이 탑재됐다면 생김새에 어울리는 역동적인 주행감을 선사했을 텐데 말이죠.

이후 2022년 하반기 진행된 연식 반경에서는 폰 커넥트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는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후방 카메라와 버튼 시동 스마트키 등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의 사양들을 기본 적용하고, 1열에 이중접합 차음 유리를 추가하는 등 상품성을 개선했습니다.

이 밖에 동명의 어드벤처 게임을 원작으로 한 영화 [언차티드]의 PPL을 진행한 기념으로 전용 휠과 사이드 스텝 등 오프로드 이미지로 꾸민 커스터마이징 옵션 '어드벤처' 패키지를 제공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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