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클라우드 기업 나무기술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지난해 연결 실적은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모회사의 수익성과 현금 여력은 부담이 남아있는 만큼, 외부 자금을 통해 인공지능(AI) 투자 재원을 선제 확보하려는 셈법이다.
최근 AI 플랫폼 공급 계약과 정부 사업 선정으로 외형을 키우는 가운데 이번 조달이 본업의 AI 사업을 기반으로 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나무기술은 60억원 규모의 9회차 사모 BW 발행을 결정했다. 행사가액은 6055원이며 신주인수권 행사 시 발행되는 주식 수는 기존 발행주식 총수의 2.87%인 99만916주다.
조달 자금은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된다. 나무기술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회사의 자체 AI 플랫폼인 'NAA(Namu AI Agent)' 등 AI 분야 제품 개발에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최근 글로벌의학연구센터(GRMC)에 NAA 공급 계약을 맺었고, 지난달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주관의 AI 바우처 지원사업 공급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NAA는 나무기술이 개발한 기업용 AI 플랫폼이다. 기업 내부 시스템과 연계해 업무 자동화와 정보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내부 데이터를 외부 유출 없이 학습·추론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기존 가상화·클라우드 인프라 사업과 맞물려 고객사 내부 환경에 AI를 결합하는 방식인 만큼, 회사가 기존 주력 사업과 AI 사업을 연결하려는 흐름도 이번 조달 배경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BW 발행 조건은 회사에 비교적 우호적으로 설정됐다. 표면·만기이자율이 모두 0%로 이자 부담이 없고 만기에도 원금의 100%만 상환하면 되는 구조여서 조달 비용이 크지 않다. 이와 함께 주가 하락에 따른 행사가액을 낮추는 리픽싱 조항도 두지 않았다. 다만 인수권 행사 시 2.87% 수준의 잠재 희석이 발생하는 만큼 주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남는다.
회사의 자금 조달 배경에는 AI 사업 가속화 의지가 깔려 있다. 나무기술 관계자는 "이번 BW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NAA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며 "AI 제품 출시가 다소 늦었던 만큼 인공지능 전환(AX) 가속화 흐름에 맞춰 AI 사업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재무적으로는 연결 기준 회복세와 별도 기준 부담이 엇갈리는 흐름이 함께 나타났다. 나무기술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023억원으로 전년 914억원 대비 1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동시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같은 기간 142억원에서 193억원 증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억원 유출에서 101억원 유입으로 양수 전환했다. 회사 관계자는 "가상화 및 클라우드 솔루션과 스마트팩토리 부문 등의 매출 증가로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했다"고 말했다.
다만 모회사 별도 기준으로는 아직 수익성 부담이 남아있다. 나무기술의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은 397억원, 영업손실 8억원, 당기순손실 64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드웨어 매출이 줄은 대신 자체 솔루션 매출이 증가했다"며 "자체 솔루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은 회사의 체질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언급했다.
회사는 앞서 메자닌 조달 여력을 넓히려는 시도도 했다. 나무기술은 지난달 정기주주총회에서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BW의 발행 한도를 각각 기존 2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하지만 특별결의의 문턱을 넘지 못해 의결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나무기술 관계자는 "AI 사업 투자 확대를 위해 지난 주총 안건에 올렸던 메자닌 한도 확대는 당분간 재추진 할 계획이 없다"며 "대신 사명을 '나무에이아이엑스'로 바꾸는 정관 변경의 건은 다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무기술은 올해 NAA를 바탕으로 한 AI 사업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회사는 지난 15일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이 주관하는 240억원 규모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오케스트레이션 기술 개발 과제에 공동연구 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나무기술 관계자는 "이같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책과제도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주력 사업인 클라우드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AI 에이전트 사업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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