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세평] 기후위기 시대, 아이들과 함께 그리는 초록빛 미래

세계인은 기후위기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는 세계가 급속한 산업화를 이루면서 발생하였다. 산업화는 인류 삶의 질을 높였다. 그러나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대량생산과 소비, 문화는 막대한 온실 가스와 쓰레기를 발생하고, 온실 가스는 지구 평균 기온을 급격히 높였다. 이는 폭염, 가뭄, 홍수, 해수면 상승 등 기후 위기를 가져오며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전 세계 많은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돌이킬 수 없는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온실 가스 배출을 즉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는 일은 정부와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정부와 기업의 역할만 강조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우리는 기후위기를 방관하고 있지는 아닌지 되묻게 된다.
필자는 정부와 기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구성하는 시민으로서 역할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특히 미래 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치와 유산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필자는 2025년 인천광역시 동구 키즈 마라톤 행사 현장에서 그 실마리를 보았다. 수많은 아이가 달리며 내뿜는 활기 속에서 마련된 업사이클링 체험부스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환경이라는 가치와 만나는 공간이었다.
필자는 그 행사에 에코백 업사이클링 체험 부스를 운영하며 참여했다. 필자는 '비움'에서 출발했다. 체험 재료로 제공한 가방에는 무늬나 로고를 넣지 않았다. 아이들이 직접 채워갈 수 있도록 남겨 둔 여백이었다. 정형화된 장난감과 완성된 콘텐츠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빈 가방은 새로운 시작점이 됐다. 재활용 재료로 만든 담백한 가방은 하얀 도화지가 되었고, 아이들은 자신만의 가방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라톤의 여정을 선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바다와 풀꽃을 그려 넣기도 했다. 가방은 물건을 담는 도구를 넘어 생각을 담는 공간이 됐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질 자원에 디자인과 가치를 더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과정이다. 아이들은 체험을 통해 자원이 다른 모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했다. 설명보다 경험이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스스로 의미를 담은 물건은 쉽게 버려지지 않는다. 애착은 곧 절약과 연결되고, 절약은 환경 보호로 이어진다. 아이들이 완성한 에코백은 일상에서 환경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가 된다.
동구 키즈 마라톤은 아이들이 지역 공동체 속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 자리였다. 달리기를 마친 뒤 체험부스로 향하던 아이들의 발걸음에는 호기심이 묻어 있었다. 짧은 체험 시간이었지만, 손으로 그리고 채우는 과정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했다. 이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2026년 현재, 이러한 체험형 환경교육은 지역 행사와 더욱 적극적으로 결합할 필요가 있다. 일회성 참여에 그치지 않고 반복할 수 있는 구조로 이어질 때 교육 효과는 커진다. 연령과 주제에 맞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마련된다면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환경을 인식하게 된다.
아이들이 남긴 색과 그림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었다. 그것은 환경을 대하는 첫 감각이자 다음 세대를 위한 작은 씨앗이었다. 아이들의 손에서 시작된 경험이 일상 속 실천으로 이어질 때, 미래도 함께 자라날 것이다.
/박수정 업사이클링 작가·수정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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