뚫고 나갈 '길' 찾은 김길리, 마음의 빚 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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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로 나간 순간 '무조건 1등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결승선을 지났을 땐 언니들에게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어요."
개인전 동메달을 딴 뒤 울음을 터뜨렸던 김길리(22)는 마침내 활짝 웃었다.
하지만 1위를 달리던 김길리는 결승선을 앞두고 중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졌고, 대표팀은 4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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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인 금빛 레이스로 응어리 풀어
한국 첫 멀티 메달리스트로 우뚝

"선두로 나간 순간 ‘무조건 1등 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결승선을 지났을 땐 언니들에게 달려가서 안기고 싶었어요."
개인전 동메달을 딴 뒤 울음을 터뜨렸던 김길리(22)는 마침내 활짝 웃었다. 언니들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았다는 안도의 미소였다.
김길리는 19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마지막 주자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선 그는 "(마지막 코너에서)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으면서 안 넘어지려고 버텼다"고 돌아봤다.
간절했던 레이스에 얽힌 사연은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은 멤버였고, 같은 마지막 주자였다. 하지만 1위를 달리던 김길리는 결승선을 앞두고 중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졌고, 대표팀은 4위에 그쳤다. 막내 김길리는 오열했다. 언니들을 향한 미안함, 자책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그래서 생애 첫 올림픽을 앞두고 “언니들에게 진 빚을 갚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하지만 같은 시련이 또 찾아왔다. 이번 올림픽 혼성 2,000m 계주 준결선에서 앞서 달리던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가 넘어지는 바람에 피할 겨를도 없이 빙판에 나뒹굴었다. 김길리는 이번에도 하염없이 울었다.
그리고 마침내 트라우마를 지워냈다.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인코스로 파고들어 선두로 달리던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를 제치며 스스로 금빛 결말을 썼다. 그는 "폰타나 선수의 코스가 워낙 좋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혹시 빈틈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면서도 "나 자신을 믿고 (추월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인코스를 뺏기지 않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두 팔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충돌 사고 때마다 늘 곁에서 다독여준 최민정(28∙성남시청)에게 가장 먼저 달려갔다. “꿈같이 지나간 것 같고, 그냥 앞만 보고 달렸다”고 말했다.
김길리에게 최민정은 멘토이자 우상이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집 근처 한국체대 특강 프로그램을 통해 쇼트트랙을 처음 접했는데, 그때 빙상장에서 훈련하던 최민정과 심석희(29∙서울시청)의 모습을 보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고교 시절부터 세계 정상급 기량을 뽐냈지만, 유독 계주에서 반복된 충돌과 불운에 울어야 했던 김길리는 마침내 ‘한풀이 금빛 질주’를 펼치며 한국 선수단의 첫 멀티 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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