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스타디움에서 만나는 비욘세, 해조류 포장재로 친환경 공연 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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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해답을 찾다: 해조류 포장재로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英 스타트업 '낫플라(Notpla)'

기후 위기 시대, 유럽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친환경 포장 기술
사진 : Notplat

"우리는 틈새시장을 노리는 브랜드가 아닙니다. 진짜 변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해조류 기반의 친환경 포장재로 주목받고 있는 영국 스타트업 '낫플라(Notpla)'의 리세 혼싱어(Lise Honsinger) 최고수익책임자는 이렇게 말했다.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포장재'라는 낫플라의 비전은 이제 런던 거리의 푸드트럭을 넘어 유럽 전역의 주요 경기장과 글로벌 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런던 스타디움부터 이케아 식당까지… '해조류 포장재'의 확산

이번 달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비욘세 공연을 관람하시나요? 그럼 당신이 먹을 음식은 해조류로 만든 용기에 담아져 있을 겁니다.

이곳에서 판매될 간식 용기들은 모두 해조류로 만든 낫플라 포장재다. 외관상 기존 일회용 포장재와 다르지 않지만, 사용 후 일반 쓰레기나 퇴비화 시설로 보내지면 자연 분해되는 특성을 지녔다.

사진 : Notplat

낫플라는 2017년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만난 프랑스 출신 피에르 파슬리에(Pierre Paslier)와 스페인 출신 로드리고 가르시아 곤살레스(Rodrigo Garcia Gonzalez)가 창업한 기업이다. 학생 시절 주방에서 실험한 '먹을 수 있는 물방울' 형태의 캡슐 '우호(Ooho)'로 주목받으며 출발했다. 이후 2022년 영국 왕세손 윌리엄이 주관한 글로벌 환경상 '어스샷 프라이즈(Earthshot Prize)'에서 수상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

현재까지 유럽 전역에서 약 2,100만 개의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대체했으며, 2030년까지는 그 수를 10억 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편리함은 유지하되, 환경 피해는 최소화"

낫플라 제품은 런던 트위커넘 스타디움을 비롯해 영국의 주요 스포츠 경기장과 전시회장, 네덜란드의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 등으로 공급 범위를 넓히고 있다. 세계적 케이터링 기업인 '컴퍼스 그룹' 산하의 레비(Levy)와 협력해 독일 등 유럽 내 신규 스타디움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혼싱어 책임자는 “우리는 소비자가 전환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기존 폐기물 처리 시스템에 그대로 들어갈 수 있는 포장재를 만든다”며 “퇴비화든 일반 쓰레기든 어떤 시스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새로 개장한 이케아 레스토랑에 해조류 기반 포장재를 도입했고, 샌드위치 등 델리 식품을 위한 '시뷰(SeaView)' 라인도 출시 예정이다. 투명한 해조류 필름을 사용해 식품이 잘 보이도록 하면서도 플라스틱은 전혀 쓰이지 않았다.

사진 : Notplat

'바다의 선물'로 만든 대안… "플라스틱과는 근본이 다르다"

낫플라의 제품은 프랑스, 스페인, 남미에서 채취한 해조류에서 추출한 천연 성분으로 만든다.

해조류는 수분, 산소, 기름 등에 대한 완벽한 차단력은 없지만, 이는 오히려 장점이다. 혼싱어는 “플라스틱은 자연에서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오래 남는다. 해조류는 그런 극단적인 특성을 가지지 않기에 자연에서 분해될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연구팀은 현재 뜨거운 음료나 찬 음료 모두에 적용할 수 있는 컵, 고속 생산이 가능한 우호 캡슐 등으로 제품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혼합 소재를 이용하거나 일부 플라스틱을 섞는 '타협'은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조금 더 쉽게 만들 수 있더라도 반(半) 자연적 제품은 만들지 않겠다”는 게 낫플라의 철학이다.

규제 강화 속 '진짜 플라스틱 프리'가 경쟁력

낫플라는 2023년 네덜란드 정부의 엄격한 시험을 거쳐 유럽연합의 일회용 플라스틱 지침(SUPD)을 충족한 유일한 플라스틱 대체제로 인정받았다.

PFAS(영원한 화학물질) 금지와 같은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이러한 '진짜 플라스틱 프리' 인증은 글로벌 확장에 큰 무기가 되고 있다.

혼싱어는 “아직까지는 기존 플라스틱 기업들이 우리를 위협적으로 보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들도 우리가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낫플라'가 꿈꾸는 미래… "테트라팩처럼, 누구나 아는 이름으로"

향후 낫플라는 개별 박스를 판매하기보다, 포장재 제조 기업에 해조류 코팅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테트라팩(Tetra Pak)'이나 '고어텍스(Gore-Tex)'처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이름만으로 친환경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목표다.

플라스틱 없는 일상이 가능할까. 바다에서 온 이 작은 대안이, 거대한 전환의 물결을 만들어내고 있다.

에코저널리스트 쿠 ecopresso2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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