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김홍빈 대장 수색비, 연맹·대원들이 갚아라” 이유는?

장현은 기자 2024. 9. 28.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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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잘 알려진 김홍빈 대장.

김 대장이 숨진 1년여 뒤인 2022년 5월 광주시산악연맹과 김 대장 원정대는 정부로부터 김 대장 수색·구조 비용 등 6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 소장을 받았다.

재판부는 세 차례 비행 중 김 대장 수색에 쓰인 2차 비행 비용에 해당하는 2508만원을 연맹이 갚고, 동행 대원들의 비행 비용은 영사조력법에 따른 해외위난상황임을 고려해 비용의 일부만 갚도록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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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빈 대장 수색비’ 구상권 소송
고 김홍빈 대장. 대한체육회 제공.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으로 잘 알려진 김홍빈 대장. 그는 2021년 7월 히말라야 브로드피크 정상 등정을 마치고 하산하다가 크레바스(얼음 구멍)로 추락해 실종됐다. 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이자 한국인으로는 7번째로 히말라야 8천m급 14좌 등정에 성공한 지 하루만에 하산 과정에서 실종된 것이다. 김 대장의 소식을 접한 광주시산악연맹은 외교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군용 헬기를 3차례 띄워 구조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끝내 김 대장을 찾지 못한 채 수색은 중단됐다. 이후 2021년 8월 김 대장은 1등급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추서받았다.

김 대장이 숨진 1년여 뒤인 2022년 5월 광주시산악연맹과 김 대장 원정대는 정부로부터 김 대장 수색·구조 비용 등 6800만원을 지급하라는 청구 소장을 받았다. “ㄱ김 대장은 국위 선양을 위해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인물이다. 국민이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 당연히 구조해야 하는 게 국가의 책무 아니냐.” 광주시산악연맹은 반발했지만 정부는 ‘연맹이 구조비용을 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는 “당시 구조 비행을 앞두고 주파키스탄 대한민국대사관 소속 직원이 연맹에 구조 비용 부담에 대해 안내했으므로, 연맹과 정부 간에 ‘지급보증 약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정부가 청구한 6800만원 중 연맹이 2508만원을, 동행 대원들이 공동해 1075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연맹쪽은 “약정이 대표자와 정부간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며 약정의 효력을 부정했지만, 재판부는 유효한 약정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세 차례 비행 중 김 대장 수색에 쓰인 2차 비행 비용에 해당하는 2508만원을 연맹이 갚고, 동행 대원들의 비행 비용은 영사조력법에 따른 해외위난상황임을 고려해 비용의 일부만 갚도록 판단했다.

일부 승소에도 정부는 지난해 7월 연맹과 대원들이 구조비용 전부를 갚아야 한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진행 과정에서 재판부가 청구 금액 60% 수준으로 화해 권고를 제안했지만 원·피고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4일 열린 항소심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1부(재판장 성지호)는 연맹과 김 대장의 동료들이 정부에 구조 비용 6813만원을 모두 갚으라고 판결했다. 연맹은 “1차, 3차 비행은 김 대장 수색과 관련 없이 이뤄진 것이므로 약정의 범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1∼3차 비행 모두가 김 대장 수색과 관련된 비용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1차, 3차 비행은 영토 진입 승인 등이 이뤄지지 않아 수색을 하지 못하고 다른 원정대원 5명을 베이스캠프에서 인근 도시로 이동시키는 비행을 했고, 2차 비행은 김 대장을 수색하다가 실패해 복귀했다.

재판부는 “(다른 대원의) 구조비행은 김 대장에 대한 수색·구조 활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결과일 뿐, 이를 두고 김 대장의 수색·구조 활동과 무관한 구조비행이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연맹이 총 비행 비용 6813만원을, 대원들은 위 돈 가운데 연맹과 공동해 각 300만원씩을 갚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사건을 대리한 장윤정 변호사(법무법인 두우)는 “재외 국민 보호는 헌법과 영사조력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 해외위난상황에 처한 국민이었고 국위선양을 하던 중 당한 사고였다”며 “당시 사고로 인해 급박한 상황에서 지급 보증 의사를 밝힌 것을 토대로, 지급 보증 전액을 김 대장이 속했던 단체에 불과한 산악연맹에 갚으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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