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전포럼 참석 방중...샤오미·퀄컴 등 글로벌 기업 CEO와 잇따라 회동
2심 무죄 선고 후 첫 해외 행보…시진핑 만남 가능성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사즉생' 의지를 강조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주요 기업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삼성그룹의 재도약을 위한 광폭 행보에 나섰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부터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포럼(CDF) 2025' 참석했다.
2000년 창설된 CDF는 매년 중국이 세계 주요 재계 인사를 초청, 경제 현안을 논의하며 투자 유치를 모색하는 행사다. 올해는 '발전 동력의 전면적 발산, 세계 경제의 안정적 성장 공동 촉진'을 주제로 열리며 IT(정보기술), 모빌리티, 제약,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글로벌 기업 CEO 80여명이 행사를 찾았다.
주목되는 것은 이 회장의 행보다. 그는 2년 만에 CDF에 참석했는데, 행사 기간 중 팀 쿡 애플 CEO, 혹 탄 브로드컴 CEO, 크리스티아누 아몬 퀄컴 CEO, 올리버 집세 BMW 회장,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등 글로벌 IT·자동차업계 수장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특히 삼성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샤오미 공장을 방문, 삼성전자의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사업 확대에도 공을 들였다.
중국 현지 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레이 쥔 샤오미 회장과 만나 모바일과 전기차 사업에 대한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샤오미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전기차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이번 회동으로 삼성전자의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중심으로 양사가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퀄컴 또한 모바일·차량 반도체 칩에서 삼성전자와 긴밀한 협력 관계인 만큼 삼각 동맹이 구축될 가능성도 나온다.
최근까지 '로우키' 스탠스를 유지했던 이 회장이 적극적인 대외 행보로 돌아선 것은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이 회장이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의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한 만큼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회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날지도 관심사다.
구체적인 명단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 주석은 CDF 행사 이후 28일 약 20명의 글로벌 기업의 CEO들을 모아 투자 협력 등의 논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2023년 발전포럼 참석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표적 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톈진(天津)시 서기와 면담한 바 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은 이달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마이크로소프트(MS) 인공지능(AI) 투어 인 서울' 행사에서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도 회동할 가능성이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18년과 2021년 만나 반도체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차세대 기술과 관련한 양사의 전략을 공유하고 공조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