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집단 유급'이냐 '집단 휴학'이냐... "정부가 플랜B 마련해야"
"법상 집단 휴학은 휴학 사유 인정 안 돼"
"집단 유급 막으려면 휴학 승인 해줘야"
"휴학 승인해주면 행정 제재·특혜 논란"
교육부가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를 대상으로 고강도 감사에 착수하자 다른 의대들도 휴학 승인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내년 초유의 집단 유급을 막기 위해서는 휴학 승인이 필요하지만 '집단 휴학 금지'라는 정부 방침을 거스를 경우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법적 근거 부족으로 특혜 시비도 불붙을 수 있어서다.
집단 휴학 승인에 고강도 감사받는 서울대
교육부는 2일 휴학 승인과 관련해 서울대 의대 감사에 돌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12명 규모의 감사단을 서울대에 파견해 감사를 시작했다"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강하게 감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는 학장 판단에 따라 지난달 30일 약 700명의 의대생 1학기 휴학 신청을 일괄 승인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휴학은 군 입대나 출산, 혹은 각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는 사유에 한해 허용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집단 휴학은 법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에서 의대생 휴학 승인이 학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처리됐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감사에서 학사 관리 부실 등이 적발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시정명령 등을 내릴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는 1학기 수업을 듣지 않은 학생들이 돌아와도 내년 2월까지 이수해야 하는 30주 수업을 채우기가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해 휴학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대 교수회는 "교육부가 의대 감사라는 강압적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미 정상화가 불가능한 교과과정을 1년 미뤄서 제대로 이수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폄훼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교육부는 대학 자율성을 침해하는 월권 행위, 교육 파괴 난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면서 "다른 39개 의대 학장, 총장들도 학생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집단 유급 막아야" "의대생 특혜"
다른 의대들도 휴학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서울대처럼 휴학 승인 권한이 총장이 아닌 단과대 학장에게 있는 경우 휴학 승인에 무게가 실린다. 학장이 권한을 가진 의대는 전체 40개 중 24개다. 의대 교수 출신 학장들 사이에서는 휴학을 승인해 집단 유급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한 사립대 의대 학장은 "2학기에도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내년 초 집단 유급이 확실시된다"며 "학생들 입장에서 휴학이 승인되지 않으면 유급하게 되고 일부 학생들은 제적 위기에 놓인다"고 우려했다.
반면 법에 명시되지 않은 집단 휴학을 승인할 경우 행정 제재와 특혜 논란에 휩싸인다. 한 지방 사립대 부총장은 "의대생들이 1학기 등록금을 돌려받고 유급을 피하기 위해 계속 휴학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며 "문제는 휴학을 승인하면 대학은 교육 당국의 행정 제재를 받을 수 있고, 다른 단과대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진다"고 토로했다.
"골든타임 지났다…정부가 플랜B 내놔야"
의대생들이 정부가 예고한 복귀 골든타임(9월)에도 돌아오지 않으면서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한 추가 대책도 시급하다. 현장에서는 이미 올해 예과 1학년생(3,500명)과 2025학년도 신입생(4,000명)이 내년 3월부터 동시에 수업을 듣는 상황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의대가 있는 한 지방 국립대 총장은 "정부가 이제는 의대생 미복귀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내년에도 의대생들이 집단 휴학을 신청하는 경우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의대가 있는 40개 대학 총장들은 4일 오후 화상회의를 열어 휴학 승인 여부 등을 논의한다.
다만 교육부는 의대생 복귀 독려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추가 휴학 승인에 대비해 40개 의대에 공문을 보내 집단 휴학 승인 금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의대에서 휴학 승인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의대 학사 운영과 관련한 추가 대책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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