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논란 천경자 '미인도' 법의 판단은 여전히 미궁 속 [사건수첩]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 첫 전시, 논란의 시작
천 화백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딨나? 내 그림 아니다"
감정인 9명 중 진품 4명, 위작 3명, 판단 불가 2명...검찰은 '진품' 판단
유족 측 검찰 수사 불공정 이유 국가 상대 손배소송
지난 4월 고법 "검찰 진품 수사결과, 달리볼 여지 있어" 판결
지난 10일 대법 "고법 판결에 문제없어" 재항고 기각
천경자 '미인도'는 여전히 진품과 위작 사이에서 미궁으로
국내 미술계 시스템 문제 드러낸 사건
국가 공인 감정사 제도 도입, 공인 감정서 시스템 필요

■ 방송 : 경인방송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FM 90.7MHz 토8~9시 방송)
■ 진행 : 이도형 앵커
■ 출연 : 이승기 변호사
■ 코너 : 이승기 변호사의 사건수첩

◆ 이도형: 경인방송 FM 90.7MHz 굿모닝 인천, 이도형입니다. 2부 시작하겠습니다. 주요 사건, 사고를 분석해 보는 <사건수첩> 시간인데요. 오늘도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이승기: 안녕하십니까?
◆ 이도형: 오늘은 우리 사회에 오랫동안 논란을 불러온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는데요. 최근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과 관련해, 대법원이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불속행 기각하며,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합니다. 이로써 유족의 손해배상 청구를 최종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건데요. 먼저 변호사님. 법률 용어라 조금 생소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심리불속행 기각'이 정확히 뭔가요?
◇ 이승기: '심리불속행 기각', 쉽게 말씀드리면, 대법원이 사건을 하나하나 새로 들여다보지 않고, 원심판결, 즉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인정하겠다는 뜻입니다.
◆ 이도형: 그러니까 "이 사건은 항소심 판결만으로 충분하다, 대법원이 따로 판단할 필요 없다"라는 의미군요?
◇ 변호사 : 맞습니다. 우리나라 법원 체계를 보면요, 지방법원과 고등법원은 전국에 여러 군데가 있지만 대법원은 서울 서초동에 단 한 곳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1심, 2심을 거친 사건들이 전국에서 계속 올라오다 보니, 대법원이 모든 사건을 다 새로 심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법리 쟁점이 있는 사건만 대법원이 판단하고, 나머지는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처리하는 겁니다. 즉, "원심 판결에 법리적 문제가 없다"면서 그대로 확정하는 거죠. 이번 사건도 바로 그런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 이도형: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미인도'가 진품인지 위작인지, 그게 확정된 건 아닌 거죠?
◇ 이승기: 맞습니다. 바로 그게 핵심인데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천 화백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 대한 것이지, '미인도'라는 작품 자체의 진위 여부를 판단한 게 아닙니다. 지난 2016년 서울중앙지검이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유족 측에서는 검찰 수사가 부실했고,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허위사실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한 겁니다. 하지만 1심과 2심 모두 "검찰 수사에 중대한 위법은 없다"면서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번에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하면서 그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된 겁니다.
![25년 위작 논란 천경자 '미인도'…검찰 "진품" [사진=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551718-1n47Mnt/20250912144808836ejqa.jpg)
◆ 이도형: '미인도'를 둘러싼 진위 논란이 벌써 34년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데,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논란,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 한번 짚어볼까요?
◇ 이승기: 네, 핵심만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미인도'는 1977년쯤 제작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원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장하던 작품이었습니다. 그런데 10·26 사건 이후 김 전 부장의 재산이 압류되면서, 이 작품도 자연스럽게 정부 소유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 뒤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되면서 한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순회전 '움직이는 미술관'에 '미인도'를 전시하고, 아트포스터로 제작·판매하면서 처음 대중 앞에 공개된 겁니다.
◆ 이도형: 이때 천경자 화백이 "그건 내 그림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박했죠.
◇ 이승기: 그렇습니다. 당시 천 화백의 후배 시인이 현대그룹 사옥 지하 사우나에 자주 들렀는데, 거기에 '미인도'가 하나 걸려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원본은 아니고, 미술관 아트숍에서 대량으로 프린트해 판매한 포스터가 장식용으로 걸려 있었던 겁니다. 그 후배 시인이 천 화백 집에 갔을 때, "선생님 그림 잘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천 화백이 '미인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다고 합니다. 그때 천 화백은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나.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고 합니다.
◆ 이도형: 작가 본인이 내 작품이 아니라고 하면 그냥 그걸로 끝난 거 아닌가요?
◇ 이승기: 일반적으로는 그렇죠. 특히 천 화백은 '미인도'를 두고 그림의 재료와 채색 기법, 머리칼 표현 방식, 어깨 위의 나비 모양, 그리고 연도 표기 방식까지 모두 자신의 작품과 다르다고 지적합니다. 평소 연도를 한자로 쓰는데, '미인도'는 아라비아 숫자가 쓰여 있었다는 점도 위작 주장에 힘을 실어 줬고요.
그런데 여기서 국립현대미술관이 "아니다, 이건 진품이다"라고 맞서면서, 대한민국 미술계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복잡한 위작 논란이 시작된 겁니다. 지금도 끝나지 않고 있고요.
◆ 이도형: 그렇다면, 미술관 측이 진품이라고 주장한 근거는 뭔가요?
◇ 이승기: 먼저 미술관 측은 작품의 입수 경로가 명확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 작품은 과거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다는 기록이 있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도 감정을 통해 진품이라고 평가한 것도 주요 근거였습니다, 결국 '출처가 명확하고, 기존 전문 감정 결과도 진품으로 나왔으니 믿을 만하다'는 논리입니다.
![2016년 12월 2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미인도 위작 논란 프랑스 감정팀 기자회견에서 당시 검찰이 고(故) 천경자 화백의 진품으로 결론 내린 '미인도'를 감정한 프랑스 감정업체 장 페니코 대표가 위작 판정 사유를 공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551718-1n47Mnt/20250912144810107dyjc.jpg)
◇ 이승기: 일반적으로 작가가 살아 있고 정신이 온전하다면, 작가의 진술이 가장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미술계 내부 규정에서도 그런 원칙을 우선시하고 있고요. 이번 사건을 보면, 천 화백이 처음부터 일관되게 '미인도를 위작이다'라고 주장했고, 나중엔 공증까지 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위작으로 봐야 하는 거죠.
하지만 무조건 그렇게 단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닌 게, 실무에서는 단순히 작가의 증언만으로 작품의 진위를 확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많습니다. 작품의 보존 상태, 수정·보완 가능성, 당시 자료와 소장 경위, 과학적 분석 결과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겁니다. 결국 작가의 증언은 다른 여러 요소와 함께, 위작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되는 셈이지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 이도형: 결국 천 화백은 이 위작 논란 때문에 절필까지 선언하셨죠?
◇ 이승기: 맞습니다. 1991년 4월 7일, 천 화백은 "붓을 들기 두렵다.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더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다"며 절필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4개월 뒤 다시 작품활동을 시작해서 한국에서 대규모 회고전도 열고 활발히 활동합니다. 그러다 건강악화로 딸이 있는 미국으로 갔다가 잠시 귀국해 서울시에 채색화와 드로잉을 기증하기도 하고요. 나중에는 주로 미국에서 지내다가 2015년, 향년 9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이도형: 작가 사망 이후에도 논란이 계속 이어졌죠.
◇ 이승기: 그렇습니다. 2016년 4월 27일, 천 화백의 차녀를 대리한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이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이 사건이 다시 집중적인 조명을 받게 됩니다.
◆ 이도형: 여기서 과학적 감정이 진행됐다고 해요?
◇ 이승기: 예, 크게 두 갈래로 나눠서 진행됐습니다. 2016년, 유족 측이 의뢰한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팀은 다중 스펙트럼 촬영, 초고해상도 단층 촬영, 안료 성분 분석 등 첨단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미인도'가 천 화백의 다른 작품과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인다고 결론내립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진품일 확률이 0.00002%로 거의 없다, 사실상 위작이라고 봤습니다. 얼굴 윤곽, 명암 처리, 안료 분포, 눈의 곡선 등 9가지 항목에서 차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반면 검찰은 논란이 된 미인도의 진위를 확인하고자 안목감정, 전문가가 직접 관찰해 판단하는 감정은 물론이고, X선·원적외선·컴퓨터 영상분석·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했습니다. 그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미인도에 그대로 구현됐다고 판단했는데, 특히 검찰은 값비싼 '석채' 안료를 사용한 점, 여러 번 두껍게 덧칠한 흔적, 밑그림에서 드러나는 제작 과정, 외곽을 뾰족한 도구로 처리한 흔적 등이 천 화백의 통상적 작업 방식과 부합한다고 봤습니다.
◆ 이도형: 결국 두 감정 결과가 정반대였던 거네요. 이유가 뭘까요?
◇ 이승기: 여러 이유가 있는데요. 일단 감정의 접근 방식 자체가 달랐어요. 뤼미에르는 데이터 중심으로 통계 분석을 강조하면서 작품의 표층적 요소를 계량화하는 데 집중했지만, 검찰은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소장 경위, 역사적 맥락, 물리적 흔적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기준도 서로 달랐는데요. 뤼미에르는 비교군과 통계 모델에 의존했지만, 검찰 측은 과거 사진 자료나 안료의 특성, 밑그림 흔적 등 실제 제작 과정을 상세히 검토했습니다.
결국 미술 감정은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지점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주관과 해석이 어느 정도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그렇다 보니 같은 그림을 두고 서로 정반대의 결론을 낸 겁니다.
◆ 이도형: 서명 방식이나 날짜 표기 차이도 논쟁거리였다고요?
◇ 이승기: 맞습니다. 천 화백은 보통 날짜를 한자로 표기했는데 '미인도'는 아라비아 숫자로 날짜를 썼습니다. 유족과 일부 전문가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의심스러웠지만, 천 화백의 다른 작품에서도 아라비아 숫자 표기가 발견되면서, 위작을 단정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작은 차이들이 결국 전체 논쟁을 더 크게 만든 겁니다.
◆ 이도형: 결국 검찰은 어떻게 결론 내렸나요?
◇ 이승기: 검찰은 미인도 사건을 불기소 처리했습니다. 감정 결과가 엇갈리고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법적으로는 '진품'으로 판단한 건데요. 물론 법원 판결이 아닌 검찰 수사결과입니다.
◆ 이도형: 그러자 유족 측에서 검찰 수사가 공정하지 못했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어요.
◇ 이승기: 맞습니다. 유족 측 주장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검찰이 감정위원을 회유하거나 조작해 결과를 왜곡했고, 다른 하나는 검찰과 미술관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입니다. 이에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대법원은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최종 판결을 내리면서 받아들이지 않은 겁니다.
!['미인도'를 그린 고(故) 천경자 화백의 딸인 김정희(63)씨가 2017년 5월 17일 당시 서울고검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문제가 된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결론 내린 검찰의 수사 결과를 비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551718-1n47Mnt/20250912144811406fvwx.jpg)
◇ 이승기: 그렇습니다. 특히 항소심 법원은 "수사기관이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 나름대로 미인도의 위작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단했다"면서 수사 과정에는 중대한 위법이 없다고 봤습니다. 그러면서 법원은 "원칙적으로 작가 스스로 자기 작품의 범주를 결정함이 타당하고, 양측 의견 모두 타당한 부분이 있어 수사기관 판단과 달리 볼 여지도 존재한다"라고 판시를 합니다. 결국, 검찰 수사에는 문제가 없지만, 진품이라는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한 겁니다.
◆ 이도형: 진품일 수도 있고, 위작일 수도 있다고 판단한 거네요.
◇ 이승기: 예. 그런데 한가지 이번 국가배상 청구 소송에서 의미 있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2016년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목감정 결과 "진품 의견이 우세하다"고 밝혔는데, 나중에 확인된 실제 감정 결과를 보면 감정인 9명 중 진품 의견이 4명, 위작 3명, 판단 불가가 2명이었다는 겁니다. 진품 의견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함에도, 검찰에서는 마치 다수 의견인 것처럼 발표해 버린 겁니다. 게다가 일부 감정인은 법정에서 "검사가 진품 결론을 내리려는 뉘앙스를 풍겼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감정이 이뤄졌다"고 증언하기도 했습니다.
◆ 이도형: 감정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네요. 그래서인지 이번 '미인도' 사건을 두고 신군부가 연루됐다는 얘기까지 돌았잖아요.
◇ 이승기: 앞서 말씀드렸지만, '미인도'의 원 소유자가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암살했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었습니다. 당시 전두환이 이끄는 신군부가 김 전 부장을 체포하면서 재산을 부정축재했다고 발표했고, 그 과정에서 부정축재 사실을 강조하고자 '미인도'를 진품으로 몰아갔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검찰과 법원이 여기에 동조했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음모론이 퍼졌는데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음모론일 뿐, 사실로 확인된 내용은 없습니다.
◆ 이도형: 유족 입장에서는 감정서를 직접 확인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이 부분도 결국 소송으로 이어진 거죠?
◇ 이승기: 그렇습니다. 유족 측이 국가배상 소송 과정에서 감정서를 제출하라는 문서송부촉탁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거부하면서 행정소송으로 이어졌습니다. 1심과 항소심에서 유족이 승소해, 9명의 감정서 공개 결정이 내려졌고요. 만약 대법원에서 공개 결정이 확정된다면, 30년 넘은 위작 논란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 이도형: 변호사님, 국내에서 '미인도' 사건 외에도 위작 논란이 된 사례가 꽤 있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어떤 사건들이 있었나요?
◇ 이승기: 맞습니다. 국내 미술계에서는 이중섭, 박수근, 이우환 작가의 작품을 둘러싼 위작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하나같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들인데요. 예를 들어, 2005년에 불거진 이중섭과 박수근 작품 위작 사건은 실제로 12년 뒤인 2017년에야 위작으로 확인됐습니다. 분석 결과, 작품 일부에서 화가들이 생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물감이 칠해져 있거나, 출처가 불분명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 이도형: 이우환 작가 작품의 경우는 상황이 정반대였다고 해요.
◇ 이승기: 아주 특이한 케이스인데요. 감정 결과는 위작인데 정작 작가는 그것이 자기 작품이라고 주장한 겁니다. 실제로 2016년 위조범들이 검거되면서 작품 일부가 위작으로 판정됐지만, 작가는 "내 그림은 나만의 호흡으로 그리기 때문에 위작이 어렵다", "이 작품들은 모두 내 작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문제는 위작 작품이 전속 화랑을 통해 판매되면서, 작가 확인서까지 첨부됐다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일부 작품은 고유번호가 중복되거나 위작임이 나중에 확인되면서 시장과 작품의 신뢰가 크게 흔들린 안타까운 사건이었습니다.
◆ 이도형: 결국 작가 확인서 하나로 진품이 증명되기도 어렵다는 말인가요?
![2017년 4월 경기 과천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 관람객이 미인도를 촬영하고 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은 '소장품특별전: 균열'을 통해 미인도를 한시적으로 공개했다. [사진=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9/12/551718-1n47Mnt/20250912144812679ripx.jpg)
◆ 이도형: 이번 미인도 사건을 비롯해 유명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위작 논란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 이승기: 이번 사건을 보면 몇 가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납니다. 우선 감정 제도가 공적·사적 혼재 상태라는 점이에요. 국가 공인 감정 제도가 없어서 화랑, 경매회사, 개인 감정사 등 여러 주체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갖고 감정을 진행합니다. 또 작품의 유통 경로나 소장 이력이 불투명하면 진위 논쟁이 생겼을 때 해결이 어렵습니다. 일부 대형 화랑과 경매회사가 시장을 주도하면서 가격과 평판을 형성하는데, 상업적 이해관계가 감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 이도형: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도적으로 어떤 보완책이 필요할까요?
◇ 이승기: 제도적으로는 국가 공인 감정사 제도를 도입하고, 감정 결과를 기록·관리할 수 있는 공인 감정서 시스템을 만드는 게 필요합니다. 감정 보고서는 형식을 표준화해서 공개 의무를 두고, 누구나 확인할 수 있게 해야 하고요. 또 작품의 출처와 소장 이력을 체계적으로 등록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 이도형: 말씀 듣다 보니, 이번 '미인도' 사건은 단순한 위작 논란을 넘어, 우리 미술계의 시스템 문제까지 드러낸 사건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사건수첩> 이승기 변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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